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수령에서 가장 큰 변수는 ‘수익률의 순서 위험(Sequence of Returns Risk)’이다. 인출 시점에 따라 수익 결과가 달라지는 위험이다. 주식시장의 등락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자금을 인출해야 할 시기에 주가 수준이 어떠한지에 따라 유불리가 나뉠 수 있다.
예컨대, 내가 은퇴할 때 주가가 떨어지면 생활비로 인출해야 할 자금 액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불리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적립기였다면 오히려 싸게 주식을 더 늘려 담을 수 있는 기회였겠지만, 인출기에는 상황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TDF 상품 자체가 자산배분 펀드로,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자산(주식) 비중은 낮추고 안전자산(채권) 비중은 커지도록 설계돼 있어 장기적인 연금 투자에 적합하다는 평을 받는다.
다만, 같은 빈티지(목표 은퇴연도)의 TDF라고 하더라도 일에서 떠나는 시기에 주식 비중이 상당히 유지되기도 하고, 또는 급격히 축소되기도 해서 리스크 수준을 가늠하려면 개별 운용사 상품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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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격 TDF의 경우에는 일정 부분을 유지한 채 시장 상황에 따라 분할 인출하는 전략이 리스크를 줄이는 일반적 방식이다.
대신 은퇴 시기에 맞춰 채권이나 인컴/배당형 상품, 현금성 자산을 추가적으로 준비하거나, 기존 적립금을 일부 옮기는 재조정 등 인출 전략을 꼼꼼하게 짤 필요가 있다고 권고된다.
한꺼번에 인출 NO…“방치 아닌 운용해야”
14일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백서(2026년 5월)’에 따르면, 퇴직연금 상위 10%와 하위 10%의 수익률 격차는 운용에 대한 관심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상위 10%(수익률 19.5%)는 실적배당형 투자(적립금 84%)로 적립금 증가분의 67%가 운용수익으로 나타났다.
반면 하위 10%(수익률 0.5%)는 원리금보장형 방치(적립금 74%)로 납입금에 의존하는 구조를 보였다.
백서는 “직접 운용이 아직 두렵다면 은퇴 시점, 투자성향 맞춤형 자산배분 투자를 도와주는 TDF, 디폴트옵션 등 퇴직연금 전용 상품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은퇴 시점의 증시 여건이나 상황은 사실상 운(luck)이 작용하는 불확실성(uncertainty)의 영역인 측면도 있다. 그만큼 적립 단계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인출 시기를 분산하면서 물가를 방어할 수 있는 운용 전략이 필요하다고 권고된다.
예컨대 은퇴 시점에 그동안 적립한 TDF가 있고, 배당 ETF(상장지수펀드)나 원금보장형 예금 상품 등이 추가로 있다고 하면, 증시가 급락하는 시기에는 생활비로 현금성 자산을 활용하다가, 증시가 회복되면 TDF 일부를 매도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연금은 세제도 우호적이다. 연금저축·IRP(개인형퇴직연금)에서 세액공제를 받은 원금과 운용수익을 연금으로 수령할 때, 연간 1500만원의 연금소득 기준으로 3.3~5.5%의 저율 연금소득세가 부과된다. 이를 초과하면 종합과세 또는 16.5% 분리과세 중 선택해야 한다.
연금소득 기준은 과거 1200만원에서 지난 2024년 현재 1500만원으로 올라갔다. 이와 관련해 장기 연금투자에 인센티브가 되지 못하고, 현실적인 생활비 수준을 고려하면 기준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저비용 ETF 활용한 TDF 인센티브 필요”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안정적인 은퇴자금 확보에 TDF의 안착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퇴직연금 사업자인 증권사 A 관계자는 “현재 TDF는 은퇴 시점까지 자산을 불리는 데 집중하는데, 은퇴 이후 연금 수령기에 맞는 연금지급형 TDF로의 전환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거래 편의성과 비용에서 경쟁 우위가 있는 ETF를 활용한 저비용 TDF 개발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증권업계 B 관계자는 “TDF는 주로 타 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Fund of Funds) 형태가 많은데, ETF를 활용한 총보수가 일정 수준 이하라면 적격 승인 요건을 단순화하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개인이 투자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퇴직연금 운용 체계에서는 가입자 스스로 자산배분 전략을 수립하고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고, TDF는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꼽힌다.
홍원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와 TDF의 역할’ 리포트(2026년 3월)에서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는 디폴트옵션 개선 등을 통해 TDF 활용을 강화할 필요가 있고, 직접 운용 펀드나 ETF 중심의 TDF를 확대하는 방향이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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