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회장은 지난 3월 27일 ㈜LG 주주총회에서 서면 인사말을 통해 “전 세계적인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어려움에도 기회가 있기에 LG는 슬기롭게 대처하며 위기 이후의 성장을 준비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뉴LG’ 컨트롤타워 역할 강화
지난해말 ㈜LG 연말인사에서는 구 회장이 LG유플러스·LG전자 등 각 계열사에서 발탁한 인사들이 대거 승진했다.
부사장으로 승진된 이재웅닫기이재웅기사 모아보기 법무·준법지원팀장, 정연채 전자팀장이 대표적이다. 강창범 화학팀장도 전무로 승진했다.
구 회장 도와 그룹 전체 업무를 조율하는 권영수닫기권영수기사 모아보기 ㈜LG 부회장의 권한과 역할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권 부회장은 올해 LG화학 이사회 의장에 올랐다. 이로써 권 부회장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등 4개 핵심계열사 이사회 의장을 모두 맡게 됐다.
사업적으로는 불필요한 사업부문 등은 발빠르게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재원 마련에 나섰다.
㈜LG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말 기준 1조3371억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년(1조543억원) 대비 약 3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연료전지사업을 영위하는 LG퓨얼셀시스템즈 청산 등 결과로 보인다.
이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LG CNS 지분(35%)과 LG 베이징 트윈타워 매각이 마무리되면 추가적인 현금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행보는 결과적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고 미래 대규모 투자를 위한 힘을 보존할 수 있게 됐다.
◇ LG화학, ‘시장다각화’ 리스크 회피
각 계열사들도 미래성장을 위한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LG화학은 크게 석유화학과 배터리라는 성격이 전혀 다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기존 주력사업인 석유화학이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성장사업인 배터리에 대규모 투자를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배터리부문은 코로나 확산에 따른 유럽·중국 전기차 시장 타격 효과로 단기적인 실적부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초 LG화학은 올해 전기차배터리부문 사상 첫 연간흑자를 자신한 바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코로나 여파로 이같은 성과는 내년으로 연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단 배터리사업은 향후 성장이 주목되는 분야인 만큼 단기실적보다는 기술력 등 중장기 방향성을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코로나19 국면에서 LG화학 전기차배터리사업 시장지위는 오히려 돋보이고 있다.
SNE리서치가 집계한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출하량에 따르면, 올해 LG화학은 중국 CATL를 제치고 글로벌 2위 업체로 도약했다.
LG화학의 올해 1~2월 전기차배터리 점유율은 29.6%로, 지난해 13.5%에서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반면 CATL은 20.7%에서 9.4%로 하락했다.
LG화학이 상대적으로 선전한 원인에는 다양한 지역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보유한 ‘시장 다각화’ 성과가 꼽힌다.
LG화학은 국내 현대차, 유럽 르노·아우디, 중국향 테슬라, 미국 GM 등 각지 대형 업체들에게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이에 비해 CATL은 코로나19 타격을 가장 심하게 받은 중국현지 기업 의존도가 심하다. 석유화학부문은 코로나 여파가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다. 주거래처인 중국 수요침체가 원인이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 1분기 영업이익은 예년 대비 절반 가량 줄어든 1800억원 가량으로 예상된다.
다만 다른 석유화학 경쟁사 대비 실적타격 충격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석유화학사업에서 양적성장보다는 고부가가치제품 중심의 수익성 방어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또 롯데케미칼의 폭발사고에 따른 공급 측면에서 반사이익이 일부 반영될 전망이다. 이밖에 LG화학 첨단소재부문은 그룹 ‘탈LCD’ 전략에 따라 관련 사업을 정리하는 사업 구조조정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 LG디스플레이, 적자탈출 여부는
지난해 1조3594억원 영업손실을 낸 LG디스플레이는 올해도 1조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코로나 영향에 따른 중국 경쟁사 가동차질 등으로 LCD값 상승 ‘반전’도 기대했지만 결과적으로 TV 수요위축 여파가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코로나가 글로벌 확산 추세에 들어가며 수요 불확실성은 더욱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수요 증가와 OLED 홍보효과의 장으로 삼으려고 했던 도쿄올림픽 연기도 반갑지 않다. 미래를 위한 OLED 투자도 일부 차질을 겪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 계획했던 광저우 OLED 신공장 본격 가동을 결국 연기했다. LG디스플레이가 목표한 연간 ‘OLED TV 패널 600만대 출하’도 사실상 조정이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출하량이 약 500만대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쟁사 진입에 따른 경쟁강도 심화도 장기적인 위협요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계획을 밝힌 ‘QD OLED 디스플레이’ 외에도 LED인 ‘QNED’ 신기술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OLED 대세화’를 위한 시간을 벌었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광저우 OLED 공장 가동이 늦춰지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OLED TV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가동이 지연되면 감가상각비 부담은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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