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디지털 혁명은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로컬은행의 몇 100분, 몇 1000분의 1로 리테일(소매금융) 네트워크 구축이 쉽지 않은데 모바일과 조화를 이루면 지점을 열지 않고도 상품을 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중은행의 글로벌 부문 담당자들은 ‘가시밭길’ 해외영업에서 살아남는 방법들을 이같이 제시했다. 국내 수익창출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은행들이 해외시장에서 기회를 탐색하고 있는 가운데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은 리테일 영업기반 확대로 현지화를 공략하고 있다.
◇ 두 자릿수 성장…중국·인니 주목
순익 규모가 가장 큰 은행은 구 외환은행 통합으로 해외 네트워크 강점이 있는 KEB하나은행이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글로벌 부문에서 340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역 별로 보면 KEB하나은행 중국법인인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는 전년비 30.2% 증가한 373억2600만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인도네시아 법인인 PT KEB Hana Bank도 지난해 633억9500만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두 자릿수(11%) 성장률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진출한 중국 자산관리(WM)업을 통해 틈새시장을 발굴하고 은행업과 비은행업을 아우르는 종합금융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는 현재 베이징·상하이·광저우·동북3성을 전략적 요충지로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KEB하나은행은 “인수합병(M&A)를 통한 현지 톱20 은행 진입을 목표”하고 있다. 또 “다양한 제휴 등을 통한 비은행 금융 확대”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룹사인 하나금융도 해외 네트워크를 디지털 전초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 핀테크 선두에 서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4월 인도네시아 현지에 정보기술(IT) 법인(PT. Next TI)을 설립했다. 하나금융티아이 지분이 95%, 하나캐피탈이 5%다.
김정태닫기김정태기사 모아보기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인천 청라 통합데이터센터 준공식에서 “인도네시아 현지 IT법인 설립과 통합데이터센터 구축을 계기로 핀테크가 중심이 되는 글로벌 진출의 발판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나금융은 오는 2025년까지 그룹 내 글로벌 부문 세전이익 비중을 40%까지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또 ‘중국통’ 인사 승진도 눈에 띈다. 지난해 연말 지성규닫기지성규기사 모아보기 하나은행(중국) 유한공사 행장이 KEB하나은행 부행장으로 승진, 지주와 은행간 임원 겸직을 끝내고 은행 글로벌사업그룹을 총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주는 진출지역과 산업 등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은행은 합병을 통해 확보한 해외 네트워크 자원의 효율적 활용, 이익기반 확대 등에 주력할 수 있게 됐다.
신한은행도 현지 진출 국내 지상사에 의존하지 않고 리테일을 공략한 점이 꼽힌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해외점포에서 23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전년 대비 30.8%나 순익이 급증했다.
신한의 해외사업에서 베트남이 차지하는 의미는 크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해 12월 ANZ BANK 베트남 리테일부문을 인수하면서 현지에서 HSBC은행을 제치고 외국계 은행 1위로 올라섰다. 자산규모는 33억 달러, 신용카드 회원수는 24만명, 고객수는 90만명에 이른다.
호치민, 하노이 등 베트남 핵심시장에서 현지 은행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채널 기반을 구축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지난 2016~2017년 사이 450억원~480억원대를 가리키고 있다.
지난해 신한은행중국유한공사도 ‘사드 사태’에도 불구하고 전년(81억4500만원) 대비 두 배를 넘은 218억7500만원의 순익을 냈다.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두 곳을 인수합병(M&A)한 통합법인 신한인도네시아은행도 지난해 85억9000만원의 순익을 거뒀다.
인도네시아는 ‘제2 베트남’으로 신한의 또다른 동남아 시장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위성호닫기위성호기사 모아보기 신한은행장은 임직원 조회사에서 “베트남에서 운영중인 모바일은행과 같이 디지털을 글로벌에 접목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중국과 인도네시아 전체적으로 장기 성장기반으로 리테일을 활성화한 영향이 컸다”며 “아직 시작단계 수준이나 연체율과 부실율이 낮게 안정적으로 나오면서 순익이 전반적으로 잘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차원에서 조용병닫기조용병기사 모아보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주와 은행·카드·금투·생명 등 5개사를 겸직하는 글로벌사업부문장(허영택 신한은행 부행장)을 두면서,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동반진출 국가 내 그룹사 협업을 촉진하기 위해 계열사 중 한 곳을 사업 실행 컨트리 헤드(country head)로 지정하는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 ‘지역 리스크’도 검토 대상
최고경영자(CEO)들의 해외 행보도 발빠르다. 아세안(ASEAN)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우리 정부의 ‘신(新)남방 정책’을 비롯, 중국이 추진중인 신 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외국자본의 중국 현지은행 100% 지분 허용 등이 핵심 이슈로 꼽힌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5일 중동을 비롯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를 돌며 해외 투자자들을 만났다.
허인닫기허인기사 모아보기 KB국민은행장도 이달 2일 3박5일 일정으로 미얀마와 캄보디아를 순방했다. 김도진닫기김도진기사 모아보기 IBK기업은행장도 현지 법인설립 인가를 타진하기 위해 지난 3월말 베트남 출장길에 올랐다.
최종구닫기최종구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도 올 3월 인도네시아 방문에 이어 베트남에서 상호교류 확대와 핀테크 협력 방안 등을 제안했다.
발전 잠재력이 꼽히는 아시아 지역에 대한 관심은 계속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단기에는 기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개발국 현지 중소기업이나 한국계 지상사 영업에 중점을 두겠지만, 이후 기업금융, 인프라·프로젝트 금융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수익성 측면에서 만족스럽지는 않다. 금융감독원의 해외점포 영업실적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 해외점포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은행권 총 순익(11조2000억원) 대비 7.7% 수준에 그치고 있다. 자산 증가로 이자이익은 늘었지만 비이자 이익은 감소했다.
또 국가 별로 보면 베트남·중국·인도·미얀마 순으로 아시아 지역이 전체 129개 중 69.7%를 차지했다. 10곳 중 7곳은 아시아 점포로 ‘쏠림’이 두드러져 위험 요소가 있다.
실제 지난해 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향후 5년간 중국의 금융정책 기조와 평가’ 리포트에 따르면, 중국은 금융업 내부문제 외에도 부동산, 지방정부와 국유기업의 높은 부채율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로 인해 향후 중국 금융정책 기조는 금융업 잠재 리스크 식별, 금융 리스크 책임 소재 명확화 등 리스크 방지 방안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복 경쟁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국내 은행들의 해외진출 현황 및 신용위험 방향성 분석’ 리포트에서 “아시아 신흥국 중 중국과 인도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경제규모가 작고 대외의존도가 높아 경기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는 등 거시경제 안정성 측면에서 다소 취약한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은행권 한 글로벌 사업 담당자는 “아시아 지역의 경우 리스크 관리 노하우 등 파트너가 부족한 부분을 과거 경험을 통해 지원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권 해외영업 담당 임원은 “글로벌 은행들처럼 오랫동안 해당 국가를 지켜보고 어떤 비즈니스를 할 지 결정한 뒤 사업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지분인수·M&A 등 방식을 정하고 적절하게 사람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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