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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인된 용(龍)”의 부활: 미중 AI 전쟁이 낳은 괴물, 캠브리콘 [전병서의 中 첨단기업 리포트③]

기사입력 : 2026-03-1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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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인된 용(龍)”의 부활: 미중 AI 전쟁이 낳은 괴물, 캠브리콘  [전병서의 中 첨단기업 리포트③]이미지 확대보기

금지가 낳은 가장 강력한 무기

역사는 종종 아이러니한 순간을 목격한다. 상대를 억누르기 위해 채운 족쇄가, 오히려 그 상대를 더 강력하게 만드는 발판이 되는 순간 말이다. 2026 년 현재,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지형도는 미국의 대중국 기술 봉쇄 정책이 의도하지 않은 거대한 파도를 맞이하고 있다. 그 파도의 정점에 중국의 인공지능 (AI) 칩 설계 기업 '캠브리콘 (Cambricon Technologies))'이 우뚝 서 있다.

▲캠브리콘 본사의 벽면에 걸린 사명 로고이미지 확대보기
▲캠브리콘 본사의 벽면에 걸린 사명 로고

한때 "영원히 흑자를 내지 못할 것"이라 조롱 받던 이 기업은 이제 시가총액 4,630억 위안 (100 조 원:26.3.13주가기준) 을 돌파하며 중국 증시의 새로운 왕좌에 올랐다. 엔비디아의 대안이자, 중국 AI 산업의 자존심이 된 캠브리콘. 도대체 어떤 힘이 이들을 움직이고 있는 것인가? 이는 단순한 기업의 성장이 아니다. 이는 국가 생존을 건 사투가 만들어낸 산업적 기적이며, 한국이 반드시 주목해야 할 미래의 경고음이다.

천재 형제의 피눈물: 연구실에서 상장까지

캠브리콘의 신화는 두 천재 형제, 천윈지 (陈云霁) 와 천티엔스 (陈天石) 에서 시작된다. 이들은 모두 중국 최고 공과대학인 중국과학원대학 (UCAS) 의 영재 육성반인 '소년반' 출신으로, 각각 컴퓨터 아키텍처와 인공지능 알고리즘 분야의 천재로 불렸다. 2016 년, 이들은 학계의 안정된 자리를 박차고 창업의 길에 오른다. 당시만 해도 GPU 시장은 엔비디아의 독무대였고, 누구도 중국 기업이 이 영역에서 경쟁할 수 있으리라 믿지 않았다.

▲캠브리콘을 창업한 두 천재 형제_천윈지(陈云霁) 와 천티엔스(陈天石)이미지 확대보기
▲캠브리콘을 창업한 두 천재 형제_천윈지(陈云霁) 와 천티엔스(陈天石)
초기 시절은 처절했다. 투자자들은 "학생들이 장난치는 것"이라며 문을 닫아걸었고, 완성된 칩을 들고 찾아간 대기업들은 외면했다. 특히 최대 고객사였던 화웨이와의 관계 단절은 치명타였다. 화웨이가 자체 칩인 'Ascend' 칩을 개발하면서 캠브리콘은 주력 수익원을 상실했고, 상장 후에도 연속된 적자로 '상장 폐지 위기'론까지 대두되었다.

하지만 천티엔스 CEO 는 이 위기를 '기술 내재화'의 시간으로 삼았다. 그는 외부 의존도를 끊고, 클라우드부터 엣지, 단말기에 이르는 전 라인업의 자체 아키텍처인 'MLUarch'개발에 모든 자산을 투입했다. "남이 버린 기술을 쓰는 한, 우리는 영원히 노예일 뿐이다"라는 그의 신조는 연구진들을 혹독한 훈련으로 몰아넣었다. 수년 간의 적자는 곧 미래 기술을 위한 투자로 재해석되었고, 이 고독한 터널 끝에서 2024 년 말, 드디어 빛이 보였다.

저장성의 도박과 국가적 백업

캠브리콘의 부활에는 천재들의 노력만큼이나 강력한 뒷배경이 있었다. 바로 저장성 (浙江省) 을 비롯한 중국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저장성은 항저우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경제 벨트 구축을 위해 캠브리콘을 '핵심 엔진'으로 점 찍었다.

정부는 파격적인 세제 감면은 물론,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전력 공급 우선순위 지정, 연구단지 무상 임대, 그리고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했다.국영 은행들을 통해 저리의 대출을 제공하고, 지방 정부 펀드가 직접 캠브리콘의 주식을 매입하며 주가 방어에 나섰다. 이는 단순한 기업 지원을 넘어, 미국 제재에 맞서 '반도체 자립'이라는 국가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특히 2025 년 초, 미국이 대중국 AI 칩 수출 규제를 한층 강화하자, 중국 정부는 공공기관과 국영기업에 '국산 칩 의무 사용 비율'을 부과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캠브리콘에게 하늘에서 내려온 선물과도 같았다. 수요처가 보장된 상태에서 기술만 받쳐준다면 성장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블랙스완 딥시크와 흑자 전환의 기적

캠브리콘의 운명을 바꾼 결정적 계기는 2025 년 초,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 (DeepSeek)'의 돌풍이었다. 딥시크가 오픈 AI 의 모델을 능가하는 성능을 보여주면서 중국 내에서 생성형 AI 열풍이 폭발했다. 문제는 칩이었다. 미국의 제재로 엔비디아의 최신 칩 (H100, B200 등) 을 구할 수 없게 된 중국 빅테크들과 정부 기관은 필사적으로 대체재를 찾았고, 그 눈앞에 캠브리콘의 'MLU370'및 차세대 'MLU590'이 놓여 있었다.

수요는 폭증했다. 2025 년 상반기, 캠브리콘의 매출은 전년 대비 40 배 이상 급증하며 29 억 위안을 기록했고, 무려 10 억 위안이 넘는 순이익을 내며 역사적인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이 아니다. 수년간 적자를 감수하며 갈고 닦은 기술력이 '공급 부족'이라는 시장 상황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사라졌다. 이미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주요 클라우드 업체들과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금융 보안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산 칩 채택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열린 한 첨단기술 전시회에 출품한 캠브리콘의 부스에 관람객들이 전시품을 둘러보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에서 열린 한 첨단기술 전시회에 출품한 캠브리콘의 부스에 관람객들이 전시품을 둘러보고 있다.


미중 AI 전쟁의 최대 수혜자

아이러니하게도 캠브리콘의 최대 호재는 미국의 강경한 제재다. 미국이 중국에 칩을 팔지 않을수록, 중국 시장은 캠브리콘 독점 시장이 된다. 이를 '강제적 국산화 (Forced Localization)'라 부른다.

엔비디아 칩과의 기술 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캠브리콘의 최신 칩이 엔비디아 A100 의 약 70-80%수준이며 H100대비 1-2년의 격차가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절대적 성능'이 아니라 '구할 수 있느냐'다. 제재로 인해 엔비디아 칩을 아예 쓸 수 없는 중국 기업들에게, 성능이 70% 라도 국산 칩은 유일한 선택지다.

게다가 캠브리콘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생태계인 'Neuware'를 통해 파이토치 (PyTorch) 등 주요 프레임워크와의 호환성을 높여 개발자들의 진입장벽을 낮췄다. 엔비디아. 'CUDA'생태계를 완벽히 복제할 수는 없지만, 중국 내부에서 만은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술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광기의 주가: 엔비디아를 넘어서는 상승률

중국 자본 시장은 이에 열광했다. 최근 1 년간 캠브리콘의 주가는 무려 500% 이상 급등하며 상하이 증시의 전설이 되었다. 반면, 세계 최고의 기업 엔비디아의 주가가 연평균 30~40% 의 안정적인 성장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물론 엔비디아의 절대적 시가총액은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성장률 측면에서는 캠브리콘이 압도했다.)

2025 년 8 월, 캠브리콘의 주가는 1,000 위안을 돌파하며 중국 주식시장 사상 최초의 '천위안주 (1000 元株)'가 되었다. 일부 분석가들은 "현재 주가는 기대감을 선반영한 과열"이라며 경고했지만, 시장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이는 단순한 투기 광풍이 아니다. "중국에는 엔비디아 대안이 없다"는 절박함이 만들어낸 가치 재평가 (Re-rating) 다.

전병서 박사/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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