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총수 부재의 사태를 맞은 삼성전자는 지난 1년간 성장 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매분기 사상 최대 실적과 연간 영업이익 50조원의 경의적인 기록을 달성했지만 가시적인 대형 투자가 전무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해 2월 이 부회장의 구속 수감 이후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하만(Harman)’ 인수 결정을 제외하고 굵직한 M&A와 대규모 투자는 없었다. 9조 3400억원의 국내 기업 최대 해외 M&A 사례로 알려진 이래 사실상 경영시계가 멈춰선 상태다.
지난해 7월에는 인공지능(AI) 빅스비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포석으로 그리스의 TTS(text-to-speech) 기술 업체 ‘이노틱스’(Innoetics)의 지분을 전량 매입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힘입어 연일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호황 이후 마땅한 대비책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실적을 견인한 반도체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총부 부재로 적정 투자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CES 2018’에서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장(사장)은 “오너 부재에 따른 문제는 지난해와 크게 달리지지 않았다”며 “주요 의사결정체계가 만들어지지 않아 아직 제약을 많이 받고 있다고”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삼성전자의 리더십이 재발휘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석방이후 경영일선에 빠른 경영복귀 가능성도 타진해왔지만 지금까지 한 달이 넘게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당장 창립 80주년 기념일인 22일 이 부회장이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도 있지만 대법원 상고를 앞두고 있어 경영복귀 시점에 신중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이 부회장의 가시적인 활동은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다만, 그동안 총수 부재로 대형 M&A에 대한 결단의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옥중경영이 아닌 빠른 의사결정으로 글로벌 M&A의 움직임은 활발해질 전망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평택 반도체공장 제2의 생산라인 투자 결정을 한 것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이 부회장이 석방되고 이틀 후인 지난달 7일 삼성전자는 경영위원회를 열고 경기도 평택 반도체공장 제2의 생산라인 건설을 위한 예비 투자 안건을 의결했다.
완공은 2019년을 목표로 잡고 있으며 규모는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선제 대응 차원에서 그동안 논의된 사안이지만 이 부회장의 석방 이후 단행하는 첫 대규모 투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를 필두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경영정상화는 본격화 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석방으로 그동안 멈췄던 삼성전자 투자움직임도 활기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장치산업 투자를 우선적으로 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승한 기자 sh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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