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기준 보험설계사는 근로기준법상 일반적인 고용직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의 성격을 띤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이들은 4대보험이나 단체행동권·교섭권 등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보험설계사들은 이러한 이유로 보험사로부터 ‘갑질’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는 반면, 보험사는 자영업자 성격이 강한 설계사들에게 노동권까지 인정하는 것은 과한 처사라고 반박하고 있다. 수 년 간 되풀이되고 있는 보험설계사의 노동성 인정에 대해 심도 깊게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그러나 올해 5월에는 대리운전노동자들이, 6월에는 방과후교사들이 각각 노조 설립 신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고용노동부의 신고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보험설계사들이 지난달 노동부에 제출한 노조설립 신고증도 빠른 시일 안에 교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8일 열린 전국사무금융노조 기자회견에서 여는 발언을 맡은 전국보험설계사노조 오세중 위원장은 “지난 2000년에도 노동청에 노조설립 신고서를 제출했었으나 반려된 이후로 19년 만의 재신청”이라고 운을 떼며, “2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보험설계사들은 회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보험회사는 당장의 영업실적을 위해 허위, 과장 광고 교육을 설계사에게 하면서도 정작 불완전판매 등의 문제가 생기면 설계사에게 이를 떠넘긴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계사들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법률원 신인수 원장은 “우리나라의 노동환경은 세계적으로도 후진국 수준”이라고 꼬집으며,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데 왜 노동부의 심사가 필요한 것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는 기업이 특수고용직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유가 4대보험 비용 지출을 회피하기 위해서라고 지적하며, 재벌과 기업의 편만 드는 당국의 행태를 비판했다.
◇ '삼중고' 보험업계, 설계사 노조 두고 좌불안석
인구절벽 심화로 인한 영업 불황과 저금리 장기화에서 오는 자산운용수익률 저하, 그리고 IFRS17 도입 준비 과정에서 오는 실적 저하의 삼중고를 겪고 있는 보험업계는 설계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도 하다.
만약 보험설계사의 노조 지위를 인정하게 될 경우, 보험사의 판매 채널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설계사들이 임금·수수료인상이나 4대보험 적용 등을 놓고 파업에 들어가면 감당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IFRS17에 대비한 비용감축을 위해 설계사 조직 축소를 단행하려고 해도 노조의 반대에 부딪치게 될 가능성이 크고, 이들의 노동자성이 인정돼 퇴직금까지 지급해야 한다면 부담이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부의 위험요인에 대한 대비도 어려운 상황에서 내부의 갈등까지 발생하면 보험업계가 더욱 큰 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설계사들의 처우가 개선되야 한다는 전제에는 동의하지만, ‘특수고용직’에 해당하는 설계사들에게 단체행동권까지 주어지는 것은 다른 얘기”라며, “‘특수고용직’이라는 말에서 나타나듯, 기본적으로 설계사들은 근무형태 자체가 일반적인 근로자들과 차이가 큰데 일반 근로자들의 권리를 똑같이 적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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