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4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제2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세부 사항을 확정했다. 이번 방안에는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권시장안정펀드를 각각 20조원, 10조7000억원 규모로 조성하고 회사채 발행시장에 10조8000억원, 기업어음(CP) 등 단기자금시장에 7조원을 투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자금 경색이 심화됐던 기업어음(CP) 등 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적인 금액을 증액해 기업 유동성 부담을 완화 시켰다는 점, 전체 자금 규모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으나 기대보다는 많았다는 점, 공포심리 완화를 위해 속도를 높여 안정을 찾게 한 점등은 긍정적”이라며 “물론 코로나 19가 어느 방향으로 옮겨갈지 아직 불확실성이 현존하지만 이번 조치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투자심리에는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채안펀드 20조원은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적정 규모로 판단된다”며 “최근 CP 시장의 경색이 심각한 만큼 채안펀드의 목적과 현재 상황을 고려한다면 불난 집의 입구부터 불을 꺼야 소방관이 침투하여 화재진압에 성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불안요인 상존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시장 안정화 조치는 채권시장에 긍정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국제 금융위기 당시에도 2008년 12월에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 이후 여전채 및 회사채 신용 금리 차가 3개월 이내 축소됐던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채안펀드 조성 발표 이후 금리 흐름과 한은의 국고채 매입 등을 감안할 때 단순 불안감으로 국고채 금리 급등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면서 “무엇보다 신용시장의 경색에는 실제적 신용위험뿐만 아니라 불안감도 일부 가미돼 있어 20조원의 실제 자금 집행이 나올 경우 심리적 안정감은 보다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증권시장안정펀드는 규모 면에서 볼 때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투심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하락세를 지속하며 이미 3월 코스피 외국인 누적 순매도 규모가 10조원을 훨씬 넘어선 상황에서 과연 10조원의 자금지원이 증시를 부양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투자자들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최근 매수 주체가 사라진 탓에 거래가 얕아 낙폭이 커지는 부작용이 상당했는데 이를 완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실제로 전날 금융위의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 이후 투신권에서 1조719억원 규모 코스피 선물 매수세가 유입된 것은 향후 국내 증시에 대한 시각이 일부 긍정적으로 선회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아직 제반 상황의 개선은 제한적이나 시스템 위기를 차단하기 위한 기제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가 내놓은 2차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물·금융 복합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41조8000억원 규모의 자금공급 외에도 중소기업·자영업자에 대한 대출·보증 등 금융지원에 58조3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한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위기는 국내 금융회사가 해외 고위험 자산에 과도하게 투자해 손실이 발생하고 있고 국내 금융회사가 유동성 관리에 소홀히 한데다가 정부와 은행이 기업과 가계부채 구조조정을 미룬 탓에 이자보상배율이 1배도 안 되는 기업이 절반에 육박한 상황, 가계부채 위험이 전세계에서 가장 큰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방아쇠 역할을 했다”며 “따라서 정부의 이번 정책은 시장의 기대와 달리 현재의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정부가 이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책은행뿐만 아니라 민간 은행의 증자를 지원 또는 유도해 대출 여력을 충분히 늘려야 한다”며 “또한 정부의 은행에 대한 가격(금리) 개입을 최소화해 가격 기능과 신용평가 기능을 통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이를 통해 한계 기업은 구조조정과 재정으로 지원, 일시적 유동성 부족 기업은 은행이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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