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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일상의 불편함 기술로 해결’…현대차그룹 ‘아이디어 페스티벌’

기사입력 : 2026-10-1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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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연구소서 임직원 6개팀 아이디어 시연 및 시상
대상은 적재 편의 높인 ‘트라이폴드 러기지 보드’
육아 안전·시각장애인 보행 지원 등 생활 아이디어

19일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에서 개최된 사내 아이디어 경연대회 '아이디어 패스티벌' 결선에 오른 6개 팀 대표자들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사진=김재훈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19일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에서 개최된 사내 아이디어 경연대회 '아이디어 패스티벌' 결선에 오른 6개 팀 대표자들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사진=김재훈 기자
[한국금융신문 김재훈 기자] ‘자동차 적재공간의 활용도를 높이는 구조부터 아이의 안전을 살피는 인공지능(AI) 기기, 시각장애인의 독립적인 보행을 돕는 스마트 안경까지...’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이 일상에서 발견한 불편을 모빌리티 기술로 풀어낸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구현했다. 바로 사내 아이디어 경연장인 ‘아이디어 패스티벌’ 현장이다.

현대차·기아는 19일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에서 ‘제17회 아이디어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최종 선정된 6개 팀이 약 4개월간 개발한 시제품을 공개하고 아이디어의 작동 방식과 활용 가능성을 소개했다. 대상은 SUV 적재공간의 활용성을 개선한 ‘트라이폴드 러기지 보드’를 출품한 M.S.V.2팀이 차지했다.

올해 행사의 주제는 ‘혁신의 기원(Origin of the Next)’이다. 남양연구소 설립 30주년을 맞아 기술 혁신의 출발점인 아이디어와 이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는 과정을 조명했다. 지난 4월 아이디어를 모집한 뒤 최종 선정된 팀에 제작 예산과 공간을 지원해 시제품 개발을 진행했다.
현대차그룹 2026 아이디어 패스티벌에서 차량 트렁크 공간 혁신 아이디어 '프라이폴드 러기지 보드'로 대상을 수상한 M.S.V.2팀 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차그룹 2026 아이디어 패스티벌에서 차량 트렁크 공간 혁신 아이디어 '프라이폴드 러기지 보드'로 대상을 수상한 M.S.V.2팀

생활 속 문제를 기술로

대상을 받은 M.S.V.2팀의 트라이폴드 러기지 보드는 SUV 트렁크의 적재 보드를 세 부분으로 접고 밀어낼 수 있도록 설계한 아이디어다. 트렁크 바닥 아래쪽 공간은 짐을 나눠 싣는 데 유용하지만, 부피가 큰 물건을 적재할 때는 보드를 들어내거나 공간을 다시 정리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트라이폴드는 보드를 접어 고정하는 방식으로 아래쪽 공간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유모차처럼 부피가 큰 짐이나 세워서 실어야 하는 화분, 액체가 담긴 용기 등을 적재할 때 편의성을 높이는 구상이다. 보드를 바깥으로 밀어내면 무거운 짐을 싣고 내릴 때 몸을 깊숙이 숙이는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야외에서 차를 세운 뒤 음료를 올려놓는 간이 테이블로 활용하는 기능도 제안했다.

M.S.V.2팀은 “아이디어의 출발은 복잡한 전자장치를 추가하기보다 적재 보드 구조를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라며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겪는 불편을 비교적 단순한 기계적 설계로 해결하려는 접근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출품작들도 이용자의 구체적인 불편 상황에서 출발한 모습이다. ‘늘봄’은 차량과 유모차에서 아이의 상태를 살피는 부담을 줄이기 위한 AI 기반 기기다. 운전 중 뒷좌석의 아이를 확인하려고 고개를 돌리면 전방 주시가 흐트러질 수 있고, 유모차를 밀 때도 보호자는 아이의 상태와 주변 위험을 함께 살펴야 한다.
19일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에서 진행된 '2026 아이디어 패스티벌' 현장. / 사진=김재훈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19일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에서 진행된 '2026 아이디어 패스티벌' 현장. / 사진=김재훈 기자
늘봄은 휴대형 기기와 거치대, 애플리케이션을 결합해 아이의 자세와 움직임을 감지하고 보호자에게 알림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차량에서는 카시트에 아이가 있는지 확인하고 수면 여부와 고개 기울임 등 자세 변화를 살피도록 설계했다. 눈을 감은 상태와 고개 기울임이 함께 나타나는 등 주의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안전한 곳에 정차하도록 안내하는 구상도 담았다.

차량에서 사용하던 기기를 유모차에 옮기면 주변 자전거와 전동킥보드 접근을 감지하고 보도·횡단보도·차도 경계 등 이동 환경을 구분해 알림을 제공한다. 이동 후에는 아이가 잠든 시간과 알림 내역 등을 요약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개발팀은 자율주행 인지 기술을 활용해 휠체어나 보행 보조 수단 등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아이-브릿지(Eye-Bridge)’는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돕는 스마트 안경이다. 안경테에 배치한 센서로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스마트폰에서 정보를 분석한 뒤 골전도 스피커로 이동 방향을 안내한다. AI 비전 기술로 통행 가능한 영역과 장애물을 구분하고 깊이 센서로 거리와 높낮이 정보를 파악해 내비게이션 정보와 결합하는 방식이다.

개발팀은 “시각장애인 러너들과 실제 장애물이 있는 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사용자 의견을 반영했다”며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랩 기술들이 독립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을 통해 보행 과정에서의 자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 2026 아이디어 패스티벌에 참가한 '늘봄'팀의 AI 기반 차량 돌봄 서비스 시연 장면. / 사진=김재훈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차그룹 2026 아이디어 패스티벌에 참가한 '늘봄'팀의 AI 기반 차량 돌봄 서비스 시연 장면. / 사진=김재훈 기자

멀미 줄이고 좌석 바꾸고…차량 경험의 확장

‘멀미 Zero’ 아디디어는 자동차 움직임을 느끼는 신체 감각과 스마트폰 등 정지된 화면을 바라보는 시각 정보 사이의 차이에 주목했다. 차량이 가속하거나 회전할 때 실내 도어 트림과 센터 콘솔 주변의 앰비언트 라이트를 제어해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뒷좌석 디스플레이를 볼 때는 화면 가장자리에도 주행 관련 정보를 표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팀이 소개한 30분간의 탑승 시험에서는 48명 가운데 40명이 멀미가 줄었다고 응답했다. 심박과 뇌파 등 생체 신호에서도 변화가 관찰됐다는 것이 발표 내용이다. 이는 팀이 제시한 시험 결과로, 실제 차량 환경과 다양한 이용자를 대상으로 추가 검증이 필요한 단계다.

‘핀프린트시트(PinPrintSeat)’는 좌석 표면의 높낮이를 조절해 이용자의 체형과 목적에 맞게 형태를 바꾸는 아이디어다. 어린 자녀가 성장할 때마다 카시트를 교체하고 설치해야 하는 부담과 차량 내부 공간 문제에서 출발했다.

좌석 내부에 배치한 78개 소형 액추에이터를 개별적으로 움직여 성인과 영유아 등 이용자에 맞는 형태를 구현한다. 발표에서는 1세·3세·6세 아동을 고려한 좌석 형태를 선보였으며, 연령별 카시트를 3차원으로 분석한 자료를 설계에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한 좌석이나 재활·사무용 의자 등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제안했다. 다만 기존 어린이 보호장치를 대체할 수 있는지는 별도의 안전성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히어로 레코더’는 상용차 운전자의 운행 장면을 AI로 기록하고 의미 있는 순간을 약 1분 분량의 영상으로 만드는 아이디어다. 장시간 도로 위에서 일하는 운전자가 자신의 하루를 돌아보거나 가족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뒀다. 운행 데이터를 단순히 기록하는 것을 넘어 운전자의 경험을 전달하는 콘텐츠로 활용하려는 시도다.

여섯 팀의 아이디어는 적재공간 활용, 육아 안전, 시각장애인 보행, 승객의 멀미, 좌석의 활용성, 상용차 운전자의 일상 등 서로 다른 문제를 다뤘다. 공통점은 자동차를 이동 수단에 한정하지 않고 차량을 이용하는 과정 전반에서 개선할 점을 찾았다는 데 있다.
19일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에서 진행된 '2026 아이디어 패스티벌'에서 이재규 차량개발1담당(전무)가 차가팀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19일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에서 진행된 '2026 아이디어 패스티벌'에서 이재규 차량개발1담당(전무)가 차가팀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여섯 아이디어가 바꾼 위기감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재규 현대차·기아 차량개발1담당 전무는 중국 자동차의 경쟁력을 직접 확인한 뒤 느꼈던 위기감을 털어놨다. 그는 중국에서 온 완성차 업체들의 차량이 디자인 경쟁력을 갖추면서도 가격은 약 1만달러 저렴하게 책정된 모습을 보고 “절망”을 느꼈다고 말했다.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현대차그룹 역시 중국 업체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들었다는 설명이다.

이재규 전무는 지난 주말까지 어두웠던 마음이 이날 여섯 팀의 아이디어 발표를 들으며 바뀌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아직은 희망이 있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처음에는 재료비와 투자비 등 차량 개발에 필요한 제약을 떠올려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을 의심하기도 했다”면서도 “여섯 팀의 설명을 차례로 듣고 나서는 생각이 밝아지고 희망적으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재규 전무는 아이디어의 완성도보다 도전하는 태도에 주목했다. 그는 입사 34년 차로 여러 업무를 경험했지만, 이날 발표된 아이디어와 같은 도전은 자신도 해보지 못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아직 완벽하지 않은 아이디어를 공개하는 데에는 두려움이 따를 수 있지만, 이를 당당하게 소개하는 임직원들의 모습이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해 4~6개월 동안 노력한 참가자들에게 감사하다”며 “오랜 기간 아이디어 페스티벌을 이어온 것 자체가 회사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이번 행사의 의미를 보여준다. 여섯 개 시제품이 당장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을 해결하거나 양산차의 경쟁력을 높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차량 개발 과정에서 비용과 투자, 양산 가능성 같은 제약을 고려하면서도 새로운 문제 해결 방식을 제안하는 조직의 역량은 미래 경쟁력의 한 축이 될 수 있다.

과거 페스티벌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실제 차량과 서비스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2021년 수상작인 ‘다기능 콘솔’은 싼타페의 양방향 멀티 콘솔로 적용됐다. 2023년에는 시각장애인의 버스 승차를 돕는 ‘데이지(Day-Easy)’가 선보였으며, 2025년 출품된 트레일러 견인 성능 향상 소프트웨어는 북미와 유럽에 판매되는 5세대 투싼에 적용됐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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