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대금 소리가 만들어준 ‘AQ 경영’
14일 업계에 따르면 크라운해태제과의 AQ 경영, 이른바 ‘아트경영’은 1998년 외환위기(IMF) 당시 기업이 직면했던 극심한 경영 위기에서 출발한다. 당시 크라운제과는 부도 이후 화의절차를 밟는 등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었다. 윤 회장은 경영 압박 속에서 북한산을 산행하던 중 우연히 들은 대금 소리에서 심리적 안정을 찾았고, 이를 계기로 전통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전해진다.이후 직접 대금을 배우며 국악인들과 교류하게 된 윤 회장은 무대 기회가 부족한 전통 예술계의 열악한 현실을 접했다. 본인이 음악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심리적 동력을 얻은 만큼, 이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나선 것이 크라운해태 예술 지원 활동의 시발점이다.
이에 윤 회장은 제과업을 ‘추억과 감성을 제공하는 콘텐츠 산업’으로 재정의했다. 제품에 예술적 부가가치를 입히기 위해서는 제품을 생산하는 임직원들의 예술적 감수성 함양이 선행돼야 한다는 논리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국악, 조각, 문학 등 세 가지 분야를 중심으로 사내외 예술 인프라를 차츰 넓혀 갔다.
대표적인 사례는 국악 공연인 ‘창신제’다. 2003년 화의 종료를 기념해 열린 한음 공연은 이듬해 창신제로 이어졌다. 이후 크라운해태는 전통음악의 대중화를 목표로 공연을 지속하며 창신제를 국내 민간기업이 주최하는 대규모 국악공연으로 키웠다. 2012년에는 윤 회장과 임직원 100명이 판소리 ‘사철가’를 완창, 월드레코드아카데미의 공식 인증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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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분야에서는 경기도 양주에 복합문화공간인 아트밸리를 조성했다. 임직원들은 이곳에서 전문 조각가의 지도를 받으며 직접 작품을 만든다. 예술을 외부 전문가의 영역으로 한정하지 않고 임직원이 창작 과정을 경험하도록 한 것이다. 회사가 추구하는 예술적 감수성을 조직문화에 접목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아트경영은 실질적인 성과로 나타났다. 2007년 제품 포장지에 예술을 접목한 ‘박스아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회사는 자사의 대표 파이 제품인 ‘오예스’ 포장 상자 뒷면에 심명보 작가의 장미 작품을 3분의 1씩 분할 인쇄하는 시도를 했다.
매대에서 제품 3개를 나란히 진열하면 수천 송이의 장미가 어우러진 하나의 미술 작품이 완성되도록 설계한 것이다. 버려지는 과자 상자를 활용해 대형마트와 소매점을 설치 미술 전시장으로 탈바꿈시킨 이 프로젝트는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당시 오예스 매출을 30% 끌어올렸다.
원가 압박 뚫고 아트경영 이어갈까
아트경영이 기업의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고 사회적 기여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크라운해태제과를 둘러싼 경영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다.크라운해태홀딩스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526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약 275억 원으로 21.7% 줄며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이유로는 전방위적인 원재료 가격 상승이 꼽힌다. 올해 상반기 주요 원재료 가격 변동 추이를 보면, 초콜릿의 주원닫기
주원기사 모아보기료인 카카오뿐만 아니라 견과류와 유지류 등 핵심 원재료 전반에 걸쳐 극심한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해태제과식품이 매입하는 수입 초코류 단가는 지난해 상반기 1㎏당 1만8544원에서 올해 상반기 2만78원으로 약 8.3% 뛰었다. 국내산 견과류 가격 역시 6740원에서 올해 7020원으로 4.2% 상승했고, 크라운제과의 수입 초코류 매입 단가는 1만 644원으로 0.6% 올랐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해태제과의 수입 초코류 단가는 2024년 상반기(6344원) 대비 3배 이상(216.5%) 뛴 상태이며, 크라운제과 또한 같은 기간 55.7% 오른 단가를 부담하고 있다.
원재료 압박이 심화되는 현재의 위기 상황은 크라운해태가 오랜 시간 공들여온 ‘아트경영’을 시험대에 올려놨다. 예술적 감성을 입힌 브랜드 경쟁력이 단순한 이미지에 머물지 않고, 고객들이 제품을 선택하게 만드는 실질적인 수익 창출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크라운해태홀딩스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시장 트렌드에 맞춘 차별화된 신제품을 계속해서 선보일 계획”이라며 “젊은층의 소비 트렌드를 앞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양현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yhw@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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