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월드 모델은 AI가 단순히 다음 문장을 예측하거나 이미지를 이어 붙이는 수준을 넘어, 도시의 물리 법칙·인과관계·공간 구조를 학습해 내부에 ‘작은 도시’를 복제하는 기술이다. CCTV 한 장, 센서 데이터 한 조각만 주어도 AI는 “지금 이 교차로에서 10초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를 머릿속으로 돌려본다. 기존의 대형 언어 모델(LLM)이 텍스트 기반으로 “다음 문장은 뭐지?”를 고민하는 국어 선생님이라면, 월드 모델은 “이 차가 저 속도로 코너를 돌면 어디로 날아갈까?”를 0.1초 만에 계산하는 물리학자이자, 도시의 예언자다. 심지어 그 예언자가 “내가 틀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살짝 자조하는 미소까지 지을 줄 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도시 모빌리티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날 걸로 보인다. 기존 자율주행은 실시간 센서에 반응하는 수준이었다면, 월드 모델은 교통 흐름·날씨·보행자 행동·도로 상태까지 수십 초 앞서 시뮬레이션한다. 사고 가능성을 20~30% 줄이고 교통 체증을 15% 이상 완화할 수 있다. 중국 항저우의 City Brain은 초기 형태로 교통 신호를 동적으로 최적화해 교통 체증을 20% 줄였고, 응급 차량 도착 시간을 50% 단축했다. 사우디아라비아 NEOM의 The Line 프로젝트는 월드 모델 기반 자율 모빌리티 네트워크를 설계하며 ‘제로 사고 도시’를 목표로 삼고 있다. 한국도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자율주행 버스에 월드 모델을 도입하여 테스트하면, 서울의 만성 교통 지연을 10%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건물과 에너지 분야에서도 혁명이 일어난다. 기존의 스마트 빌딩이 센서로 소비량을 모니터링했다면, 월드 모델의 빌딩은 건물 내부 열역학·인체 활동·외부 기후를 통합 시뮬레이션해 HVAC(냉난방 환기) 시스템을 자율 조정한다. 에너지 비용을 2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싱가포르 Smart Nation 2.0은 디지털 트윈과 월드 모델 요소를 결합해 건물 에너지 효율을 25% 끌어올렸고,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도 에너지 사용량을 40% 줄였다. 앞으로 10년 내 대부분의 신축 고층 빌딩은 ‘자기 몸 상태를 미리 아는’ 건물이 될 가능성이 크고, 주변 건물과 데이터를 공유해 전체 도시 에너지 그리드를 최적화하는 '협력형 월드 모델'도 가능해진다.
월드 모델은 환경 분야에서도 기후 변화 대응의 게임체인저가 된다. 월드 모델은 홍수·산불·대기오염 확산을 실시간 시뮬레이션하며 재난 대응 시간을 단축하고, 탄소 배출 예측 정확도를 10~15% 높인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이미 홍수 시뮬레이션을 도입해 해수면 상승에 대비하고 있다. 사우디의 NEOM은 넷제로 도시를 위해 환경 적응성을 테스트 중이다. 호주 시드니는 산불 확산 모델을 활용해 피난 경로를 미리 설계해 생명 피해를 30% 줄였다. 한국의 경우, 제주도의 재생에너지 그리드나 서울의 미세먼지 예측 시스템에 월드 모델을 도입하면, 기후 위기 대응이 더 정교해질 수 있다. AI가 강풍 시 태양광 패널의 손상을 예측하거나, 홍수 시 배수 시스템을 자동 조정하는 식이다.
문제는 월드 모델이 엄청난 컴퓨팅 파워와 고품질 데이터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데이터 편향이 생기면 편향된 미래만 예측하게 되고, 에너지 소비는 오히려 환경 부하를 키울 수 있다. AI 학습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증가하면, 기후 대응 기술이 기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AI가 도시를 너무 잘 예측하면 인간의 예측 불가능한 창의성과 자유가 위축될 위험도 있다. 그래서 AI가 “이 도시의 내일은 이렇게 됩니다”라고 단언할 때, 우리는 “그래? 그럼 나는 반대로 살아볼게”라고 말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AI가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멋진 실수까지 포함한 곳이기 때문이다.
기술 강국인 한국은 민간 기업의 역량과 정부의 AI 국가전략을 결합해 월드 모델 기반 도시 실증을 서둘러야 한다. 서울·판교·송도 같은 도시에서 작은 규모에서 먼저 시도한다면, 글로벌 표준을 선점할 기회가 열릴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의 '디지털 뉴딜 2.0' 프로젝트에 월드 모델을 통합하면, 스마트시티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최민성 칼럼니스트/델코리얼티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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