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이 5월 2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2018 한국금융미래포럼’은 재임 중 핀테크 전도사롤 자처했던 임종룡닫기임종룡기사 모아보기 전 금융위원장의 제언으로 성료했다.
◇ “전방위 혁신” 토론의 장 열려
‘블록체인-핀테크 생태계 선도전략과 과제’를 주제로 한 이번 포럼은 금융당국의 핀테크 활성화를 통한 혁신 추진 정책과도 맞닿았다.
참석자들에게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신기술을 활용한 서비스가 초기의 난관을 잘 헤쳐 나가 새로운 핀테크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본격적인 주제 강연에서는 한국과 일본 국내·외 전문가들이 금융시장이 대면한 도전과 혁신과제에 대한 의견을 펼쳐 관심을 모았다.
이어 정보보안 전문가인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안대학원 교수, 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인 우태희 한국블록체인협회 산업발전위원장이 제시한 블록체인의 효율적 활용과 전략 강연이 청중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날 포럼 말미에 이뤄진 패널토론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사회를 맡아 ‘블록체인을 활용한 핀테크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진행됐다.
패널토론은 세 명의 주제 강연자와 함께, 현장에서 직접 뛰는 업계의 김우섭 피노텍 대표, 김종환 (주)블로코 이사, 이준행 고팍스 대표가 발표자로 나섰다.
토론을 마무리하면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핀테크는 새로운 금융의 흐름이며 금융의 디지털화를 초래하고 금융시장 경쟁 구도를 바꾸고 있다”며 “블록체인의 경우 암호화폐에 대한 논쟁에도 불구하고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의제(agenda)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고 종합했다.
한편, 이번 포럼에서는 대학생 등 일반인 참가자들의 열의도 돋보였다. 가천대 겸임교수인 김종회 한국애널리스트회 이사는 수업의 일환으로 가천대 학생들과 포럼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 한-일 핀테크 협력 무궁무진
세부적인 주제 강연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과 일본의 핀테크 환경 차이가 상생모델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의견부터, 블록체인 산업 육성은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혜가 모아졌다.
1세션 ‘핀테크의 혁신적 발전을 위한 대응방안’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는 한국과 일본이 서로 장단점을 보완하면서 공동으로 핀테크 산업을 발전시키고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후카가와 유키코 교수는 닮은 듯 다른 한국과 일본의 핀테크 환경을 소개하면서 특히 한국은 인프라 측면에서, 일본은 규제완화 측면에서 각각 강점이 있다고 봤다.
현금결제가 지배적이고 전자머니가 난립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직불카드(debit card)를 통해 비현금화가 확립되고 스마트폰 보급 침투력도 높다고 했다. 절대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영향력, 대기업의 회계 정보기술(IT)화 선행 등도 일본과 대비된 한국의 특징이다.
반면 규제환경에서는 일본이 압도적으로 한국에 비해 완화적 기조라고 전했다. 한국은 재벌 문제나 중소기업 보호 측면에서 정부의 전통적인 금융지배 경향이 두드러지는 반면, 일본은 정부가 금융규제를 낮추는데 적극적이고 부동산 규제도 완화적 입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후카가와 유키코 교수는 “의료·건강 등 고령화와 농업혁신, 에너지문제, 지역개발 등에서 한국과 일본간 친화성을 발견하고 핀테크를 둘러싼 전략적 한·일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또 한일 양국이 국토 면적, 인구, 데이터 등 한정된 자원을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핀테크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는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신기술과 핀테크 융합을 위한 과제와 전략을 전달했다.
정유신 센터장은 올해를 인공지능(AI)·빅데이터·블록체인·클라우드 컴퓨팅 등 신기술 융합의 원년이라고 선언하고, 핀테크를 활용해 개발도상국 ‘금융수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유신 센터장은 “금융권에서 빅데이터 분석, 블록체인, AI 등 다양한 신기술을 도입하는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며 “다만 국내 핀테크 산업은 전자상거래와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했다.
정유신 센터장은 패널토론에서 “어떤 면에서는 융합 기술을 빨리 판매하고 다른 기술을 결합할 수 있는 빠른 대처가 중요하다”며 원천기술 뿐만 아니라 기술간 융합이 용이한 생태계 조성을 강조키도 했다.
금융당국에서는 전요섭 금융위 은행과장이 올해 3월 발표된 ‘핀테크 혁신 활성화 방안’에 대해 소개했다. 전요섭 과장은 혁신 금융서비스 지원을 위한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제정 추진, 금융 테스트베드 운영, 모바일 간편결제 활성화 등 금융당국의 핀테크 혁신 과제 추진현황을 전했다.
전요섭 과장은 “핀테크 금융혁신은 기회와 위험이 공존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블록체인·빅데이터·클라우드·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과 금융의 융합을 통한 다양한 혁신 서비스가 출현하는 것은 긍정적 변화라고 꼽았다.
반면 진화하는 사이버 위협은 위험 요소로 짚었다. 블록체인 효과가 다소 과장돼 검증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비롯, 데이터 활용의 개인정보보호 문제, 랜섬웨어 감염 위협 등을 새로운 정보기술(IT) 리스크로 꼽기도 했다.
이어진 2세션에서는 ‘블록체인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과제와 전략’이 논의됐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안대학원 교수는 블록체인 생태계 선도를 위한 과제와 전략을 제시했다.
김승주 교수는 블록체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탈중앙화(decentralized), 확장성(scale), 보안성 측면에서 접근했는데, 하나를 높이려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트릴레마(trillemma)’에 직면한다고 지적했다.
또 프라이버시 문제와 채굴에 들어가는 막대한 에너지, 거래소 해킹 문제도 난제라고 언급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기술적으로 분리할 수 없다며 암호화폐가 기반하고 있는 블록체인의 기술적 난제 중 어떤 것을 해결했는지를 봐야 한다고 했다.
김승주 교수는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강력하게 동기부여를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얼마나 성공적인지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패널토론에서 김승주 교수는 “암호화폐공개(ICO)의 장점은 국경 없는 투자에 있다”며 “기초 체력을 갖춘 한국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우태희 한국블록체인협회 산업발전위원장은 한국 블록체인 산업의 발전방안을 제안했다.
국내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법·제도 정비 및 기술표준 구축, 기존 산업과 블록체인 산업의 융합, 규제 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 도입을 통한 블록체인 전문 스타트업 집중 육성, 정부·기관 연계 벤처기업 해외진출 지원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암호화폐 관련 기술력과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발길을 돌려 ‘창업 난민’이 되고 있다는 실정도 지적했다.
우태희 위원장은 “블록체인 기술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관련 부처, 국회 등과 협의를 통해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기술 표준 수립 과정 모니터링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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