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2015년부터 2년간 캐피탈 부사장을 역임하면서 NH농협캐피탈 영업자산 규모를 2년여 만에 3조원대로 성장시키고 150억원 정도였던 당기순이익도 300억원대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이뤘다.
◇ 뚜렷한 실적으로 ‘재임 4년’ 달성
NH농협캐피탈은 지난 2008년 농협그룹으로 편입된 뒤 현재까지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9000억원이었던 총자산은 2016년 3조원을 돌파, 2017년 말에는 4조원까지 자산 성장을 이뤘다.
특히 고 대표가 부사장 재임하던 시절부터 건전성 지표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4년 말 3.44%였던 연체채권비율이 부사장 취임 첫해인 15년 2.26%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낮아져 지난해에는 1.73%를 달성했다.
올해 상반기 연체채권비율은 1.86%로 소폭 상승했지만 그동안 꾸준히 낮춰온 비율이 훨씬 커 자산건전성이 개선된 상태가 유지되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됐다. 부실 채권을 매각하면서도 리스크가 높은 상품의 신규 취급을 제한하고, 안전한 자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던 결과다.
한국신용평가가 제시하는 올해 3분기 NH농협캐피탈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오토금융, 개인금융, 기업금융이 각각 영업자산의 49%, 17%, 34%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리스크 관리가 까다롭다 여겨지는 소매금융과 오토지만, 고 대표는 전국 농협 네트워크를 이용한 ‘범농협 시너지 사업’으로 안정적 수익원을 창출했다는 평가다.
‘범농협 시너지 사업’은 전국적인 지점망을 가진 범농협 네트워크를 이용해 지역농축협 조합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판로를 확보한다는 NH농협캐피탈의 사업 전략이다.
아울러 올해는 몸집을 키우면서도 이익기반을 공고화하며 시장 지위를 높인 것에 좋은 평가를 받아 여러 신용평가사들에게서 신용등급 상승이라는 쾌거를 얻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8월,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1월에 NH농협캐피탈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했다.
이들은 NH농협캐피탈이 다변화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시행하면서도 농협금융지주의 지원 사격을 바탕으로 사업안정성과 자본적정성을 확보한 것이 신용등급 상승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로써 다른 지주계열 캐피탈사와 비교해도 비슷한 조달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서 회사의 지속적 성장을 이룰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고 대표가 이와 같은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기반에는 농협금융그룹의 든든한 지원 사격이 있었다.
농협지주는 NH농협캐피탈에 유상증자를 꾸준히 지원해왔다.
2012년 500억원, 2014년 700억원, 2016년 500억원, 2017년 1000억원에 이어 올해 2월에도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제공했다. 그 결과 2017년 말 9.2배였던 수정레버리지를 2018년 9월 말 8.1배로 개선할 수 있었다.
타 계열사와의 연계 영업도 몸집 불리기에 한 몫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농협금융그룹 연계 영업 자산은 작년 말 5230억원에서 올해 9월 말 6928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지역 농축협 연계 오토자산과 NH투자증권과 농협은행 연계 기업금융자산이 동기간 각각 406.1%, 32.2% 성장하면서 증가세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 미래 중점 사업으로 지속적인 성장세 노려
NH농협캐피탈은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고태순 대표는 이를 기념하며 앞으로 다가올 10년의 준비를 위해 ‘농심을 품고 협동조합의 가치를 실현하는 글로벌 여신전문회사’라는 비전을 선포하고 신사업에 역점을 둔 중장기 전략을 수립했다.
신사업은 ‘범농협 시너지 사업’을 포함해 디지털 금융 선도, 글로벌 사업 진출, 투자금융 고도화의 4가지로, 이를 통해 NH농협캐피탈의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금융을 위해 캐피탈사 중에서 처음으로 2017년 4차산업혁명추진단을 발족했던 NH농협캐피탈은 올해 이를 디지털혁신실로 격상하고 전사적 디지털화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ICT 업체인 아마존과의 클라우드 협업과제를 수행했고, 직원들의 디지털 DNA를 심어주기 위한 스터디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고 대표는 직원들이 자유롭게 개발에 몰두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하고 독려하면서 미래 사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이러한 노력 및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10월 우수 빅데이터 선도기업을 선정하는 코리아빅데이터어워드에서 통계청장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또 지난 4일에는 NICE평가정보와 업무협약(MOU)를 맺어 중금리 신용대출 모형의 리스크를 축소하기 위한 인공지능 기반의 신용분석 모형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고 대표는 이번 MOU로 2금융권의 신용평가 체계를 한 단계 발전시키고 선제적인 리스크관리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 대표가 글로벌 사업과 투자금융 사업에서 펼치는 ‘농협금융 Only One’ 전략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농협금융 Only One은 농업과 금융, 두 가지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전략으로, 농협의 금융 시너지와 농업의 풍부한 노하우 전파를 통해 업계 타사들이 범접할 수 없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농협금융지주의 포부인데, 고 대표는 그룹의 비전을 캐피탈로 옮겨와 미래 사업에 적용시켰다.
고 대표는 농협 정체성을 기반으로 10년 내 회사 이익의 절반을 글로벌시장에서 창출해야 한다며 해외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단독 진출보다 현지 또는 국내 제조사와의 합작과 기존 금융회사에 전략적 지분투자를 통한 안정적 진출 전략을 꾀하고 있다.
먼저 잠재력이 큰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에 진출을 위해 현지 사무소 개소, 공동 투자등 거점 국가 현지화를 통한 사업기반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2017년부터 NH농협캐피탈은 중국 공소융자리스사의 유상증자에 참여, 29.82%의 지분율을 확보해 2대 주주 자리를 확보했다.
지난달에는 고 대표가 직접 인도네시아에 방문해 금융사와 공동 투자 협의 MOU만 2건을 체결하면서 동남아시아에서 큰 성장잠재력을 보유한 인니의 투자 금융 채널을 구축하게 됐다.
이밖에 베트남에서는 국영은행과 협력을 추진 중이다. 그는 2020년까지 5개국 이상의 해외 사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캐피탈 시장이 레드 오션인 상황에서 회사가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할부·리스 등에 한정된 영업만으로는 어렵다는 판단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캐피탈사들은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 사업에도 진출하기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 고 대표도 이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인도네시아에서의 합작 벤처캐피탈 설립과 인도 NBFC(Non Banking Finance Company)회사에 지분 투자도 검토 중일 만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 모습이다.
이와 더불어 투자 관련 조직도 신설할 만큼 투자금융 역량을 고도화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농협 고유의 경쟁력을 살린 ‘농식품모태펀드’ 운용사로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선정됐다. 고 대표는 675억원인 펀드출자 규모를 3년 내 2000억원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해당 펀드를 운용하면서 리스크 관리, 투자 역량 등 내부 역량을 축적하고 투자처 다변화를 통한 우량 기업금융 자산 확보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농협 정체성을 살려 마트팜, 농업 관련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국내 농업 선진화에 기여하고 농식품 업체 투자전문회사로 도약하려는 전략 역시 다른 금융사들과 비교해 차별화된 부분이라 신선하게 다가온다.
◇ 공격적·안정적 성장에도 5년 재임은 무리일까
17일 열릴 농협금융지주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농협 계열사 CEO들의 거취가 결정되는 만큼, 곧 발표될 고태순 대표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영자로서 나무랄데 없는 실적을 달성한 그지만, 농협금융지주의 인사 정책이 내년 재연임에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농협지주의 CEO 선임은 ‘1년’으로 유명하다. 농협지주는 먼저 1년 단위의 임기를 주고 그동안 CEO가 호실적을 펼치면 1년 연임을 시행했다. 철저하게 성과 중심으로 인사가 정해지는 농협그룹에서 고 대표가 탁월한 실적을 바탕으로 고위 임원(부사장 2년 + 사장 2년)만으로 4년을 지낸 것도 쉽지 않은 일이기에, 고 대표의 내년 연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따라서 고 대표가 농협지주 인사 변수에 따라 재연임 심사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는 목소리가 크다.
다만 NH농협캐피탈이 디지털 금융으로서의 전환에 한참 박차를 가하는 중이고, 해외서 활발한 시장 개척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NH농협캐피탈의 성장세를 굳히기 위해 고 대표에게 1년이라는 시간이 더 주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앞서 김광수닫기김광수기사 모아보기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전문성에 초점을 두고 업무경력과 직무 전문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우수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겠다고 인사 방향을 제시했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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