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금융권을 둘러싼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이 식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지원닫기정지원기사 모아보기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18일 열린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윤리위)의 취업심사 결과에 따라 정 전 이사장의 손해보험협회장 정식 취임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윤리위가 취업승인을 통보하면 정 전 이사장은 오는 21일부터 임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3시 회의를 열고 퇴직공직자 취업심사를 진행했다. 정 전 이사장은 지난달 13일 제54대 손해보험협회장으로 선임됐다. 이날 윤리위 심사를 통과하면 오는 21일 정식 취임한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정 전 이사장은 행정고시 27회로 1986년 기획재정부 전신인 재무부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이후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감독과장,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지냈다. 지난 2015년 한국증권금융 사장을 거쳐 2017년 11월부터 올해 11월까지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역임했다.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가 퇴직일로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하였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취업심사 대상 기관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단 윤리위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취업이 가능하다. 윤리위는 업무 관련성은 인정되나 법에서 정한 취업을 승인할 수 있는 특별한 사유에 해당된다고 인정되는 경우 취업을 승인한다. 국가 대외경쟁력 강화와 공공의 이익, 경영개선, 임용 전 종사 분야, 전문성이 증명되는 경우로서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 등이 취업승인 사유에 포함된다.
다만 윤리위에서 취업불승인 판정을 내리는 경우는 극히 적어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리위가 지난달 진행한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결과 퇴직 전 소속 부서 또는 기관 업무와 취업 예정기관 간 업무 관련성이 있는 11건 가운데 9건에 대해 취업승인이 났다. 이때
유광열닫기유광열기사 모아보기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의 SGI서울보증보험 취업 역시 승인됐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주요 금융 유관기관 및 협회 수장 자리를 관료 출신들이 줄줄이 꿰차면서 ‘관피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 전 이사장이 자리를 옮기면서 공석이 된 거래소 이사장 자리에는
손병두닫기손병두기사 모아보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선임됐다. 거래소는 이날 1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손 전 부위원장을 제7대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손 전 부위원장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재정부 국제기구과장, 외화자금과장,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 등을 거쳤다. 거래소의 경우 공직 유관단체이기 때문에 취업심사를 받지 않아도 퇴직공무원의 취업이 가능하다. 손 전 부위원장은 오는 21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차기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주택금융공사 사장을 선출하기 위한 절차가 한창인 가운데 두 자리 역시 관료 출신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농협금융과 주택금융공사 모두 역대 수장 대부분이 관료 출신이었다. 잇단 관피아 선임을 두고 금융노조와 시민단체는 거센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정의연대는 “민간인으로 신분이 바뀐 관피아들이 금융권으로부터 자리를 챙겨 받는 대신 정부 로비 활동을 벌여 해결사가 되는 부당한 거래는 금융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금융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관치금융을 멈추고 관피아 대신 민간 전문가를 회장으로 선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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