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오비맥주가 국내 맥주시장 1위에 올랐던 것은 ‘카스’라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메가브랜드 전략이 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이뤄진 가격 인상 여파와 하이트진로 신상품 테라의 고성장으로 해당 전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벤 베르하르트(이하 배하준) 오비맥주 대표이사 사장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최근 다(多)브랜드 전략으로 상품 마케팅을 전환, 젊은 층 공략에 나서고 있다.
◇ 발포주 신상품 출시
오비맥주의 신상품 중에서 젊은 층 공략 선봉장은 발포주인 ‘필굿’이다. 지난달 1일 신상품인 ‘필굿 세븐’을 출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알콜 도수를 높인 행보는 젊은 층이 적지 않은 소맥족을 공략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며 “소맥주 알콜 도수와 맞춰서 해당 타깃 계층을 유입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비맥주는 지난 2007년 알콜 도수를 높여 ‘카스 레드’를 선보인 바 있다”며 “이 상품은 몽골·두바이에서 호평을 얻었지만, 국내에서는 성공했다고 보기 힘들어 필굿 세븐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고 덧붙였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채널 캔 맥주 매출액(POS 소매점 매출액 기준)은 1조1038억원이었다. 분기별로는 지난해 1분기 2502억원, 2분기 2867억원, 3분기 3183억원, 4분기 2486억원이었다. 2018년 4분기(3304억원)과 유사한 수준의 매출을 보이는 상황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채널 캔 맥주 매출액에서 드러나듯이 저가 맥주 시장은 최근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올해 상반기를 강타, 저가 맥주 시장이 더 성장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비맥주의 경우 과거에 발포주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다”며 “최근 편의점 채널을 중심으로 해당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필굿 세븐 등 라인업 확대에 나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무알콜 시장 진출 초읽기
연계 브랜드 출시도 앞뒀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이르면 연내 무알콜 상품인 ‘카스 제로’를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특허청에 ‘카스 제로(Cass Zero)’, ‘카스 0.0’ 상표 등록한 것이 그 근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출시 시점을 조율 중으로 보인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카스 제로를 출시할 계획이 있다”며 “아직 언제 출시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비맥주가 무알콜 시장 진출을 꾀하는 것은 해당 시장 성장세가 심상찮기 때문이다. 2012년 하이트진로음료의 무알콜 맥주 ‘하이트 제로 0.00(이하 하이트제로)’가 등장할 당시 이 시장은 연간 10억원 규모였다. 그러나 주류사들이 맥주의 풍미를 좌우하는 몰트를 기존 라거 맥주 대비 2배 이상 쓴다거나 ‘비발효 제조공법’을 적용해 맛을 강화했다.
이런 공격 행보로 무알콜 시장은 급성장했다. 올해 시장 규모 2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80억원대)부터 지난해(150여억원)까지 6년 새 2배 이상 성장한 것보다 더 가파른 속도가 올해 기대되는 상황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2017년 선보인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이하 클리어 제로)’ 또한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보다 60% 증가했다”며 “저도주 열풍에 이어 알콜이 없는 ‘무도주’가 소비자들의 눈길을 조금씩 사로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하이트제로가 출시 당시에 10억원이었던 무알콜 시장은 올해 200억원이 돌파할 것으로 파악되는 등 성장세가 나쁘지 않다”며 “주류사들이 해당 제품의 맛을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당 시장 성장세가 눈길을 끔에 따라 오비맥주도 관련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비맥주까지 해당 시장에 들어온다면 국내 주류 3사 모두 무알콜 브랜드를 보유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카스와 오비라거 외 또 다른 브랜드인 ‘한맥’도 등장 시기를 조율 중이다. 한맥의 경우 지난 6월부터 출시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천 공장에 구축된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개발한 이 상품은 국내산 햅쌀이 10%를 첨가한다. 500ml, 355ml 캔으로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 상품은 메가 브랜드 상품 전략을 펼쳐온 오비맥주의 변화를 의미한다. ‘카스’라는 메가 브랜드 아래 연계 상품을 출시해 온 오비맥주가 조금씩 다양한 브랜드를 선보이기 시작했다는 의견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12년 맥주 시장 1위를 차지한 이후 오비맥주는 ‘카스’라는 메가 브랜드 아래 세부적인 타깃층의 니즈를 맞춘 연계 상품을 선보이는 전략을 펼쳐왔다”며 “한맥 출시는 카스, 오비라거 외 또 다른 브랜드를 구축, 다(多)브랜드 전략 초석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고 말했다
◇ 영업이익률 회복 기대
최근 카스, 한맥, 필굿 등 상품 라인업 강화를 통해 오비맥주가 지난해 하락한 수익성 회복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2012년 이후 이어진 오비맥주의 ‘메가브랜드’ 전략은 지난해부터 수익성이 하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작년 영업이익률에서 잘 드러난다.
오비맥주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6.52%다. 전년 30.30% 대비 3.78%포인트 하락했다. 영업이익률은 지난 2016년(24.09%) 이후 2년간 상승세를 보였다. 또 다른 수익성 지표인 EPS(기본주당 당기순익) 급락했다. 지난해 오비맥주 EPS는 1만3716원으로 전년 1만7411원보다 21.02%(3659원) 떨어졌다. 영업이익률과 마찬가지로 2016년(1만1322원) 이후 3년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비맥주는 카스라는 거대 브랜드를 축으로 사이드 상품을 선보이는 ‘메가브랜드’ 전략을 활용, 그동안 30%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해왔다”며 “아직도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약 4% 급락하는 등 맥주시장 1위 위상에 균열이 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多) 브랜드’ 전략을 펼친 하이트진로가 최근 약진하는 모습도 해당 행보의 근거로 추정된다. 2012년 맥주시장 1위를 오비맥주에 내준 하이트진로는 그동안 하이트, 필라이트, 테라 등 다양한 브랜드를 선보였다. 특히 지난해 3월 선보인 테라는 업계 1위 상품인 오비맥주 ‘카스 후레쉬’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올해 그 격차가 더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테라가 서울 외식상권을 중심으로 자리를 잘 잡았다”며 “오비맥주가 테라의 상승세를 대처하기 위한 행보를 보였지만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에 따라 오비맥주는 카스 외 여타 상품군 성장을 위해 필굿 라인업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배하준 대표가 말한 3대 축 카스·필굿·오비라거 균형 성장에 시동을 건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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