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이게 정말 화낼 일인가.”
대신 저자는 독자에게 한 박자 멈춰 서서 묻자고 제안한다. ‘지금의 화는 어디서 왔는가’, ‘이 감정은 정말 나의 선택이었는가’라고.
이 책은 일상에서 반복되는 짜증과 분노를 개인의 성격 문제로 환원하지 않는다. 저자는 화를 생존의 도구로 사용했던 인류의 진화 과정부터 뇌의 신경·호르몬 작용, 사회적 학습과 문화적 규범, 디지털 환경이 만들어낸 집단 분노까지 폭넓게 짚는다. 화는 의지의 실패가 아니라, 구조와 환경이 만들어낸 반응일 수 있다는 점을 차분히 풀어낸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화를 ‘중독’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선이다. 분노가 반복적으로 강화되는 신경학적 메커니즘, 분노를 표출했을 때 얻는 일시적 해소감, 그리고 그로 인해 다시 더 큰 자극을 찾게 되는 악순환을 설명한다. 이는 화를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하나의 패턴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책은 또 가족 관계, 직장, 온라인 공간 등 현대인이 분노를 가장 자주 경험하는 장면들을 다룬다. 다만 구체적 사건을 나열하기보다, 왜 그런 상황에서 화가 증폭되는지 구조적으로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화를 줄이기 위한 해법 역시 단기적인 감정 조절 요령이 아니라, 수면·운동·호흡·생활 리듬 같은 건강한 습관과 사고의 전환을 중심에 둔다. 감정을 다스리는 일은 결국 삶의 구조를 바꾸는 문제라는 메시지다.
《이게 화낼 일인가?》는 지금의 분노가 정말 나의 선택인지, 아니면 너무 쉽게 길들여진 반응은 아닌지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학술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되, 과도한 전문 용어를 경계한다. 독자가 자신의 경험을 대입해 읽을 수 있도록 쉽게 풀어낸 점도 특징이다. 저자는 화를 없애야 할 적이 아니라, 이해해야 할 신호로 바라본다. 화가 났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화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듣는 일이라는 것이다.
[박기수 지음/ 예미 / 296쪽/ 1만 9천 원]
이창선 한국금융신문 기자 lcs2004@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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