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가면 상대적으로 우대해주는 고객이 있다. 예금이나 적금을 많이 든 사람이나 투자 상품에 가입한 금액이 큰 사람 등 우수 고객을 대상으로 ‘프라이빗 룸(private room)’을 만들어서 번호표를 뽑아 긴 줄을 서지 않아도 되도록 배려하고 있다.
일반 창구처럼 뒤에 대기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으니 은행원이나 고객 모두 빨리 업무를 봐야겠다는 심리적 압박감도 덜한 데다 커피나 음료도 비치해 두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니 여러모로 편하고 좋은 구석이 있다.
물론 요즘은 휴대전화로 잔액 확인, 계좌이체 등 은행업무 처리가 가능한 데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가능하면 비대면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경향이 늘어 그만큼 은행을 찾아갈 필요가 줄었다. 그래서 예전보다 은행 창구에 길게 늘어서던 줄이 훨씬 짧아지고 심지어 대기 고객이 한 명도 없는 썰렁한 때도 많다.
그래도 프라이빗 룸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더 배려 받는다는 느낌을 준다. 프라이빗 룸은 ‘별실’로 쓰자는 게 국립국어원의 제안이다. 또한 고수익을 올릴 수 있게 자문해주는 금융상품 전문 서비스를 ‘프라이빗 뱅킹(private banking)’, ‘피비(PB)’라고 하는데 이는 ‘맞춤은행’으로 쓸 수 있다.
같은 피비라는 말 중에 대형 유통사업자들이 상품의 질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광고나 상표 등에 드는 비용을 줄여 제품 값을 낮춘 자체 상표 상품을 ‘피비(PB) 상품’이라고 하는데 이는 ‘프라이빗 브랜드(private brand)’를 줄인 것으로 우리말 ‘자체 상표’로 쓰면 된다.
‘사설 극장’을 뜻하는 ‘프라이빗 시어터(private theater)’도 마찬가지다. 일상 대화에서 ‘프라이버시(privacy) 침해,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말도 많이들 쓴다. ‘사생활 침해, 사생활 보호’라는 쉬운 우리말이 있는데도.
※ 한국금융신문은 국어문화원연합회와 '쉬운 우리말 쓰기' 운동을 함께 합니다.
황인석 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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