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의 천정부지 손해율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내년 초 보험료를 5~6%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업계는 당초 두 자릿수의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올해 이미 두 차례의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단행한 바 있어 ‘대폭 인상’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손보업계는 올해 초 평균 3.2%, 6월경 1.5%대를 합쳐 약 4~5%의 보험료를 인상했다.
자동차보험료는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으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상품으로,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된다. 따라서 당국은 민생과 직결되는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간 손보업계가 자동차보험에서만 1조 원이 넘는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보험료를 섣불리 올리고 있지 못하던 이유다.
보험사들은 이 손해율에 사업비율을 더한 ‘합산비율’을 흑자와 적자의 가늠좌로 본다. 합산비율이 100%를 넘으면 보험료로 걷어 들인 수입보다 보험금으로 내준 지출이 더 커 ‘팔수록 손해’인 상품이 된다. 자동차보험의 사업비율은 통상적으로 20% 선에서 형성되므로, 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을 77~78% 선으로 본다. 이 경우 두 비율을 더해 약 97~98%의 합산비율이 형성된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처음부터 돈을 벌자고 만들어진 상품이 아니다”라며, “다만 너무 큰 손해를 보면 안돼기 때문에 합산비율을 99~100%로 딱 맞춰 현상유지만 가능하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손해율을 관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보험사들은 합산비율을 줄이기 위해 사업비를 최대한 절감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대면채널 대신 CM채널을 활성화하고, 자동차보험금 누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보험사기 단속에도 힘을 쏟았다. 여기에 기존에 판매하던 차보험의 특약을 축소하는 등 고육지책도 병행됐지만 역부족이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KB손보·메리츠화재·한화손보·롯데손보·흥국화재·농협손보 등 9개사의 당기순이익은 총 5021억 원으로, 전년 동기 6950억 원에 비해 27.8% 감소했다. 업계는 연말까지 자동차보험으로 발생할 적자가 1조50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불안정한 업황 등을 고려하면 5% 인상으로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최후의 보루로 보험료 인상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손보사들도 자동차보험에서 너무 큰 적자를 입어버리면 다른 상품에 영향이 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주주들 입장에서는 업무상 배임으로 비칠 우려까지 있다”고 덧붙였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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