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참가자들은 통화당국의 상식을 벗어난 통화량 조절 조치가 오랜만에 활기를 찾은 채권시장을 위축시켰다는 지적이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2년만기 통안채 창구판매로 비롯된 채권시장의 혼란 양상이 장기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며 시장에서는 통화당국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날 발행된 2년만기 통안채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세배나 많은 3조원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에는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
은행의 한 채권 딜러는 “당일 발행물량이 3조원이나 될 경우 물량 부담으로 금리가 떨어질 수 없다”며 “이는 채권인수 직후 평가손을 입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일부 은행과 증권사는 뒤늦게 인수 신청을 취소하는 등의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은행은 이에 대해 차환 발행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으나 시장에서는 통화환수 및 금리 인상의 시그널로 받아들여지면서 일부 은행은 채권 매도 공세를 폈다. 실제로 농협의 경우 지난 2월 발행된 3년만기 국고채 보유물량 7000억원 어치를 거의 전량 매각했으며 이밖에 국민주택 1종과 공사채 등도 금리를 높여가며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이 호가를 높여가며 시장에 물량을 쏟아내자 장기금리가 폭등했다. 지난 10일 입찰에서 8.83%로 결정됐던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지난 14일에는 9.05%선에서 거래되는 등 국고채 수익률이 이틀동안 무려 22bp 올랐다.
장기금리가 폭등 추세를 보이자 한국은행은 14일 가급적 2년만기 통안채를 발행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는 등 시장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일부 메이저급 은행이 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데다 딜링 전략에 혼선을 겪은 일부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세 역시 주춤해져 채권시장은 당분간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정부가 체질이 약한 채권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별도의 정책까지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통화당국이 일종의 트릭으로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라며 “통화 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 없이 시장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박태준 기자 june@k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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