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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25(월)

옛 대우차 ‘레간자 광고’ 생각나게 하는 현대차 ‘넘버2’

기사입력 : 2025-08-25 05:00

(최종수정 2025-08-25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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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장재훈 부회장
정의선 회장 여전한 ‘신뢰'
3년만의 부회장 승진 인사
수소·로봇 등 미래사업 주도

▲ 장재훈 현대자동차 부회장이미지 확대보기
▲ 장재훈 현대자동차 부회장
[한국금융신문 김재훈 기자] 1990년대 후반 인기를 끌었던 자동차 광고가 하나 있다. 지금은 사라진 대우자동차 중형 세단 ‘레간자’ 광고다. ‘소리 없이 강하다’란 카피로 인기를 끌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자동차그룹 장재훈 부회장를 보면, 옛 대우차 레간자 광고가 생각난다. 지난해까지 현대차를 이끌다 경영 2선으로 물러났지만 여전히 압도적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정의선 회장의 변함 없는 신임과 함께 조용하지만 강한 리더십으로 수소, 로봇 등 그룹 미래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연말 진행된 현대차그룹 정기인사는 파격적이었다. 정의선 회장이 전면에 나서며 인적쇄신을 단행한 2018년 보다 더 임팩트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현대차 전동화 전환과 최대실적을 경신해 온 장재훈 부회장이 승진과 함께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기 때문이었다. 그는 현대차 등기이사 자리도 내놓았다.

정의선 회장은 취임 이후 선대 정몽구 명예회장 ‘가신단’으로 불리던 김용환, 양웅철, 권문식 등 부회장단을 잇따라 퇴장시키며 독자 경영 체제를 구축해 왔다. 이 때문에 그룹 2인자로서 정의선 회장 ‘핵심 참모’를 맡아 온 장재훈 부회장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렸다.

장재훈 부회장이 물러난 현대차 대표이사에는 첫 외국인 경영자 호세 무뇨스 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장재훈 부회장은 기획조정담당과 신설된 완성차담당이라는 직책을 부여받았다.

표면적으로 장재훈 부회장도 경영 2선으로 물러난 듯 보였다. 호세 무뇨스 사장이 그룹 핵심 기업인 현대차에 집중한다면, 장재훈 부회장은 그룹 사업 전반을 후방에서 총괄하고 있는 형태로 배치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재훈 부회장에 대한 정의선 회장 신임은 굳건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부회장단 영향력을 줄여왔을 뿐만 아니라 장재훈 부회장 이전 3년 간 부회장 승진자도 없었다”며 “장 부회장 승진은 3년 만이다. 그 만큼 장 부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높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장재훈 부회장은 올해 완성차담당과 함께 기획조정담당을 겸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기획조정실은 그룹 내부 사업뿐만 중장기 관점으로 계열사 간 업무 조율, 미래 사업 발굴·투자 극대화를 총괄하는 핵심 조직이다. 총수 믿음이 없으면 맡을 수 없는 자리다.

실제 장재훈 부회장은 최근까지 정의선 회장을 지근거리서 보필할 뿐만 아니라 주요 굵직한 행사에 그룹 대표로 참석하는 등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정의선 회장이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31조원 규모 현지 투자 계획을 발표할 당시에도 곁을 지켰다.

장재훈 부회장은 지난 5월 한국경제인협회 프랑스 민간 사절단으로 참석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면담을 갖기도 했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함께 건설하는 현지 생산법인(HMMME) 공장 착공식에 참석하는 등 유럽과 중동을 잇는 경제 협력 체계 구축에 나섰다.

이 밖에 장재훈 부회장은 지난달 미국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 대응을 점검하기 위해 직접 현지 생산 거점을 점검했다. 특히 미국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폴 젠킨스 글로벌 로펌 애셔스트 CEO(최고영영자)와 만나 수소, AI 등 생산 기술력을 소개하는 등 현지 파트너십 강화 행보에 나서기도 했다.

장재훈 부회장은 글로벌 행보는 수소 모빌리티, 로봇 등 정의선 회장이 점찍은 핵심 미래 사업까지 이어지고 있다.

수소 모빌리티는 장재훈 부회장이 총괄하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세계 최대 수소산업 박람회인 ‘월드 하이드로젠 서밋 2025’에서 현대차그룹의 수소 비전을 설명했다.

장재훈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향후 수소 경제 전환을 추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규모의 확대’와 ‘표준화’이다”라며 “현대차그룹은 수소 밸류체인 전반에 그룹사 역량을 적극 활용하고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등 수소 생태계 확장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재훈 부회장은 지난 11일 베이징 이좡 경제기술개발구에서 열린 세계로봇컨퍼런스에 참석해 글로벌 로봇 생태계 현황과 미래에 대해 점검했다. 현대차그룹은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앞세워 휴머노이드 등 미래 로봇 사업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장재훈 부회장은 컨퍼런스를 둘러보고 위기 의식을 강조했다. 글로벌 로봇 시장 상용화 경쟁이 본격화되는 만큼 빠른 사업화 방안 마련에 나설 것으로 풀이된다.

장재훈 부회장은 “부스를 방문해 보니 일부 기업들은 지방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 등 제품 상업화나 대량생산 면에서 우리보다 빠르다”며 “중국 로봇 생태계가 탄탄할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체계적이라는 느낌으로 놀라움을 넘어 위기감까지 든다”라고 말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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