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상고심에서 뇌물죄 판단이 잘못됐다며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형을 선고한 서울고법의 원심을 깨고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이 뇌물 인정범위를 넓히면서 이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받을 형량이 늘어날 가능성도 커졌다.
재계와 증권업계는 이번 선고로 인해 삼성 그룹은 물론 한국 경제 앞날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이날 대법원판결 직후 논평을 통해 "대법원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미·중 무역전쟁 등 여러 가지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경제계의 불확실성이 지속됨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경련 배상근 전무는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이번 판결로 인한 삼성의 경영활동 위축은 개별기업을 넘어 한국경제에 크나큰 악영향을 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같은 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입장문을 통해 "삼성그룹의 경영상 불확실성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며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 우리 경제는 미·중 무역 갈등, 일본의 수출규제조치 등 대내외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이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앞장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더욱 활발히 할 수 있도록 지원과 격려가 절실하다”고 전했다.
경총은 또한 “경영계는 금번 판결이 삼성그룹 경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적·행정적 배려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 KB증권 “삼성 대형 M&A 의사결정 지연 등 불확실성 우려”
증권업계에서도 이재용 부회장 판결로 인한 삼성그룹 계열사의 미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9일 김동원닫기김동원기사 모아보기, 김준닫기김준기사 모아보기섭, 이남석, 이태영 등 4명의 KB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일제히 삼성그룹 계열사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계열사는 오너 리스크 부각으로 해외 대형 인수합병(M&A)과 같은 핵심 의사결정의 지연 가능성이 예상된다”며 “지배구조를 포함한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는 신뢰 회복 방안 또한 늦춰질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김동원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해 “지난 2012년 이후 매출 성장이 7년간 둔화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오너 중심의 중장기 사업 전략 수립과 해외 대형 M&A 등을 통해 향후 성장을 모색하려고 했던 계획에 다소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준섭 연구원은 삼성물산에 대해 “의사결정권자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로 인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현금 및 기타 유동자산의 활용이 영향을 받는다면, 삼성물산의 수익성 개선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다만 건설사업 부문 중심의 호실적과 주주친화정책 확대가 기대된다는 점, 그리고 보유 중인 투자자산의 가치가 높다는 점은 투자 포인트로서 여전히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이태영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연간 수주 및 실적 가이던스 조정 요인이었던 검찰 조사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분식회계와 경영 승계 과정의 연관성에 대한 주장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신규 투자에 대한 검토 역시 수주 활동이 정상화되기 전까지는 위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지막으로 이남석 연구원은 “삼성생명은 장기성 보험계약 위주로 구성돼있는 사업구조의 특성상 영업전략 및 기업가치 변동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다만 향후 삼성생명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 확대될 시 발생할 수 있는 지배구조 관련 잠재적 리스크는 남아 있다”며 “삼성전자 지분 처분 여부와 중장기 자본정책에 대한 의사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도 부정적 변수”라고 평가했다.
홍승빈 기자 hsbrobi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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