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최주희 대표 ‘성장 지상주의’ 부메랑
25일 IT(정보기술)・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티빙은 이용자 개인정보를 저장하는 DB(데이터베이스)에 비인가 접근이 이뤄져 개인정보가 유출된 정황을 확인했다고 공지했다.
유출 항목은 아이디, 이름, 생년월일 외에 비밀번호, 환불 계좌번호, 연계정보(CI), 연계인증정보(DI) 등이다.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주민등록번호’로 불리는 CI와 DI는 변경이 불가능해 명의도용 등 금융 범죄에 악용될 위험이 높다.
현재 티빙 해킹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원은 약 1953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현재 티빙 유료 회원 수(약 500만 명) 및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770만 명)를 압도하는 수치다. 현재 유료 회원 수의 4배에 달하는 규모로, 과거 가입자나 이미 플랫폼을 탈퇴한 휴면 회원 정보까지 통째로 털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고를 조사 중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역시 유출 데이터의 범위와 과거 회원 정보 관리 소홀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최주희 대표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출신 전략 전문가이자 월트디즈니코리아 등 글로벌 미디어 거점을 거쳤다. 2023년 7월 티빙 대표로 취임 이후 공격적인 BM(비즈니스 모델) 다변화로 티빙 체질 개선을 이끌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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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국내 OTT 최초로 도입한 광고요금제(AVOD)의 안착과 프로야구(KBO) 뉴미디어 단독 중계권 확보는 최주희 대표의 ‘전략가 리더십’을 증명하는 대표적 성과로 꼽혔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화려한 콘텐츠 성과와 가입자 확대라는 외형 성장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인프라 부실’이라는 경영적 맹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달 4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정보보호공시에 따르면, 최근 2년간 티빙의 IT 및 정보보호 부문 투자 규모는 지속적인 감소세를 기록했다.
2024년 말 기준 티빙의 정보기술부문 투자액은 약 263억 원으로, 전년(약 488억 원) 대비 45% 급감했다. 기술 부문 투자에 포함되는 정보보호 부문 투자액 역시 2023년 18억 원에서 2024년 17억 원으로 줄어들며 고착화된 정체 상태를 보였다.
특히 정보보호 투자 감소세가 최주희 대표 재임 기간과 맞물린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최주희 대표 취임 전인 2022년과 비교하면 후퇴 양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2022년 당시 티빙의 정보기술 부문 투자액은 418억 원이었으며, 이 중 정보보호 부문 투자액은 21억 원으로 전체 기술 투자 중 5.2%의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최주희 대표 취임 첫해인 2023년에는 이 비중이 3.8%로 하락했다. 매년 45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KBO 중계권 등 마케팅과 가입자 유치에 쏟아부으면서도, 정작 가입자의 자산을 지킬 보안 예산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대해 티빙 측은 단순히 외형 성장에 치중해 보안 역량을 축소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티빙 관계자는 “최근 2년간의 정보기술 투자액 조정은 일부 서비스 종료 및 웨이브와의 합병 추진에 따른 사업 구조 개선 과정에서 발생한 일시적 영향일 뿐, 보안 역량 자체를 축소한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실질적인 보안 지표인 정보보호 전담 인력은 2021년 4.9명에서 2024년 7.5명으로 매년 꾸준히 증원하며 전사적 보안 역량을 강화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정부 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조에 성실히 임하고 있으며,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정확한 사실관계와 이에 따른 책임 있는 후속 대책을 명확히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매출액 3%’ 개정 과징금 첫 타깃 되나
재무적 관점에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영업 비용 지출을 넘어 티빙의 중장기 실적 로드맵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대형 암초로 지적된다.
특히 기업들의 주목을 끄는 부분은 개정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 여부다. 과거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과징금 산정 기준이 ‘유출과 관련된 매출액의 3%’였다면, 개정법은 ‘기업 전체 매출액의 3% 이하’로 상한선이 대폭 강화됐다.
지난 1년간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례와 비교하면 시장 셈법은 더 복잡해진다. 이동통신 전체 이용자 2324만여 명의 휴대전화번호와 국제이동가입자식별번호(IMSI) 등이 유출된 SK텔레콤의 경우, 지난해 8월 개인정보위로부터 134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고 현재 불복 소송을 진행 중이다. 약 3755만 명의 개인정보가 노출된 쿠팡은 올해 6월 역대 최대 규모인 6246억 원의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이미지 확대보기규제 당국의 최종 요율 산정에 시선이 쏠리는 가운데, 이번 리스크는 최근 완연한 실적 개선세를 보였던 티빙의 재무 로드맵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티빙 최근 분기별 실적 추이를 살펴보면 최주희 대표 취임 이후 진행된 광고요금제(AVOD) 안착과 KBO 중계, 제휴 확대 효과로 매 분기 견고한 매출 성장을 이어왔다.
2025년 1분기 889억 원이던 매출은 같은 해 4분기 1188억 원으로 분기 최대치를 기록했고, 영업손실 역시 2025년 1분기 마이너스(-)257억 원에서 4분기 -41억 원까지 줄여나갔다. 비록 올해 1분기에는 적자 폭이 -192억 원으로 다시 확대되긴 했으나, 매출 1073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실적 기조를 완연히 개선해 가던 흐름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수백억 원대 규모로 집행될 행정 과징금과 이용자 집단소송에 따른 법적 대응 비용, 인프라 전면 고도화를 위한 긴급 예산 편성이 불가피해졌다.
SLL중앙 지분 매각 변수 돌출
이번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현재 진행 중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협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양사의 기업결합 협상 테이블은 이번 유출 리스크에 더해 주요 주주인 SLL중앙의 지분(12.75%) 및 전환사채(CB) 매각 추진이라는 고차방정식을 마주하게 됐다.
현재 양사 통합 작업은 최종 주식 교환 비율 조율 단계에 머물러 있으나, SLL중앙이 티빙 지분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에 나선 데다, 보유 CB 전환권 행사 시 잠재 지분율이 20%대까지 높아질 수 있어 향후 지배구조 구도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미지 확대보기여기에 기존 2대 주주인 KT스튜디오지니(13.54%) 등이 합병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제3의 주주가 진입할 경우 주주 간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조건부 승인을 내렸으나, 이처럼 핵심 주주 구성이 통째로 변경될 경우 규제 당국이 기업결합 사안을 다시 살펴볼 가능성도 있다. 통합 플랫폼의 인프라 구축 비용 부하도 가중된다. 합병 이후 회원 DB 통합 과정에서 티빙의 취약점이 드러난 만큼, 시스템 재구축을 위한 추가 자금 부담 조율이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 관리 부실 리스크는 SLL중앙 지분 매각의 걸림돌이자 웨이브 주주단의 가치 할인 압박 명분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최주희 대표가 인프라 보완 대책과 지배구조 리스크를 어떻게 제어하느냐가 통합 법인의 주도권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라고 분석했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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