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최근 글로벌 검색 지형의 지각변동을 보고 있노라면, 이 견고했던 성벽에 균열이 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구글이 브라우저 크롬에 자사 생성형 AI(인공지능) 제미나이를 전면 통합하며 검색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동안, 네이버 시계는 여전히 기존 문법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최근 네이버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사용자를 대상으로 대화형 AI 검색 서비스 ‘AI 탭’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용자 검색 의도를 입체적으로 이해해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지금 구글이 진행 중인 혁신의 핵심은 ‘검색 단계의 최소화’로 보인다. 전 세계 브라우저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한 크롬을 ‘AI 개인 비서’로 만들어 사용자가 굳이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특정 사이트에 접속할 필요가 없게 만들었다.
사용자는 주소창에 질문을 던지거나 웹서핑 도중 즉시 제미나이 도움을 받는다. 검색 시작점이 사이트에서 브라우저 도구로 옮겨간 것이다.
네이버를 지탱해온 핵심 동력은 강력한 ‘록인(lock-in)’ 효과였다. 블로그, 카페, 커머스로 이어지는 촘촘한 생태계는 한국 사용자들이 네이버를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견고한 결속력이었다. 하지만 AI가 이 결속의 고리를 위협하고 있다.
과거에는 사용자가 정보를 얻기 위해 여러 페이지를 유영하며 플랫폼에 머무는 시간이 지표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단 한 번의 질문으로 정답을 얻고 떠나는 효율의 시대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그간 구글과 메타 등 글로벌 공룡들 공세 속에서 한국어를 가장 잘 이해하는 ‘토종 포털’로서 정보 주권을 지켜왔다.
과거 야후와 라이코스가 사라질 때, 네이버는 지식iN이라는 혁신적인 서비스로 국내 시장을 제패했다. 당시 네이버는 사용자 니즈를 정확히 꿰뚫었고, 그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선제적으로 구축했다.
이제 네이버는 다시 한 번 과거의 도전적 감각을 회복해야 한다. 단순히 앱 안에 메뉴 하나를 추가하는 수준의 업데이트로는 거대한 AI 파고를 넘기 어렵다.
브라우저 웨일과의 더 강력한 결합 혹은 모바일 환경에서의 파괴적 AI 통합 등 인터페이스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순한 데이터 물량을 넘어 사용자 일상에 스며드는 매끄러운 연결성이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국내 1위 포털’이라는 타이틀은 안주를 위한 훈장이 아니라 언제든 변화할 수 있는 위태로운 지표다.
네이버가 초록창이라는 익숙한 틀에 머뭇거린다면 머지않아 글로벌 AI 기업들에게 검색 주도권을 내어주게 될 것이다. 네이버가 ‘AI 지각생’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다시금 한국인 검색 관문을 지켜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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