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업계 1위 자리를 앞다투는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막판까지 전략적투자자(SI)를 공개하지 않아 불참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던 KCGI도 응찰했다. SK와 GS, 신세계 등 유력 대기업의 깜짝 등장은 없었다. KCGI는 대기업을 SI로 영입하는 데 실패해 중견기업을 SI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애경그룹 컨소시엄과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이번 인수전에는 증권업계 선두를 다투고 있는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이 함께 뛰어들면서 누가 승자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경그룹 지주사인 에이케이(AK)홀딩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상반기 말 기준 2013억원에 불과하다. 스톤브릿지가 현재 4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펀드 결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시아나항공 예상 인수가격이 1조5000억원~2조원 수준으로 거론되는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에 애경그룹은 한국투자증권을 인수금융 선정해 자금력을 보완했다.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한 인수금융 비딩에는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 가운데 수익성이 가장 뛰어나다. 아직 3분기 실적이 발표되지 않은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1% 증가한 518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기준 증권업계 1위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연 환산 기준 17.84%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11월 초대형 투자은행(IB) 지정과 동시에 업계 단독으로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받고 시장에 선두 진출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고는 작년 6월 말 2조7000억원, 12월 말 3조원, 3월 말 5조1000억원, 6월 말 5조70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현대산업개발의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했다. 자본력을 앞세운 현대산업개발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조1773억원에 달한다. 단기금융상품 4542억원까지 합치면 약 1조6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9조원이 넘는다. 미래에셋대우의 연결기준 지배주주 자기자본은 올해 3분기 기준 9조900억원이다.
미래에셋대우는 막강한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국내외 IB 부문에서 활약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IB 부문 수익(수수료+기업여신수익)은 지난해 2분기 이후 6분기 연속 1000억원을 웃돌고 있다.
한편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지분율 31.05%·구주)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보통주식(신주)를 인수자가 모두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금호산업과 매각 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CS)는 지난달 쇼트리스트들에 최소 신주 인수 규모를 8000억원으로 확정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구주 평가액 약 3700억 원, 8000억원 이상 규모의 신주, 에어부산·에어서울 등 자회사, 경영권 프리미엄(20∼30%)까지 더하면 매각 가격은 1조5000억원~2조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애경그룹 컨소시엄과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의 가격 경쟁이 이번 인수전의 관건이 된 셈이다. 금호산업 측은 우선인수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주식매매계약 체결 등을 거쳐 연내 매각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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