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 전기차 배터리업계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넛크래커’ 신세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한국 배터리기업은 소재수급 이슈가 여전히 남아 있으며 정책적 지원도 미비하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배터리기업 기술추격 속도에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에는 테슬라가 중국산 모델3에 CATL로부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대량공급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LFP는 배터리 핵심소재인 양극재를 구성하는 물질이다. LFP는 상대적으로 값싼 원재료인 철이 들어가는데, 무겁고 에너지용량에 한계가 있다.
지난 몇년간 고성능 제품을 중심으로 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해온 테슬라가 LFP 채택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중국 배터리 기술이 한국을 뛰어넘었다는 전망과 중국진출·원가절감을 위한 테슬라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대립이다. 타당성은 후자 의견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기업이 CATL을 경계하는 이유는 LFP가 아닌 NCM 배터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LFP는) 이론적으로 주행거리를 희생하지 않으려면 무게가 늘어나고, 무게를 맞추면 성능을 희생할 수 밖에 없다”면서 “테슬라가 중국이라는 수요가 큰 시장에 진출을 위해 타협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일본의 경우, 토요타가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청사진을 선제적으로 관련 특허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고체가 현재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안정성·성능면에서 한 차원 높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기술적 한계 때문에 대량양산 체제 구축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당장 한국기업들은 삼원계 방식의 배터리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사업 수익성 확보를 위해 원가 비중이 높은 코발트 사용량을 줄인 하이니켈 양극재 본격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니켈·코발트·망간 비중이 8:1:1인 NCM811을 채택하고 있다. 현재 주력 제품은 비율이 5:2:3인 NCM523을 사용한다.
반면 삼성SDI는 알루미늄을 섞은 NCA 배터리 기술적용을 선제적으로 하고 있다.
삼성SDI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에 비해 증설 투자규모 등이 뒤쳐지는 이유도 이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달 10일 삼성SDI와 양극재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한 에코프로비엠이 NCM과 NCA 기술을 동시에 보유한 유일한 기업이다.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에크프로비엠으로부터 NCA를 수급받아, 헝가리공장에서 만든 배터리를 BMW 차세대 전기차에 납품할 것으로 예상한다.
BMW는 지난해 11월, 2021년부터 10년간 삼성SDI로부터 29억유로(약 3조8000억원)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받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BMW는 1회 충전주행거리 600km 이상의 5세대 전기차를 본격 양산한다는 방침이다.
삼성SDI는 2019년 연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021년부터 양산하는 젠5(5세대) 배터리는 에너지밀도가 20% 높이고 원가는 20% 가량 낮춘 제품”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삼성SDI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전기 상용차 시장에도 주목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9월 볼보그룹과 차세대 전기트럭 개발을 위한 전략적 협약을 맺은 바 있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 보고서에 따르면, 2040년에는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국의 소형 트럭 56%가 전기차일 전망이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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