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취임 3년차를 맞아 개혁 과제의 이행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2024년 3월 임기를 시작한 강 회장은 임기 반환점을 지났다. 4년 단임 임기의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준비해 온 과제들이 실행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나머지 4개는 입법 지원과 내부 준비를 마쳤다. 관련 법령이 개정되는 대로 곧바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중앙회는 정관과 내부 규정 개정만으로 가능한 과제를 먼저 처리하고, 농업협동조합법 손질이 필요한 사안은 국회 논의 일정에 맞춰 순차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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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선임기준 강화…중점 과제 ‘준법감시위원회’
농협이 가장 앞서 성과를 낸 과제로 꼽는 것은 범농협 임원·집행간부 선임기준 강화다. 권고안 채택 시점부터 즉시 적용된 '퇴직 후 1년 이상 경과자 임원 선임 제한'이 대표적이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던 퇴직자의 회전문 인사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현장 적용 사례도 나왔다. NH투자증권은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 이 기준을 처음 반영해 지난 6월 30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내부 출신 각자대표 2명의 선임안을 확정했다.
임원후보자 추천기구 운영 개선도 마무리됐다. 외부위원 추천기관을 늘리고 복수 후보 면접 방식을 도입했다. 책임경영 장치도 손질됐다. 전체 18개 계열사 가운데 11개사가 성과보수 환수 절차와 이연성과급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규정 개정을 마쳤다. 남은 기간 가장 무게를 두는 과제는 범농협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다.
위원회는 외부 독립기구 형태로 만들어진다. 외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구성하되 법인 간 자율 협약과 이사회 의결을 거치는 방식이다.
역할은 범농협 윤리경영 컨트롤타워다. 계열사 내부통제를 감독하고 권고하는 한편 준법 리스크를 검토하는 기능을 맡는다.
농협은 8월 출범을 목표로 운영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다만 이달 4일 기준 출범 절차는 진행 중이다.
감사 기능도 함께 정비된다. 감사위원회 전문가 위원 자격요건에 직무경력을 포함하고, 조합감사위원회 위원장과 위원은 인사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출하도록 바꿨다.
다만 농협감사위원회 신설에는 선을 그었다. 중복규제와 인력·운영비 증가로 경영 자율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신 내부 감사 기능을 보완하고 학계·농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공론화를 거쳐 대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선거제도 개편도 맞물렸다.
조합원 직선제를 적극 수용하며 민주적이고 책임있는 선거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같이했다.
2028년 3월 차기 회장 선거부터는 조합장 1110명이 뽑던 방식이 187만 조합원 직접 투표로 바뀔 전망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농협은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직선제 도입방식과 감독권 범위 확대 등 농협법에 담긴 일부 조항이 협동조합의 구조와 농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 깊이 고심해 왔다”며 “농업 현장을 살리는 개혁, 농업인의 삶으로 이어지는 개혁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경제사업 구조 개편 병행…농업 현장 5년간 15조원 지원
경제사업 부문 개혁도 맞물려 있다. 개혁위는 중앙회와 경제지주로 분산된 지도·지원 기능을 중앙회로 일원화하도록 권고했다. 단기적으로는 경제지주 지역본부를 폐쇄하고 지역단위 기능을 중앙회 지역본부로 옮기는 방식이다. 회원조합 합병은 이미 진행 중이다. 현재 2건이 완료됐고 4건은 의결을 마치고 추진 단계에 있다.개혁위는 합병을 넓히기 위해 경영진단 대상을 하위 30%로 확대하고, 이행기간 내 미이행 조합에는 지원을 제한하도록 권고했다. 합병 이후에는 경영컨설팅과 자금 지원으로 경영 안정화를 돕는다.
조합 지원자금 운용도 손질했다. 자금지원심의회 위원을 지역·사업·유형별 대표성을 반영해 새로 구성했고, 심의 결과 공개와 성과평가 체계 구축을 위한 정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는 외부 전문기관 컨설팅을 마무리했다. 소매사업 부문 자원을 재배치해 유통 계열사의 자립경영 기반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농협개혁위원회 관계자는 “조직통합을 통해 법인별 중복운용 조직을 개선할 것”이라며 “합병 추진을 위한 자금 및 예산 지원을 확대하고 합병 후 경영컨설팅을 통한 자금지원으로 합병조합의 경영안정화를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금융 지원 계획도 제시됐다. 농협은 향후 5개년간 생산적 금융에 93조원, 포용적 금융에 15조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현장 지원은 이미 집행되고 있다. 지난해 산불과 극한호우 등 국가 재난 상황에서 371억원을 지원했고, 올해 초에도 선제적 유류비 지원 380억원을 포함해 농가 경영비 부담 완화와 물가 안정에 1142억원을 투입했다.
농업 기반도 넓힌다. 사업비의 75%를 지원하는 보급형 스마트팜 목표를 1600개소에서 2000개소로 늘리기로 했다.
농가 인구 구조 변화 대응책도 담겼다.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으로 외국인 근로자 1만5000명을, 임직원 자원봉사를 포함한 농촌인력 중개로 260만명을 공급해 고령화된 농촌의 일손 부족을 풀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기후위기 대비로는 무이자자금 1조원과 예산 50억원을 편성했다. 전국 농축협 본지점 4891개소와 농협은행 영업점 1037개소 등 5928개소는 무더위 쉼터로 조성한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이번 개혁의 시간을 농업인 신뢰 회복과 조합원 주권 강화, 그리고 대한민국 농업·농촌 대전환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겠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더 책임 있는 협동조합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옥준석 한국금융신문 기자 okmoney@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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