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좋은 배우자이며 좋은 부모인가?
40대 직장인은 직장에서 가장 바쁜 시기다. 책임은 커지고 성과에 대한 압박도 더욱 강해진다. 퇴근해 집에 돌아오면 몸도 마음도 지쳐 있다. "가족을 위해 일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결혼 10~15년 차가 되면 부부는 어느새 연인보다 생활의 동반자가 된다. 자녀는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고등학생이 되어 부모보다 친구를 더 찾는다. 이 시기에 많은 40대 직장인은 문득 자신에게 질문한다.
"나는 좋은 남편, 좋은 아내인가?"
이제는 돈을 벌어오는 것만으로 좋은 가장이 되는 시대가 아니다. 가족은 경제적 지원보다 함께한 시간과 따뜻한 추억을 더 오래 기억한다.
왜 40대의 가정은 흔들리는가?
퇴근 후 집에 돌아온 A씨는 적막한 집안에 홀로 앉아 있다. 아내는 학부모 모임에 나가 있고, 아이들은 각자의 방에서 문을 닫은 채 나온 기색이 없다. 씻고 나와 거실에 앉아 있지만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는다. 배가 고프지만 혼자 밥을 먹고 싶은 마음도 없다. 밤 10시가 넘어 귀가한 아내는 피곤한 표정으로 방으로 들어간다. 하루가 그렇게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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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년 가정이 흔들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부부는 필요한 말만 하게 되고 대화는 점점 줄어든다. 야근과 회식, 출장으로 가족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배우자를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 여기기보다 당연한 존재로 받아들이면서 감사보다 불평이 많아진다.
가정은 어느새 아이 중심으로 돌아간다. 교육비와 주택 대출은 부부 갈등의 원인이 되고, 서로의 변화와 고민에는 무관심해진다. 여기에 다른 집이나 다른 배우자와 비교하는 마음까지 더해지면 갈등은 깊어진다. 작은 무관심이 반복되면서 서로의 마음은 조금씩 멀어진다.
화목한 가정은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지인의 한 후배는 거창한 방법 대신 세 가지를 실천했다.
첫째, 가능한 아침 식사를 함께했다.
둘째, 주말 두 시간만큼은 가족만을 위한 시간으로 비워 두었다.
셋째, 하루에 한 번은 서로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6개월이 지나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가족의 표정이었다. 아들은 먼저 학교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아내의 웃음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가족을 변화시킨 것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꾸준한 관심이었다.
사랑받는 부부가 되는 지혜
퇴직 후 강원도 평창으로 귀농한 선배와 막걸리 한잔을 나누며 '퇴직 후 행복한 삶을 위한 다섯 가지 지혜'를 들은 적이 있다.배우자를 가장 먼저 존중하라. 매일 대화하며 공감하라. 감사와 칭찬을 아끼지 말라. 하루 30분 이상 함께 걷고 식사하라. 다투더라도 지켜야 할 예의는 끝까지 지켜라.
선배는 웃으며 말했다.
"이 나이가 되니 사람은 사랑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의리로도 살더라."
그 말 속에는 수십 년을 함께 살아온 부부의 깊은 삶이 담겨 있었다.
선배는 세 자녀를 모두 출가시켜 지금은 부부만 생활한다. 자녀들은 모두 서울에 살지만 명절이나 생일 같은 특별한 날에만 찾아온다. 그럼에도 선배는 자녀들에게 서운함을 표현하지 않는다.
"부모를 어떻게 모셔야 한다"고 말한 적도 없고, 효를 기대한 적도 없다고 한다. 남은 재산이 있다면 셋이 똑같이 나누라고 했고, 오히려 자녀들에게는 부모보다 자신의 배우자와 자녀에게 더 존중받는 사람이 되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늘 이렇게 말한다.
"조언보다 먼저 들어주고, 말보다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라."
40대 직장인이 꼭 기억해야 할 세 가지
40대 직장인에게 전하고 싶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가족은 평생 함께할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다.
둘째, 소중한 사람을 간직만 하지 마라, 적극 행동으로 표현하라.
셋째, 더 늦기 전에 가족과 추억을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성장하고 부모님은 우리 곁을 빠르게 떠나신다. 배우자와 함께하는 시간 또한 영원하지 않다. 퇴직 후 가족과 행복한 삶을 꿈꾼다면 지금부터 사랑과 정을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
직장에서는 뛰어난 성과자로 기억될 수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뒤 가족이 기억하는 것은 성과가 아니다. 함께 웃었던 시간, 따뜻한 말 한마디, 힘들 때 곁을 지켜준 마음이다.
40대는 인생의 반환점이다. 이제는 회사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가정도 함께 돌아봐야 한다. 좋은 직장은 퇴직과 함께 기억에서 멀어질 수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찾아가도 예전의 자리는 이미 다른 사람의 몫이 되어 있다.
하지만 좋은 배우자와 좋은 부모로 살아온 기억은 가족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결국 중년 직장인이 끝까지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자산은 직장이 아니라 가정이다.
[필자 홍석환은] 고려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했고 인사조직 박사과정을 마쳤다. 삼성 비서실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했고 GS칼텍스 인사기획·조직문화팀장을 거쳐 임원이 되어 KT&G 인재개발원장을 맡았다. 인사혁신처·서울시·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포스코 등 정부기관과 민간기업에서 인사·조직 관련 자문과 강연을 꾸준히 해 2024년에 명강사 대상을 수상했다. 어서와~ HR은 처음이지? 왜 모두가 그 상사와 일하고 싶어 하는가, 사장이 붙잡는 김팀장, 나도 임원이 되고 싶다, 신입사원은 무엇으로 성장하는가, 취업의 비법, 임원의 품격 등 20여 권을 저술했다. 매년 100회 이상 강의를 하면서 여러 경제·언론 매체에서 경영 관련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홍석환 칼럼니스트/HR전략 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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