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반도체주의 주도주 탈환과 강세장 재개는 낙폭 만회 시도 이후의 과제라는 진단이 나온다. 현재 반도체주의 시장 대비 상대 밸류에이션이 지난 2016년 빅 사이클 랠리 이전 수준인 데다가 역사적 바닥권까지 원점 회귀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0.57% 내린 4만3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액면분할 이후 거래를 재개한 지난 5월 4일 이후 4만4000원선 붕괴를 맞은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장중에는 4만3500원까지 떨어지면서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0.27% 오른 7만47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 거래일 대비 소폭 회복한 모습이지만 8만원선을 내준 지난 8일 이후 연일 주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5월을 저점으로 지난해 11월까지 130.1% 상승했다. 현재는 고점 대비 23.1% 떨어진 상태다. SK하이닉스 역시 2016년 5월을 저점으로 지난 5월까지 280.9% 올랐지만, 현재 고점 대비 23.2% 하락했다.
디램(DRAM) 선두업체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발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 단가 하락에 다른 업황 고점 통과(Peak-out) 우려에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에 외국계 투자은행(IB)이 반도체 업황에 대한 경고장을 날리면서 타격을 면치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모건스탠리는 9일(현지시간) 반도체 기업에 대한 투자전망을 기존 '중립(in-line)'에서 '주의(cautious)'로 하향 조정했다. ‘주의’는 모건스탠리의 투자의견 중 중 최하 단계로 반도체 업종의 주가 상승률이 향후 12개월에서 18개월 동안 시장 평균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을 나타낸다. 조지프 무어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업황 사이클이 과열 신호를 나타내고 있다”며 “리드 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소요시간)의 단축이나 수요 둔화는 심각한 재고조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최근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뒤따른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낸드(NAND) 가격의 하락세 진입에도 여전히 견조한 디램 가격 영향으로 메모리 업체들은 3분기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갱신할 전망”이라며 “디램과 낸드 모두 수요의 감소에 따른 가격 하락이 아닌 만큼 비수기 구간의 가격 하락은 오히려 메모리 컨텐츠 증가에 따른 수요 증가를 촉발해 늦어도 내년 3분기 성수기 진입에 따른 업황 개선 속도는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의 인메모리 컴퓨팅(In-Memory Computing) 투자가 가속화될 전망”이라며 “디램은 연말·연초 비수기 동안 소폭의 가격 하락이 예상되지만, 내년 2분기부터는 인메모리 컴퓨팅 투자의 수요 확대가 가속화되며 장기 호황 추세로 회귀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인메모리 컴퓨팅에서는 주요 데이터가 디램에 모두 저장되기 때문에 서버 디램의 사용량 확대와 범용그래픽처리장치(GPGPU)의 병렬처리 속도 향상을 위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사용량 증대가 필수적이다. 이에 박 연구원은 인메모리 컴퓨팅 환경에서는 디램이 서버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써 동작하고, 낸드는 기존 하드디스크(HDD)의 수요를 대신하면서 서버의 네트워크 속도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관측했다.
◇주도주 귀환 트리거는…“美 투자 모멘텀 정상화”
반도체주의 주도주 귀환에 있어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와 신흥국 환율 안정화가 핵심 요인이 될 전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주의 주도주 귀환 여부는 미국의 중장기 설비투자(Capex) 인프라 투자 사이클에 대한 정책 신뢰 부활이 중요하다”며 그 분수령으로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 경기 모멘텀 약화, ‘중국 제조 2025’ 견제 성격이 농후한 G2 통상마찰, 트럼프노믹스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 영향으로 자중지란에 빠진 미국 투자 모멘텀의 정상화 여부가 글로벌 반도체 낙관론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김 연구원은 글로벌 반도체 사업의 상당 부분이 한국, 대만, 중국 등 주요 신흥국 주도로 전개되고 있어 신흥국 통화 동반 약세 구도가 지속되는 한 달러로 표시되는 반도체 탑 라인(Top-line) 환경은 중립이상의 수준으로 구체화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는 “글로벌 반도체 주가 방향 선회의 주요 촉매로서 9월 및 12월 미연방준비제도(Fed) 금리 인상과 신흥국 내 거시건전성 취약국의 전염 리스크 현실화 여부, 10월 미 재무부 환율보고서 발표, 원화 및 위안화 환율 향배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글로벌 정보기술(IT) 밸류체인 안에서 한국의 존립기반이 송두리째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면 현 가격 레벨은 저가매수(Bottom-Fishing)의 분명한 호기가 된다”며 “밸류에이션 콜(Valuation Call)에 근거한 낙폭과대주 저점매수 또는 기술적 반등 논리가 현시점의 반도체 핵심 접근 전략”이라고 부연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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