주력 사업 분야인 유통에서는 이커머스에 시장 주도권을 뺏겼고, 화학 역시 부진을 피하기 힘들다. 작은 제과업체에서 시작해 글로벌 기업을 꿈꾸며 성장한 롯데의 현 주소와 전망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삼성, 현대차, SK, LG 등 빅4 기업은 물론 IT 기술을 기반으로 한 네이버, 카카오 등 여러 분야 기업들이 위기를 딛고 성장하고 있지만 재계 5위 롯데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그룹사별 시총 추이를 살펴보면 롯데그룹의 부진이 드러난다. 지난 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삼성그룹 시가총액은 697조1764억원으로 전년 같은 날(499조200억원) 대비 39.7% 늘었다. 같은 기간 LG(86.3%), 현대차(86.2%), SK(54%) 등도 몸집을 대폭 키우는데 성공했다.
같은 날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 중 롯데 계열사는 없다. 30위권 아래로 눈을 낮추면 시총 9조2544억원으로 34위에 오른 롯데케미칼이 가장 높은 순위였다. 100위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롯데지주(84위), 롯데쇼핑(94위) 등 2곳이 있다.
반면 재계 주요 그룹 계열사는 시총 30위권에 이름을 다수 올렸다. 삼성 계열사 7곳(전자·바이오로직스·SDI·물산·전기·SDS·생명), SK 5곳(하이닉스·이노베이션·지주·텔레콤·바이오팜), LG 4곳(화학·전자·생활건강·지주), 현대차 3개(지주·기아차·모비스) 등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시가총액 5위와 6위에 올랐다.
이후 국정농단 재판·구속 등 외부 요인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일본 불매운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연달아 그룹을 덮치면서 주요 계열사 실적과 주가는 크게 미끄러졌다.
그룹 성장을 지지해 온 두 기둥인 호텔, 면세점, 백화점 등 유통과 화학은 악재를 피하기 힘들었다.
백화점·마트·하이마트·슈퍼·홈쇼핑·컬처웍스 등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을 이끌고 있는 롯데쇼핑은 ‘유통명가’로 불릴 정도로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강력한 경쟁력을 구축해왔지만 작년은 롯데쇼핑은 지난 2017년 20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고 적자전환한 뒤 역성장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재를 주요 매출 수단으로 삼고 있음에도 온라인 전환에 실기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쇼핑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4% 줄어든 16조3180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4.9% 감소한 2785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당기순손실 규모는 2700억원대로 추정된다. 코로나19로 소비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이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저수익성 점포 폐점 등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지난해 114곳의 매장을 폐점하고 희망퇴직 등을 진행했고, 올해도 추가 구조조정을 이어갈 계획이다. 증권가에서는 구조조정 노력을 기반으로 올해 흑자 전환 기대가 나오고 있다.
매출의 90% 이상을 의존하는 석유·화학 부문은 작년 코로나9 등으로 인한 업황 침체로 직격탄을 맞은데다 2분기에 대산공장 사고에 따른 비용까지 반영되면서 실적이 급격히 악화했다.
화학업계 1위 자리를 두고 롯데케미칼과 경쟁하던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추진하면서 신성장동력 발굴에 성공해 현재는 코스피 시총 3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대산 공장을 10개월만에 재가동하며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호텔롯데 상장(IPO)은 아직 요원하다. 2017년 롯데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지배구조 개편을 선언한 ‘뉴롯데’의 정점으로 그간 롯데의 약점으로 지적돼 온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위해서는 호텔롯데의 상장이 필수다.
롯데지주 지분 11.1%를 보유한 호텔롯데의 주요 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광윤사 등이다. 호텔롯데 상장으로 일본과 관련된 주주들의 지분을 낮추고 한국 롯데지주로 편입하려는 작업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호텔롯데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기저효과와 비용 효율화 노력으로 롯데지주의 실적가시성이 높다”면서도 “롯데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호텔롯데 실적 회복과 IPO 재개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롯데지주-호텔롯데 통합지주회사 체제 형성 가능성도 당분간 낮다”고 덧붙였다.
누구도 예상 못한 변수에서 비롯된 악재는 50여년 넘게 성장가도를 달린 롯데그룹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는 그룹 전사적인 쇄신에 나섰지만 그동안 누적된 부진을 쉽게 떨치지 못하는 이유를 두고 여러 추측이 오가고 있다.
롯데그룹은 국내 대기업 중에서도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기업문화를 가졌다. 이런 성격으로 인해 산업환경이 급변할 때 유연하고 빠른 대처가 힘들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때 ‘은둔의 경영자’로 불렸던 신 회장은 취임 이후 경영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며 그룹의 전반적인 체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그의 의지는 신년사와 VCM(Value Creation Meeting·사장단 회의) 등 여러 메시지를 통해 나타난다.
그는 지난달 진행된 올해 상반기 VCM에서 “기업 문화를 쇄신하기 위해, 지난 2년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했다. 아직도 일부 회사들에는 권위적인 문화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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