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주현태 기자]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남산 자락에 들어서는 대기업 A회장 대저택을 둘러싸고 관할 용산구청의 건축 인허가와 공공도로 매각 과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단순한 이웃 간 조망권 갈등을 넘어 공공도로를 인접 토지 소유자에게 매각한 뒤 건축물 높이를 높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행정 절차의 적정성을 둘러싼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19일 기자가 현장을 확인한 결과, A회장 대저택 공사 현장에는 연면적 2014.19㎡(약 609평) 규모의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이 우뚝 솟아 있었다. 이 공사의 문제점을 거론한 B회장 주택과 바로 뒤 B회장 소유의 주택지에서 바라보면 신축 건물이 한강 방향 시야를 크게 가리는 형태인 점이 확인됐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급경사지에 자리 잡은 대지의 건축물 높이 산정 과정이다. 해당 부지는 하단에 비교적 넓은 도로가 있고 상단에는 통행이 제한된 좁은 도로가 맞닿아 있다.
B회장 측은 대지에 접한 도로가 둘 이상인 경우 폭이 가장 넓은 도로를 기준으로 건축물 높이를 산정해야 한다는 건축법령과 달리 용산구청이 상단의 좁은 도로를 기준으로 높이를 산정하도록 허가했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당초보다 건축물이 높아졌고 건축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B회장 측은 공공도로 일부가 A회장 측 토지에 편입된 과정에도 주목하고 있다. 용산구청은 2022년 11월 해당 골목길 일부인 143㎡(약 43평)의 용도를 폐지하고 대지로 용도 변경한 뒤 일주일가량 지나 인접 토지 소유자인 A회장 측에 약 27억원에 매각했다. B회장 측은 이에 따라 도로 매각 과정에 위법성이 있었는지, 결과적으로 특정 토지 소유자에게 혜택을 준 것은 아닌지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B회장 측은 “이번 사안은 단순한 조망권 문제가 아니라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온 마을의 규범과 공동체의 기본 상식을 지키기 위한 문제 제기로 이웃 간의 신뢰와 주거 질서를 무너뜨리는 건 안된다”며 “이웃과의 공존과 상식에 적법하게 부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용산구청은 도로 매각과 건축허가 모두 행정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2022년 도로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용도 폐지했다”며 “이 도로는 약 15m가량 단차가 있는 곳으로 도로 기능을 유지하려면 인근 사유지를 넘어가는 방식의 공사가 필요해 기술적·현실적으로 활용이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용지가 용도 폐지되면 일반재산으로 전환돼 매각 절차를 밟을 수 있다”며 “원칙적으로 공개경쟁 방식으로 매각된다. 다만, 인접 토지 소유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절차가 있어, 절차상 문제가 되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건축허가에 대해서도 용산구청은 제출된 설계도서와 관련 법령에 따라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B회장 측은 용산구청이 해당 도로의 통행량이 적고 사실상 도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점을 인지하고도 해당 도로를 기준으로 건축물 높이 산정을 허용한 것은 행정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건축법 시행령 제119조는 건축물 높이 산정과 관련해 전면도로의 중심선을 기준으로 높이를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대지에 접하는 도로가 2개 이상인 경우에는 폭이 가장 넓은 도로를 전면도로로 보는 규정도 두고 있다.
B회장 측은 이 같은 규정을 근거로 용산구청의 건축허가 과정이 적정했는지를 법원에서 다시 판단받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용산구청장을 상대로도 건축허가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하며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전문가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조망권 분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행정기관의 인허가 과정에서 주변 지역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검토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형준 건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용산구가 행정절차를 밟아 도로를 매각했고 그 결과 건축설계가 높게 설정됐다면 결과적으로는 혜택을 준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건축 행정의 목적이 단순히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축법과 행정 절차는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만들어진 측면이 있다”며 “어떤 건축물이든 주변의 조망권 등 생활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인허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건축으로 인해 주변 조망권에 피해가 발생한다면 이를 줄이기 위한 절충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미국 뉴욕의 경우 높은 건물이 들어설 때 주변 건물주들이 조망권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건물의 층수와 개발 가능 범위를 조정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조망권·일조권을 이유로 건축물 높이·배치를 제한하거나 공사금지 가처분·소송이 제기돼 사업이 지지부진하게 흘러간 사례도 존재한다. 조망권이 주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재벌가 많은 한남동…이웃 갈등 결국 법적 분쟁으로”
현장에서는 이번 갈등을 특정 인물이나 주택에 국한된 문제로 보기보다 한남동 일대에서 반복될 수 있는 생활환경 갈등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장에서 만난 한 중년주민은 “이 동네뿐 아니라 어느 지역에서든 집 주변에서 대규모 공사를 하면 인근 주민들이 불편을 느끼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논란은 대저택의 조망권 침해 여부뿐 아니라 공공재산의 용도 폐지와 매각, 이후 건축허가 과정이 적정했는지를 둘러싼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용산구가 도로 기능을 상실했다고 판단해 매각한 토지가 이후 대규모 주택의 건축 여건과 맞물렸다는 점에서 행정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또 다른 용산구민은 이번 갈등이 한남동의 주거 특성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고 봤다. 이 주민은 “단순히 시야가 가려지는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주민들이 함께 지켜온 주거 질서와 마을의 기본 상식이 무너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토로했다.
한편 용산구 한남동은 과거 ‘풍치지구’로 지정됐던 지역으로, 현재는 자연경관지구 등으로 관리되고 있다. 남산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경사지에 자리해 주택 간 높이와 조망권이 중요한 지역으로 꼽힌다. 이번 논란 역시 한남동의 경관과 조망을 둘러싼 기존 지역 특성과 맞물리면서 건축허가의 적정성에 대한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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