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현대모비스에 대한 업계 평가는 따가웠다. 현대차·기아차에 단순히 부품을 조립한 모듈을 공급하는 기업일 뿐이라는 게 골자다.
그러나 최근 현대모비스를 바라보는 시장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미래차 중심의 사업체질 전환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결국 현대모비스 역할과 그에 따른 기업가치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대모비스도 이에 대비해 전동화 부품 역량과 자율주행·커넥티드카 기술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매출액 38조488억원, 영업이익 2조3593억원을 거뒀다. 전년 대비 매출은 8.2% 늘었고 영업이익도 16.5% 늘었다. 양적·질적 측면에서 2017년부터 2년간 부진을 씻고 실적회복 본궤도에 오른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모비스 실적 개선 주요인은 현대차·기아차의 미국 사업 회복으로 분석된다. 현대모비스도 2018년 1년간 정비 기간에 들어갔던 북미 오하이오 공장을 본격 가동했다.
현대차·기아차가 중국에서 대규모 구조조정과 판매량 조정 작업에 돌입한 것을 감안하면, 실적개선은 그간 진행해온 공급사 다변화 및 원가개선 노력이 담긴 것으로 이해된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현지 기술개발·부품공급을 통한 원가절감 등 내용을 담은 중국 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 유럽 전기차 정조준
회사가 강조하고 시장이 주목하는 전기차 등 전동화부품 관련 매출이 최근 2년간 매년 1.5배씩 뛰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현대모비스 지난해 전동화 매출은 2조7967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1조1734억원에서 2018년 1조8047억원에 이어 다시 한 번 급증한 것이다.
전동화 매출 비중도 2017년 3.3%에서 2019년 7.4%로 2년새 4.1%포인트 뛰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현대모비스 정동화 매출 비중은 8.2%로 사상 처음으로 8%를 상회했다”며 “올해도 고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동화와 관련한 현대모비스의 고민은 수익성이다. 현대모비스를 포함해 현대차그룹은 현재까지 전기차 사업에서 영업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는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로 수익성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당장 올해 강력한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를 시행하는 서유럽에서 전기차 시장 본격 개화가 예상된다.
EU는 올해 완성차기업의 자동차 판매 1대당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km 기준 130g에서 95g으로 낮추고 이를 어길 시 페널티를 부과할 예정이다. 기업에 따라 수천억원에서 1조원대 벌금이 예상된다.
현대차·기아차를 포함한 유럽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완성차 기업이 친환경차(BEV·HEV) 확대를 추진하는 추세에 발맞춰, 현대모비스는 올 상반기까지 체코·슬로바키아 공장에 전기차 배터리 조립라인 신설·가동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전기차 수익성 개선 효과는 내년에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기아차 새로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에서 생산한 첫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E-GMP에 들어갈 모터 등 전기차부품을 위해 지난해 울산 친환경부품 공장 구축을 위해 3300억원을 투자했다.
이밖에 현대모비스는 수소차 부품, 자율주행 기술 확보 등 미래차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중장기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수소전기차 관련 부품사업도 본격화한다. 현대모비스는 충주에 수소차 핵심동력원인 수소연료전지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이밖에 자율주행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도 단행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레벨3 자율주행용 센서 ‘라이다’를 2021년부터 양산할 예정이다. 또 현대모비스는 완전자율주행단계인 레벨4 이상 기술 확보를 위해서 현대차·기아차와 함께 앱티브와 합작법인 설립에 참여한 바 있다.
◇ 지배구조 개편 맞물려 기업가치 UP
현대모비스가 시장 관심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있다. 총수일가가 지배구조 최정점에 선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들여 회사를 지배하는 방식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이같은 방식이 주주 반대로 무산된 이후, 보다 명확한 미래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등 시장과 소통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현대모비스가 내세우는 전동화 비전과 착실히 추진하고 있는 친주주 정책도 이와 맞물려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정의선닫기정의선기사 모아보기 수석부회장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선임되며 책임경영 의지를 높였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최초로 외국인 사외이사를 2명 선임한 데 이어, 올해 주주권익 보호 담당 사외이사를 영입할 예정이다. 지난해초 약속한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도 실천에 옮기고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정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현대모비스를 직·간접적으로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현대모비스 주주들의 동의가 중요해지는 상황이 재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2년 전 주주 반대를 주도한 엘리엇이 최근 보유하고 있던 현대차그룹 주식을 모두 팔면서,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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