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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돼지가 호랑이를 물다…미국 AI 왕좌 흔든 中 딥시크 [전병서의 中 첨단기업 리포트②]

기사입력 : 2026-03-1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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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돼지가 호랑이를 물다…미국 AI 왕좌 흔든 中 딥시크 [전병서의 中 첨단기업 리포트②]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1월의 마지막 주, 실리콘밸리는 패닉에 빠졌다.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다운로드 순위에서 챗GPT를 밀어내고 1위를 차지한 것은 뜻밖에도 중국의 무명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였다. 엔비디아 주가는 하루 만에 17% 폭락했고, 수천억 달러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한 지 불과 며칠 만에 트럼프닫기트럼프기사 모아보기 진영도 말을 잃었다.

미국 최고의 AI 기업 챗GPT에 필적하는 AI를 중국의 이름 없는 스타트업이 미국 빅테크 개발비의 단 5% 비용으로 만들어냈다. '평범한 작은 돼지(一只平凡的小猪)'라는 자선 활동 이름으로 기부를 즐기는 이 회사의 창업자 량원펑(梁文峰)은 세상을 향해 조용히 선전포고를 했다. 딥시크의 성공 방정식은 사람(人), 기술(技), 돈(金) 세 축의 기묘한 역설에 있다.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앞줄 오른쪽)이미지 확대보기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앞줄 오른쪽)


[사람] 100년에 한 번 나올 천재, 해외 출장 금지된 CEO

딥시크의 창업자 량원펑(梁文峰)은 1985년생이다. 광둥성 5선 소도시 우천시(吴川市)의 가난한 초등학교 교사 아들로 태어나 17세에 저장(浙江)대학교에 입학한 수학 천재다. 전기공학 학·석사를 마친 그는 2015년 저장대 동문들과 함께 퀀트 헤지펀드, 하이플라이어 퀀트펀드(幻方量化基金)를 창업했고, 2016년 10억 위안으로 출발한 펀드를 2021년 1,000억 위안 규모의 중국 4대 퀀트펀드로 키워냈다.

량원펑의 우천시 우천 제1중학 졸업식 사진 (자료:우천인재망)이미지 확대보기
량원펑의 우천시 우천 제1중학 졸업식 사진 (자료:우천인재망)

업계에서는 량원펑이 '해외 출장 불가' 상태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유는 단 하나다.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기술적 천재가 해외에서 사고사로 위장한 사고를 당할 위험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반도체·AI 규제가 노골적인 기술 패권 전쟁으로 비화된 마당에, 딥시크의 두뇌이자 심장인 량원펑은 중국의 '전략 자산'으로 관리된다.
중국 순수 토종 천재 CEO 한 명이 139명의 소규모 팀을 이끌고 OpenAI의 1,200명 조직이 만든 챗GPT-4o를 뛰어넘는 AI를 만들었다. 딥시크의 성공은 중국 인재 밀도의 승리다.

경력 8년 이상은 채용 금지 - 역발상 인재 전략

량원펑의 인재 철학은 실리콘밸리의 상식을 정면으로 거부한다. 딥시크는 연구개발 경력이 8년 이상인 사람은 무조건 채용에서 제외한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경험이 많을수록 혁신할 동기가 약해진다.' 대신 갓 졸업한 박사, 졸업 1~2년 차 청년 연구자들로 팀을 채운다.

2024년 북경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갓 받은 주치하오(朱其灝), 다이다마이(戴大迈) 같은 20대 연구자들이 딥시크의 핵심 인력이다. 채용 기준은 전통적 의미의 경험이 아닌 '열정과 호기심'이다. 량원펑은 36Kr과의 인터뷰에서 단언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경험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기본 능력, 창의성, 사랑이 더 중요하다.' 한편 딥시크를 떠나 샤오미에 스카우트된 1995년생 천재 연구원 뤄푸리(罗福莉)는 초거액의 연봉으로 이적했다. 딥시크가 키운 인재의 몸값은 실리콘밸리 수준이다.

식칼로 회를 뜨다 - 저사양 칩으로 최고 성능 달성

예리한 회칼이 없으면 무딘 식칼로 회를 뜨면 된다. 칼질 실력이 뛰어나다면 말이다. 미국이 엔비디아 최고 사양 GPU의 중국 수출을 막자, 딥시크는 수출 금지를 피한 저사양 H800 GPU 단 2,048개로 53일 만에 딥시크-V3를 완성했다. 세계 최선단 AI 기업들이 최소 H100, A100 기준 16,000개 이상의 GPU를 쓰는 것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딥시크가 개발한 3대 혁신 기술이 이 '식칼 신공'의 핵심이다. 첫째, MLA(Multi-head Latent Attention)는 메모리 사용량을 대폭 줄여 하드웨어 효율을 극대화했다. 둘째, MoE(Sparse Mixture of Experts)는 필요한 연산만 선택적으로 활성화해 계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했다. 셋째,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기반 훈련으로 수동 라벨링 데이터 없이도 모델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하도록 설계했다. 이 세 가지 기술 혁신이 결합해 저비용 고성능이라는 AI 업계의 불문율을 깨뜨렸다.

그림=생성형 AI 활용이미지 확대보기
그림=생성형 AI 활용

[기술] 오픈소스 전략 - 모든 비밀을 공개한 역설적 경쟁 우위


딥시크는 모델 가중치뿐 아니라 훈련의 모든 비밀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공유가 아니다. 량원펑은 오픈소스가 '문화적 표현'이라고 말한다. 역설적이게도 이 개방 전략이 딥시크의 가장 강력한 해자(垓子)가 됐다.

전 세계 엔지니어들이 딥시크 모델을 기반으로 파생 모델을 만들고, 생태계가 폭발적으로 확장된다. 메타의 저커버그가 내부 회의에서 '중국 AI의 획기적 진전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 생태계 확장에 대한 공포다. 엔비디아 연구원 짐 펀(Jim Fan)은 딥시크가 오픈AI 창업 당시의 원래 정신, 즉 '모든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는 개방적 AI'를 미국 기업이 아닌 중국 기업이 실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돈] 미국 1/20 비용으로 동급 성능 – , 'AI판 테무'의 등장

딥시크-V3의 총 개발 비용은 약 557만 달러다. 챗GPT-4o 훈련 비용 1억 달러의 5.5%, LLaMA-3.1의 5억 달러와 비교하면 불과 1.1%다. 미국 빅테크 임원 한 명의 연봉 수준으로 세계 최고 성능의 AI를 만든 셈이다. 전자상거래에서 핀둬둬의 테무가 최저가로 세계 시장을 휩쓴 것처럼, 'AI판 테무'가 등장한 것이다.

가격 전략도 파격적이다. 딥시크-R1의 API 이용 비용은 100만 토큰당 2.20달러로, OpenAI의 60.2달러 대비 1/27 수준이다. 이는 AI 산업의 수익 구조 자체를 흔드는 가격이다. 트럼프가 스타게이트에 5,000억 달러를 쏟아붓겠다고 선언한 시점에, 중국은 500만 달러로 동급 성능을 구현하는 '비용 혁명'을 완성했다.

'돈이 많으면 이긴다'는 AI 전쟁의 공식이 깨졌다. 이제 딥시크가 만든 새로운 전장의 규칙은 효율성과 창의성이다.

[경영] 상향식 혁신 문화 - 수평적 조직이 만든 수직 성장

딥시크의 조직 문화는 실리콘밸리의 거대 빅테크와 정반대다. 계층 구조를 경시하고, 직원들이 독립적으로 탐색하고 협업하는 자연스러운 분업 모델을 채택한다. 아이디어는 아래서 위로 올라간다. 량원펑은 '진정한 해자는 팀의 지속적인 혁신 능력'에 있다고 본다.

퀀트 헤지펀드 운용 시절부터 쌓인 데이터 처리와 알고리즘 최적화 경험이 AI 개발에 직결됐다. 금융 투자 알고리즘과 대형 언어 모델의 훈련 방법론은 생각보다 훨씬 유사하다. 불확실한 환경에서 최적해를 찾는 강화학습의 원리가 주식 시장 모델링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금융 퀀트 펀드가 세계 최고의 AI를 만든 것은 우연이 아니다.

딥시크, 미국 AI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딥시크의 현재 수준은 챗GPT- o3와 경쟁 가능한 수준으로 격차가 극도로 좁혀졌으며, 오픈소스 진영에서는 사실상 동급으로 취급된다 방향은 명확하다. 딥시크와 알리바바(통이치엔원)는 이미 오픈소스 진영에서 메타를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의 발전 속도라면 o3 수준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다. 딥시크는 더 이상 o3에게 명확히 뒤처지는 '추격자'가 아니라, o3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주요 경쟁자로 부상했다

더 무서운 것은 제2, 제3의 딥시크다. 알리바바의 성공이 수천 개의 전자상거래 업체를 탄생시켰듯이, 딥시크의 충격은 중국 전역의 AI 스타트업들을 자극하고 있다. '투자공학 회사도 세계 최고의 AI를 만드는데, 우리도 못할 것이 없다'는 창업 열기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골리앗의 급소를 정확히 찌르는 제2, 제3의 다윗이 줄지어 대기 중이다.

미국의 칩 금지, 트럼프의 5,000억 달러 스타게이트는 오히려 중국의 기술 혁신 본능을 자극하는 역설적 결과를 낳고 있다. 화웨이가 DUV 구식 장비로 7나노 칩을 양산했고, CXMT가 제재 속에 10나노대 D램을 돌파했듯이, 식칼 신공의 역설은 AI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태풍이 불면 돼지도 날 수 있다.' 바람이 멈춘 뒤에도 날 수 있는가의 문제가 남는다. 딥시크의 앞길에는 미국의 강력한 기술 봉쇄, 지식재산권 분쟁, 정치적 압박이라는 가시밭이 기다린다. 그러나 평범한 돼지 한 마리가 미국의 AI 호랑이를 물었다는 사실은 이미 역사가 됐다. 중국이 세계 첨단기술의 '무임승차자'에서 '창조자'로 넘어오는 변곡점, 그 첫 번째 상징이 딥시크다.

미중간의 AI 2라운드는 이제 막 시작됐다. 시장의 개척은 미국의 빅테크가 하고, 대중화는 가성비 끝판왕, 중국 AI가 한다. 그 역할 분담이 현실이 되는 날, 세계 AI 패권의 지도는 다시 그려질 것이다.

전병서 박사는

중국 칭화대에서 석사, 푸단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우경제연구소에서 반도체와 IT애널리스트로 17년간 일했다. 대우증권 상무, 한화증권 전무를 지내고 이후 19년간 중국경제와 금융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으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MBA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전병서 박사/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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