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본시장에서 무자본 인수합병(M&A)을 통해 상장사를 인수한 후 각종 불법행위를 일삼는 일명 ‘기업사냥꾼’이 24곳 적발됐다. 이들은 무자본 M&A 진행과정 단계에서 부정거래·공시위반·회계분식 등 각종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금융감독원은 ‘무자본 M&A 합동점검 결과 및 투자자 유의사항’을 안내하며 불법행위로부터 투자자의 피해를 우려했다. 이른바 '기업사냥'으로 불리는 무자본 M&A는 특정 세력 등이 자기자금보다는 주로 차입자금을 이용해 기업을 인수하는 행위를 뜻한다.
무자본 M&A는 그 자체로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기업인수자가 정상적인 회사경영보다는 회사를 통해 조달한 거액의 자금을 유용하거나, 인수주식의 매도를 통한 시세차익을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의 불공정거래를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올해 2월 투자자 보호를 위해 ‘무자본 M&A 조사협의체’를 구성해 기획조사를 실시했다. 무자본 M&A 추정기업 67사의 공시위반, 회계분식 및 불공정거래 혐의를 조사한 결과 총 24사의 위법행위가 적발됐다.
이들은 ▲무자본 인수 단계 ▲자금조달 및 사용 단계 ▲차익실현 단계 순의 무자본 M&A 진행과정에서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무자본 인수 단계에서는 상장사 인수자금의 대부분을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조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량보유(5%) 보고서에 관련 사실을 미기재하거나 허위기재한 행위가 다수 적발됐다.
또 자금조달 및 사용 단계에서는 거액의 사모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비상장주식 고가 취득 등의 방식을 통해 유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거래인 것처럼 회계 처리했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24사는 최근 3년간 1조7417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차익실현 단계에서는 시세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허위의 호재성 정보를 언론에 배포하는 등 위계를 사용하거나 작전세력을 동원해 시세를 조종했다.
이날 장준경 금감원 부원장보는 백브리핑을 통해 “위법행위 사실이 확인된 24개사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감리에서 증선위 조치까지 끝난 곳도 있고, 아직 절차를 진행 중인 곳도 있다”고 말했다.
장 부원장보는 “이들 대부분은 행정 조치를 받을 것”이라며 “상세한 처벌 수위는 부정거래·회계분식·공시위반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기업 경영권을 매개로 이뤄지는 각종 불법행위를 근절할 것”이라며 “공시·조사·회계 등 관련 부서 간에 긴밀히 협업해 지속적으로 불공정거래 행위 등에 대한 기획조사를 확대하고 위법행위 발견 시 엄중히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승빈 기자 hsbrobi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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