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경쟁의 치열한 폭풍 속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내며 항해하기 위해서는 파도의 흐름을 빠르게 읽을 뿐만 아니라, 눈 앞에 놓인 바다가 아닌 그 너머의 대양(大洋)을 향한 길을 만들어 내는 ‘블루오션 시프트’가 필요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한 ‘공유인프라 경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준 사장은 “기존의 관행을 탈피해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꾸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나가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회사의 기업가치와 성과를 Shift-up해 글로벌 에너지·화학 일류 기업으로 한층 더 도약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김 사장은 이 같은 ‘블루오션 시프트’를 위해 △딥체인지 2.0 실행 △공유 인프라 통한 혁신 가속화 △일하는 방식의 혁신 등 세 가지를 올해 주요 과제로 꼽았다.
김 사장은 “지난해 수립한 우리의 성장 전략이 보다 빠른 시간 내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올해는 실행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글로벌 파트너링과 무형자산 효율성 강화 (Intangible Heavy)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세대 동력인 화학 사업은 2017년 인수한 EAA, PVDC 사업을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시키는 한편, ‘선택과 집중’을 통한 고부가 제품 Portfolio 확보와 중국 중심의 성장을 가속화해 나갈 방침이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화학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연성 동박 적층판(FCCL·Flexible Copper Clad Laminate)’ 사업 매각을 결정하고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결정은 지난 2011년 사업 진출 후 6년 만이다. FCCL은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연성회로기판(FPCB)의 핵심소재로 리튬이온전지분리막(LiBS)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SK이노베이션의 정보전자소재사업부에서 생산하고 있다.
최근 들어 흑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지만, 기존 사업과 연계성이 떨어지고 시너지가 약하다는 판단으로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LiBS 사업 투자에 힘을 쏟고 있다. LiBS는 폭발·발화 등 이상 작동을 방지하기 위해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분리하는 역할을 하는 리튬이온 2차전지의 핵심 부품이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LiBS 생산설비 12·13호기 추가 증설에 1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또 다른 신 성장 동력인 화학 사업에서는 지난해 에틸렌 아크릴산(EAA)사업과 폴리염화비닐리덴(PVDC)사업을 잇달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추가적인 인수합병(M&A)을 검토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R&D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연구개발(R&D)투자도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R&D 투자비용은 2003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2015년 0.34%, 2016년 0.37%, 2017년 0.43%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R&D 투자 확대는 배터리사업에 대한 신규 투자와 관련 인력을 많이 늘렸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비정유 부문 중에서도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핵심 신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다. 김 사장은 “차세대 먹거리인 배터리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지속 성장이 가능한 구조로 변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R&D 투자비용 2003억원 중 절반 이상을 배터리 사업 신규 투자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배터리사업본부 신설 등 조직개편을 통해 배터리·화학 사업부문을 대폭 강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R&D 역량 강화를 위해 ‘배터리연구소’를 확대 개편하기도 했다.
이처럼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와 석유화학 등 신사업에 목 메는 이유는 실적 변동성이 큰 정유사업만으로는 지속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유사업은 국제유가나 환율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비정유 부문 강화를 위한 투자를 통해 실적에서도 본격적인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해 비정유부문 사업에서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2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지난해 업황 호조로 화학사업 부문에서 1조377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비정유사업 중에서도 화학사업의 역할이 컸다. 1분기 화학사업은 2848억원을 기록, 비정유부문 기여도가 64%를 넘어섰다. 이는 전체 SK이노베이션 실적의 4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의 화학사업의 기여도는 2016년 38.2%, 2017년 42.6%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의 화학사업이 정유업의 부침을 상쇄할 캐시카우로 자리잡은 데는 ‘정유업의 미래’를 내다 본 선제적 투자가 주효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1년 물적분할을 통해 SK에너지와 SK종합화학을 신설, SK종합화학을 필두로 화학사업 강화에 역량을 쏟아왔다. 이후 2013년 SK에너지의 인천 콤플렉스가 인적분할되면서 SK인천석유화학이 새롭게 출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화학부문의 체질개선을 본격화했다.
김 준 사장은 “비정유 부문에서 안정적이고 탁월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갖춘 한 해였다”면서 “올해도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증가로 인한 정제마진 강보합세와 양호한 화학제품 스프레드(제품 판매가와 원재료 가격 차이) 유지 등으로 좋은 실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배당 인심도 후해졌다. 보통주 1주당 6400원씩 현금 결산배당한다. 지난해 7월 주당 1600원 중간배당을 합치면 연간배당은 전년대비 25% 늘어난 주당 총 8000원이다. 배당금 총액은 7456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 He is…
△1961년생. 1980년 경동고 졸업 / 1984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 1986년 서울대 경영학 석사 / 2015년 SK에너지 에너지전략본부장 / 2016년 12월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현)
유명환 기자 ymh753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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