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기사 모아보기 은행연합회장의 임기가 끝난다. 후임 인선을 둘러싼 금융권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번 선택을 단순한 자리 교체로 읽어서는 곤란하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 금융산업에서 은행권이 어떤 리더십을 선택할지 가늠하는 시금석이기 때문이다.차기 협회장 인선 절차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9월 시작된다. 후보군 압축부터 최종 추천까지 두 달 남짓한 시간이 걸린다. 시장과 금융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도 분명하다. 이번 인선에서 봐야 할 것은 특정 인물의 이름값이 아니다.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업권 전체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십인지가 기준이다.
지금 은행권이 요구하는 인물은 화려한 경력을 앞세운 경영자가 아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묶고 산업 전체의 공통 해법을 만들어낼 수 있는 리더다.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개별 회사의 성과를 넘어 업권 전체의 대응 역량으로 평가받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AI 확산과 빅테크의 금융 진출, 플랫폼 경쟁 심화는 기존 금융 경쟁의 틀을 바꾸고 있다. 결제와 자산관리, 소비자 데이터 영역까지 경쟁 무대가 넓어졌다. 예대마진 중심의 전통적 수익 구조만으로는 미래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금융 경쟁의 축이 상품과 영업망에서 데이터와 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업권 차원의 대응 역량이 새로운 경쟁력이 됐다. 디지털 혁신, 소비자 보호, 내부통제처럼 산업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가 늘고 있다. 금융산업의 방향을 제시하고 공통 해법을 만들어내는 리더십이 필요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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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금융산업 전환이 정책 방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동산 담보 중심의 여신 구조를 기업금융 중심으로 바꾸려면 리스크 관리 체계와 산업 전반의 평가 기준까지 함께 움직여야 한다.
기업금융 확대와 자본시장 육성 역시 업권 전체가 풀어야 할 과제다. 최근 회자되는 ‘금융의 삼성’ 담론도 특정 금융회사의 몸집 확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금융산업을 만들려면 금융회사들이 함께 성장할 방향과 질서를 세우는 일이 우선이다.
이미지 확대보기은행연합회는 단순한 이익단체가 아니다. 제도 개선과 정책 건의, 회원사 간 조정, 금융당국 및 시장과의 협의를 담당하는 법정 금융협회다. 차기 협회장이 정부 정책을 전달하는 창구 역할에 머문다면 변화하는 금융산업에서 협회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업권 현실과 시장 목소리를 균형 있게 전달하고, 필요할 때는 분명한 입장과 협상력으로 해법을 만들어내야 한다.
디지털 전환 시대의 경쟁력은 공동 대응 능력에서 나온다. AI와 플랫폼 금융 경쟁이 심화할수록 개별 은행 차원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디지털 혁신, 소비자 보호, 내부통제 같은 공동 과제를 조정하고 산업 차원의 해법을 만들어내는 역할이 협회의 실력을 가늠하는 기준이다.
과거에는 금융당국과의 소통 능력과 정책 이해도가 협회장의 주요 평가 기준이었다. 금융산업이 규제와 정책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당연한 잣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전달자 역할만으로는 부족하다. 업권 현실을 이해하고 회원사를 설득하며 당국과 시장 사이에서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내는 조정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차기 협회장 인선의 기준은 출신이 아니라 리더십이다. 금융산업의 변화를 읽고 당국·시장·회원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내는 능력, 관리형 리더보다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는 전략형 리더가 요구되는 시대다.
윤종규닫기
윤종규기사 모아보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다시 거론되는 배경도 이 같은 시대적 요구와 맞닿아 있다. 그는 2014년 이른바 ‘KB사태’ 이후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하며 조직 혼란을 수습했다. 이후 9년 동안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내부 신뢰를 쌓으며 KB금융의 방향성을 재정립했다.시장이 주목하는 대목은 재임 기간의 성과 그 자체가 아니다. 이해관계가 다른 조직을 하나의 방향으로 이끈 통합 리더십이다. 갈등을 힘으로 해결하기보다 설득과 조정을 통해 조직의 공감대를 이끌어낸 경험은 그의 리더십을 설명하는 핵심이다.
KB금융 최초의 3연임과 LIG손해보험·현대증권·푸르덴셜생명 인수 역시 같은 관점에서 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인수 자체가 아니다. 서로 다른 조직문화와 사업 체계를 통합하고 성과로 연결한 실행 경험이다.
다양한 회원사의 이해를 조정해야 하는 은행연합회장의 역할은 금융그룹 경영과 닮아 있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듣고 공통의 목표를 제시하며 현실적인 해법으로 연결해야 한다. 윤종규 리더십이 다시 평가받는 이유다.
그는 저서 ‘담대하고 끈덕지게’에서 고객 중심 플랫폼 금융으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금융 경쟁의 축이 상품에서 데이터와 플랫폼, 자산관리와 비이자 수익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읽고 변화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은 오늘의 금융산업이 요구하는 리더의 조건과 연결된다.
금융권이 윤종규 전 회장을 다시 주목하는 것은 특정 인물의 복귀를 기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금융산업이 어떤 리더십을 선택해야 하는지 다시 묻는 과정이다. 차기 은행연합회장 인선 기준은 분명하다. 변화의 시대를 읽고 당국과 시장, 회원사를 하나의 방향으로 묶어낼 조율과 실행의 리더십이다.
은행권이 윤종규 전 회장을 다시 거론하는 이유도 이름값 때문이 아니다. 위기를 통합으로 바꾸고 변화를 실행으로 연결한 경험이 지금 금융산업이 요구하는 리더십의 기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김의석 한국금융신문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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