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은 보험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보험 판매 수수료와 사업비 문제를 다루는 공청회이자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리는 행사라는 점에서 공청회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보험사와 전속설계사, GA 설계사, 언론, 각 유관기관 관계자 등, 공청회장은 발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런데 공청회가 시작되기 10분 전, 구름떼처럼 몰려든 청중들 사이에서 암 환우가 “삼성화재, 한화생명 직원을 찾는다”며 공청회장을 누비기 시작했다. 보험업계의 수많은 관계자가 찾아온 자리인 만큼 해당 회사들의 관계자가 있을 법도 했지만, 청중들 가운데 누구도 일어서지 않았다.
김용범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축사를 위해 연단에 섰을 때 발생했다. 한 암 환우가 김용범 부위원장에게 “한 마디만 하게 해달라”며 발언권을 요구한 것이다. 김 부위원장은 침착하게 “잠시 후에 면담해드리겠다”고 대응한 뒤 축사를 마치고 연단을 내려왔다. 그러나 암 환우들은 김 부위원장과의 면담 대신, 주제발표에 앞서 잠시 장내 정리가 이뤄지는 동안 진행위원들에게 재차 요청해 마이크를 손에 쥐었다. 이어 4~5명 가량의 환우들이 플래카드와 함께 입장해 연단에 섰다. 이들의 플래카드에는 ‘보험료 받았으면 암 입원보험금은 암환자가 주인이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보험회사는 약관대로 지급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마이크를 잡은 한 암 환우는 “요즘 나오는 암 보험광고를 보면 꼴보기가 싫다”고 운을 뗀 후, “암에 걸려서 정당하게 보험금을 달라는 데도 보험사들이 제대로 보험금을 주지 않고 있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두 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암 환우는 호소문까지 준비해 울먹이는 목소리로 보험사들의 ‘횡포’를 고발하기도 했다. 예기치 못한 이들의 등장으로 주제발표는 약 10분가량 지연됐다. ‘소비자 보호’를 논하기 위한 공청회에 ‘소비자’들이 등장해 이 같은 소동이 발생한 것은 씁쓸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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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지난해 금융당국은 각 유관기관과 함께 암보험 약관을 명확화하는 개선안을 마련한 바 있다. 개선안에서는 암의 직접적인 치료를 ▲항암방사선치료 ▲항암화학치료 ▲암을 제거하거나 증식을 억제하는 수술 ▲이들을 병합한 복합치료로 규정했다. 반대로 암의 직접적인 치료로 볼 수 없는 경우는 ▲식이요법·명상요법 등 의학적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치료 ▲면역력 강화 치료 ▲암이나 암 치료로 인해 발생한 후유증·합병증의 치료다.
그러나 개편안 제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암 환우들과 보험업계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는 기존에 암보험에 가입했던 암 환우들이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보험사별 암입원보험금 분쟁조정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19개 생보사는 재검토를 주문받은 527건의 암보험 민원 중 128건(24.3%)만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비단 암보험만이 아니라 현재 판매되고 있는 상품들도 언제든지 약관 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있다”며,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전사적인 노력으로 이 부분을 해결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암 보험금, 즉시연금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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