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조치가 오는 3월 15일로 끝날 예정인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의 반대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정치권 등 일각에서는 공매도 금지를 한 번 더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장중 사상 첫 3200선을 돌파하는 등 국내 증시가 새 역사를 쓰고 있는 가운데, 공매도 재개 시 향후 증시 조정의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임원 출신의 양향자 의원은 11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 “공매도 금지가 해제되는 것에 개인 투자자들의 우려가 크다”라며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이로 인한 손해는 개인 몫이라는 의견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양 의원은 “정책이 이와 같은 불안감을 해소할 수 없다면 공매도 금지 연장을 고민해야 한다”라며 “신속하고 신중하게 논의해 늦어도 1월 중으로는 답을 내 시장이 대비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박용진 의원도 공매도 금지에 대해 재개 연기 또는 공매도 차단 등을 주장하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주식시장에서 불공정은 공매도 제도에 대한 확실한 차단 아니면 공매도 재개 연기 등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한 “공매도는 시장에서 반칙 그리고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의 불공정 그 자체이기 때문”이라며 “정말 이렇게 방치해 두면 안 되겠다 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공매도 폐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며 “폐지까지 하는 것에 대해서 동의하지는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투자자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공매도는 오는 3월 16일 재개된다.
공매도란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뒤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되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음으로써 차익을 얻는 매매기법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차입공매도와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파는 무차입공매도로 구분되나 국내에서 무차입공매도는 허용되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앞서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증시 폭락 사태가 발생하자 금융시장의 추가 패닉을 막기 위해 3월 16일부터 6개월간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시장 전체 상장종목에 대한 공매도 거래를 금지했다.
하지만 한시 조치가 끝나는 9월을 앞두고 공매도 금지를 연장해야 한다는 개인투자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는 공매도 금지를 내년 3월까지 연장키로 했다. 이와 함께 각종 제도 개선책 및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등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공매도는 거품이 낀 일부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치솟는 걸 막는 순기능이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주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전유물로 여겨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국내 증시 상승을 공매도 금지의 효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공매도가 금지되자 국내 주식시장은 파죽지세로 상승 국면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3월 1400선까지 급락했던 코스피지수는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대거 유입에 힘입어 주식거래 마지막 날 2870선까지 올랐다. 이후 올해 들어 꿈의 숫자로 여겨졌던 3000포인트를 넘어서는 등 전례 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금지 연장은 물론 완전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공매도 재개 시 최근 지수 상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영원한 공매도 금지를 주장하는 청와대 청원까지 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해 12월 31일 올라온 ‘영원한 공매도 금지를 청원합니다. 지금 증시를 봐주세요. 공매도가 없다고 증시에 문제가 있나요?’ 글에는 11일 오후 5시 기준 6만1000여명이 동의했다.
정부는 예정대로 오는 3월 공매도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은성수닫기은성수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에서 “공매도 금지 기한을 오는 3월 15일까지 연기했는데, 이때까지 모든 걸 완벽하게 준비해서 공매도를 재개하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위가 공매도를 재개할지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공매도를 섣불리 재개했다가 지수가 하락할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부담스러워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증시는 급등했고, 신용거래가 급증하고 있지만 지난해 3월 금지된 공매도는 재개되지 않고 있다”라며 “다수의 개인투자자의 막대한 자금이 증시로 유입된 현 상황에서 공매도는 정치적 이슈”라고 말했다.
홍승빈 기자 hsbrobi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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