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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석의 단상] 신한의 야성을 깨우는 진옥동의 '부스트업'

기사입력 : 2026-07-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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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 깨고 시장 주도형 조직으로 체질 개선 본격화
그룹 위상에 걸맞은 비은행 시장지배력 회복 총력
실적과 조직혁신 달성이 연말 계열사 임원인사 잣대

[김의석의 단상] 신한의 야성을 깨우는 진옥동의 '부스트업'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야성을 되찾아라.“

진옥동닫기진옥동기사 모아보기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고객 자긍심'으로 조직의 기초체력을 다진 1기였다면, 2기 체제의 화두는 '부스트업(Boost-up)'이다. 안일한 관성에 머문 조직을 혁신해 다시 뛰겠다는 선언이다. 정체된 시장 위상을 돌파하고 약해진 비은행 경쟁력을 회복해 그룹의 성장동력을 되살리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부스트업은 결국 신한의 잃어버린 야성을 되찾기 위한 프로젝트다.

진 회장의 접근법은 철저한 위기의식에서 출발한다. 그는 올해 초 '가짜 혁신 보고서' 작성을 지시하며 형식적인 보고 문화를 정면으로 문제 삼았고, 하반기 경영포럼에서는 '2030년 신한금융그룹 소멸론'을 제시했다. 변화의 필요성을 설득하기보다 변화하지 않을 경우 맞닥뜨릴 미래를 먼저 보여준 것이다. 창업주식(式) '위기론 경영'을 전문경영인 체제에 이식한 셈이다.

변화는 이미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신한금융은 '메타인지 노트'와 '리부트 노트'를 통해 조직 스스로 한계를 진단하도록 했고, 자체 개발한 AI 에이전트를 '레드팀'으로 활용해 경영진의 논리와 전략을 검증하는 실험도 시작했다. 기술 도입보다 사고방식의 전환에 방점이 찍혀 있다. 신한은행장 시절 공감과 소통을 강조했던 '덕장'의 모습은 한발 물러서고, 성과와 실행, 속도를 앞세운 승부사의 리더십이 전면에 등장했다.

부스트업은 조직문화 혁신과 성장 전략을 결합한 그룹의 핵심 전략이다. 목표는 분명하다. 비은행 경쟁력을 끌어올려 그룹의 시장 영향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지주는 주요 비은행 계열사에 도전적인 성장 목표를 주문하고, 목표 설정부터 실행 과정까지 직접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시장점유율 목표까지 직접 점검하며 목표 달성 여부를 연말 인사와 연계할 방침이다. 영업뿐 아니라 관리 부문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부스트업은 더 이상 구호가 아니다. 성과와 실행력을 평가하는 새로운 경영 시스템이다.

▲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관성조직'을 깨고 ‘부스트업’ 엔진으로 비은행 경쟁력 회복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관성조직'을 깨고 ‘부스트업’ 엔진으로 비은행 경쟁력 회복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진옥동 회장이 이처럼 부스트업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분명하다. 금융지주 경쟁의 무게중심이 이미 은행에서 비은행으로 이동해서다. 은행은 규제산업인 만큼 성장 여력이 제한적이다. 반면 카드와 증권, 캐피탈, 자산관리 등 비은행 부문은 새로운 수익원과 플랫폼 경쟁력을 만들어내는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이제 금융지주의 기업가치는 은행 실적만으로 담보되지 않는다. 비은행의 성장성과 시장 영향력이 그룹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신한금융은 한때 은행과 비은행이 균형을 이루는 포트폴리오를 강점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카드·증권·캐피탈 등 핵심 비은행 계열사의 존재감은 예전 같지 않다. 성장보다 수익 방어에 머무는 사이 그룹의 은행 의존도는 다시 높아졌고, 2023년 리딩금융 자리를 내준 이후 경쟁 금융지주와의 격차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부스트업은 단순히 리딩금융 탈환을 위한 프로젝트가 아니다. 은행 중심 금융지주에서 비은행 경쟁력을 갖춘 종합금융그룹으로 체질을 바꾸기 위한 전략적 전환이다.

비은행 계열사가 짊어진 과제도 결코 가볍지 않다. 카드와 증권, 캐피탈 등 핵심 계열사는 각자의 업권에서 시장 존재감을 회복해야 한다. AI 금융혁신과 웹3.0, 토큰증권(STO) 등 미래 금융의 승부처에서도 비은행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비은행 경쟁력 회복은 선택이 아니라 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생존 전략이다.

그러나 실행은 말처럼 쉽지 않다. 지주는 시장 영향력 확대를 주문하면서도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와 자본 효율성 기준은 더욱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다. 성장과 건전성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이중 과제가 계열사에 주어진 셈이다. 경쟁사들이 자본 여력을 바탕으로 영업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제한된 자원으로 더 높은 성과를 내야 하는 현실도 부담이다. 부스트업의 성패는 자본 규모보다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내부통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축이다. 금융회사의 경쟁력은 영업 성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장의 신뢰가 뒷받침돼야 지속 가능한 성장도 가능하다. 최근 잇따른 운영 리스크와 전산 장애는 성과 경쟁 못지않게 운영 안정성과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경고다. 내부통제는 성장을 제약하는 규제가 아니라 성장을 지속시키는 안전장치다.

▲ 정상혁 신한은행장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CEO 6인의 임기가 오는 12월 일제히 만료된다. 부스트업 성과가 연말 인사 평가의 핵심 잣대가 될 전망이다.이미지 확대보기
▲ 정상혁 신한은행장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CEO 6인의 임기가 오는 12월 일제히 만료된다. 부스트업 성과가 연말 인사 평가의 핵심 잣대가 될 전망이다.

올해 연말 예정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과 임원 인사는 부스트업의 첫 성적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는 실적이 인사의 핵심 기준이었다면 앞으로는 시장 경쟁력 확대와 조직 혁신, 내부통제를 얼마나 균형 있게 달성했는지가 더 중요한 평가 잣대가 될 것이다. 부스트업은 경영진의 실행력과 리더십을 검증하는 시험대다.

야성은 정체된 조직을 움직이는 힘이다. 그러나 금융회사의 야성은 무모한 확장이 아니라 성과를 만들어내는 실행력이어야 한다. 혁신은 속도를 요구하지만 금융은 신뢰를 잃는 순간 모든 것을 잃는다. 추진력과 내부통제, 성장과 안정이라는 두 축이 균형을 이룰 때 경쟁력은 지속된다.

진옥동 회장의 부스트업은 이제 실전의 무대에 올랐다. 시장이 평가할 것은 혁신의 구호가 아니다. 비은행 경쟁력을 회복하고 그 야성을 성과와 신뢰로 증명해낼 수 있느냐다. 진검승부는 지금부터다.

김의석 한국금융신문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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