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부회장은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핵심계열사 지분 승계에 속도를 끌어오리고 나섰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 장남인 정기선 부사장 역시 경영 승계 작업에 한창이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를 취하고 있다. 현대차가 기아자 치분 33.88%를 보유한 최대주주며 기아차는 현대모비스 지분 16.88%,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 20.78%를 보유 중이다.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현대차가 보유한 기아차 지분은 약 4조5000억원, 현대모비스가 보유한 현대차 지분은 약 7조원에 달한다. 반면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지분은 4조3000억원으로 가장 저렴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의 경우 기아자동차에 합병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하는 등 분할합병 이후의 현대모비스 지분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에 나설 계획”이라며 “이번 지분거래가 모두 마무리되면 현대자동차그룹의 기존 4개 순환출자 고리는 모두 소멸된다”고 말했다.
◇ ‘정공법’ 택한 정몽구-정의선 부자
일각에선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그룹 내 일부 계열사의 투자부문만을 떼네 지주회사를 만들 것으로 봤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보유 중인 주식을 지주사에 현물 출자해 경영권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양도세 납부 부담 없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를 위해 총수 일가가 약 4조6000억원 가량 현금을 투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자금 마련을 위해 분할합병 이후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양도소득세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특히,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올해부터 대주주 대상 과세표준에 해당돼 주식을 매각해 생긴 소득의 22%에서 27.5%(주민세 포함)로 상향 조정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적합한 방법을 택해 여론의 뭇매를 피하는 한편, 정부가 추진하고 재벌개혁 정책에 앞장서 각종 규제로부터 자유롭게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 오너 일가 증여액 가운데 ‘탑’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역시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 최근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장남인 정기선(36)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회사 현대로보틱스의 지분 5%를 매수 했다. 재계는 경영권 확보를 위한 작업으로 보고 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 부사장은 지난달 29일 현대로보틱스 주식 5.1%(83만1000주)를 3540억원에 블록딜(장 개시 전 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입했다.
이로써 정 부사장이 보유한 현대로보틱스 주식은 5%까지 늘어났다. 정 부사장은 이번 지분 매입대금 약 3500억원 가운데 500억원가량은 본인이 대출로 마련하고 3000억원은 정몽구 현대중공업그룹 이사장한테서 증여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주요 그룹 가운데 2006년 부친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신세계 주식 84만주(당시 주가 기준 약 3914억원어치)를 증여받은 정용진닫기정용진기사 모아보기 신세계그룹 부회장 이후 가장 큰 증여액으로 추정된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3000억원에 대한 증여세는 법과 규정대로 모두 완납할 예정으로 안다”고 전했다. 증여세율(50%)에 따라 정 부사장이 납부할 증여세만 15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정 부사장은 2009년 현대중공업 재무팀에 대리로 입사했다가 이후 상무·전무로 잇따라 승진한 뒤 지난해 11월 부사장에 올라 경영 전면에 나섰다.
유명환 기자 ymh753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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