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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현성철, 즉시연금 소송전 ‘임전무퇴’

기사입력 : 2018-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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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민원인 대상 선제소송 제기
금감원장 “필요하면 종합검사” 으름장

윤석헌-현성철, 즉시연금 소송전 ‘임전무퇴’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삼성생명을 시작으로 생명보험업계 전반을 강타하고 있는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미지급금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져나가고 있다.

금융당국이 즉시연금 미지급금에 대해 보험사 측에 일괄지급 권고를 내렸지만, 생보업계의 ‘맏형’격인 삼성생명이 이를 거부한 것에 이어 2위 한화생명까지 분쟁조정위원회 측에 불수용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은 13일 ‘즉시연금 과소지급’ 논란과 관련해 민원을 제기한 즉시연금 상속만기형 상품 가입자 A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사태는 더욱 점입가경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에 윤석헌닫기윤석헌기사 모아보기 원장은 16일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를 부당하게 취급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우리 공식 입장”이라며, “우리는 우리대로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발언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사실상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을 비롯한 보험사 전반에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생명 이사회는 지난 2월 즉시연금 가입자 1건에 대한 분쟁조정 결과를 수용했다. 하지만 전체 가입자 약 5만5000명에게 일괄 적용해 4300억 원을 추가 지급하라는 금감원의 권고는 거부하고 법원의 판단을 받기로 했다.

850억 원 가량의 즉시연금 미지급금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한화생명 역시 지난 9일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과소지급 여부에 대한 분쟁조정 결과를 거부하는 의견서를 금감원에 최종 제출했다.

다만 삼성생명과는 달리 한화생명의 불수용 의견서는 1건의 분쟁조정에만 해당된다는 설명이다. 추후 법리적 논쟁이 해소되는 즉시 동종 유형의 계약자들에게 불이익이 되지 않도록 일괄적으로 조치하기로 한 상태다.

◇ 먼저 칼 뽑은 삼성생명, “불확실성 제거하기 위한 방안”, 윤석헌 “필요한 조치 취할 것”

당초 삼성생명 측은 즉시연금 일괄지급 권고와 관련해 언론이 ‘소송’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삼성생명 이사회 이후 언론 보도가 쏟아지자, 이와 관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당장 금융당국이나 소비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이 아니라, 법적인 근거를 명확히 하자는 취지에서 이번 결정이 내려진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던 바 있다.

그랬던 삼성생명이 금감원이나 소비자들보다 먼저 소송에 나선 것 자체를 두고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보험업법 개정안을 비롯해 금융당국과 껄끄러운 관계를 가져가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먼저 소송을 걸고 나왔다는 것은 법적 근거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 아니겠나”라는 생각을 밝혔다.

삼성생명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에 삼성생명 측이 건 소송은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이다. 즉 민원을 제기한 가입자 A씨의 계약에 대해 법원 측에 해당 민원에 대한 권리 및 의무를 확정하기 위한 소송으로, 소송 결과에 따라 지급 여부 및 규모가 결정된다는 방침이다.

삼성생명 측은 “법원에서 추가지급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확정되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처음으로 지급을 권고한 지난해 11월 이후 소멸시효가 완성된 지급액에 대해서도 완성 여부와 무관하게 전액 지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금융감독원은 소송이 제기된 가입자에 대해 소송비용 및 관련 자료를 지원하기로 방침을 세워둔 상태다.

금융분쟁조정세칙에 따르면 금감원은 분조위가 민원인 청구를 인용했거나 인용 가능성이 큰 사건에 대해 피신청인(금융회사)의 조처가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소송을 지원할 수 있다.

금감원의 소송지원으로 법정공방이 시작되면 당국과 보험사간 대리법정소송이 시작되는 셈이므로, 이번 소송을 시작으로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이 본격적인 충돌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법정 다툼 승산 있나? 보험업계, 금융당국과 이례적인 ‘전면전’

통상적으로 보험사를 포함한 금융업계는 금융당국의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당국의 심기를 거슬려봤자 돌아오는 것이 없고, 금융당국 역시 금융업계를 지나치게 조인다면 ‘관치 금융’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어 양측은 대체적으로 공생 내지는 오월동주의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는 생명보험업계 1, 2위를 다투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나서면서 상황이 이례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는 ;두 보험사가 어느 정도 승소 가능성을 엿본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두 회사가 자문을 구한 외부의 대형 로펌들 모두가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답변을 내놓음에 따라 자신감이 붙었다는 시각이다.

보험업계가 주장하고 있는 가장 큰 근거는 ‘운용수익에서 만기 때 돌려줄 원금을 만들기 위한 재원(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따로 적립하는 것은 연금보험의 기본 보험업의 원리’라는 부분이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약관에 사업비를 따로 뗀다는 조항이 없다’는 부분도 해당 상품의 기본 원리를 고려하면 참작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측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한화생명 측은 “불수용 의견서를 제출한 부분은 전체가 아닌 1건에 대한 불수용 의견이므로 금감원에 전면전을 건 것은 아니다”라며 몸을 숙이고 있으며, 삼성생명 역시 “특별히 승소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며, 불확실한 부분을 없애고 넘어가자는 취지의 소송”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으로서는 이번 일로 감독 기관으로서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는 반응이 많다. 올해 초부터 새 금감원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최흥식닫기최흥식기사 모아보기-김기식닫기김기식기사 모아보기 등의 인사들이 불명예 퇴진하는 등 여러 잡음이 발생했다.

여기에 우여곡절 끝에 취임한 윤석헌 금감원장은 ‘소비자 보호’를 천명하며 보험업계에 선전포고를 날린 상황이라 당국과 보험업계는 불편한 동행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업계 1, 2위사가 금감원의 권고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나서면서 양측의 관계는 한층 더 불편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소송비 및 관련 자료 제공 등의 지원 외에도 10월 예정된 종합검사 등을 통해 우회적 압박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위험관리실태 현장점검에서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사들에 대한 집중적인 감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원장은 삼성생명이 종합검사의 주 타깃이 되지 않겠냐는 예상에 대해 특별히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종합 검사 계획은 아직 논의 단계”라면서도 “소비자 보호 문제나 즉시연금 등 중요하다면 욕을 먹어도 해야 한다”고 했다. 자칫 ‘보복성 검사’라는 비난을 듣더라도 이를 감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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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시연금 이슈, 금융당국 밀어붙이기식 대응 적절치 않다” 부정적 목소리도

이처럼 즉시연금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업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 자체가 ‘이렇게까지 커질 일이 아닌데 금감원이 무리수로 일을 키우고 있다’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 하나로 일괄지급을 권고하는 것은 지나친 관치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의 기싸움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 피해가 결국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단 이번 즉시연금에 가입한 소비자들만이 아니라, 소송 및 법정 공방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들이 다른 상품에 가입한 소비자들의 보험료 인상까지 전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금감원의 요구대로라면 삼성생명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분조위의 조정을 한 건만 받아들여도 전체 미지급금을 일괄지급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 금융사들이 쉬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권고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금감원이 일괄구제 방침을 그대로 밀어붙이는 한 앞으로 분조위의 결정에 반기를 드는 금융회사들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라는 대의명분에 반대할 금융사가 어디 있겠냐”면서도, “의도가 좋다고 해서 강제로 권고를 밀어붙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보험사들도 이윤을 추구하고 회사를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지금처럼 일괄구제를 요구하는 것은 금감원의 명백한 무리수”라고 못 박았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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