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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8(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한미동맹·경영권 방어ʼ 11조 美전략투자 승부수 ‘적중ʼ

기사입력 : 2025-12-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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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영풍 연합 집요한 공세속
올 매출 16조 ‘최대 실적’ 이끌어
내년 주총 판세굳히기 들어갈듯

△1975년생 / 미국 애머스트대 수학, 영문학 / 컬럼비아대 로스쿨 / 크라바스 스와인 앤 무어 M&A 전문변호사 /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경영지원본부장 / 고려아연 페루법인 사장 / 고려아연 전략기획 부사장 / 고려아연 호주 아연제련소 SMC 사장 / 고려아연 대표이사 / 고려아연 회장(현재)이미지 확대보기
△1975년생 / 미국 애머스트대 수학, 영문학 / 컬럼비아대 로스쿨 / 크라바스 스와인 앤 무어 M&A 전문변호사 /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경영지원본부장 / 고려아연 페루법인 사장 / 고려아연 전략기획 부사장 / 고려아연 호주 아연제련소 SMC 사장 / 고려아연 대표이사 / 고려아연 회장(현재)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최윤닫기최윤기사 모아보기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방어를 위한 장기전에 돌입한 가운데, 미국 정부와 11조 원 규모 현지 제련소 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한·미 경제안보를 강화하는 동시에 최 회장 입장에서는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핵심 승부수로 평가된다.

글로벌한 3세 경영인
영풍과 고려아연은 황해도 출신 월남 기업인 장병희·최기호가 의기투합해 공동 창업했다. 이후 영풍은 장씨 일가가,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경영을 맡아왔다. 두 집안이 반반씩 보유하던 영풍·고려아연 지분은 1990년대 이후 최씨 일부 구성원이 지분을 정리하면서 장씨 일가가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지만, 75년간 이어진 독립경영의 협력 전통은 유지돼 왔다.

두 집안 갈등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건 2022년 말 최윤범닫기최윤범기사 모아보기 회장 취임 이후다. 1975년생인 최윤범 회장은 최기호 창업주 장남인 최창걸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로, 이른바 ‘최씨 고려아연 3세’ 경영인이다.

갈등 배경으로는 고려아연 경영 방향 차이가 지목된다. 최 회장은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 등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중장기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이 늘어난 점, 2019년 고려아연이 영풍 폐기물 처리 요청을 거절한 사건 등이 갈등을 키운 요인으로 보인다. 재계 일각에서는 동업 관계 연결고리가 3세 체제로 접어들며 약화된 점도 갈등 원인으로 본다. 최 회장은 미국 세인트폴 고교, 애머스트대, 컬럼비아 로스쿨을 졸업하고 뉴욕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고려아연 입사 이후에도 호주 법인장직을 자청해 맡는 등 글로벌 사업을 주도해 왔다. 이러한 성장 배경은 두 집안의 선대 회장들과는 다른 면모를 보인다.

결국 2024년 9월 영풍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발표하며 경영권 확보에 나서면서 양측 분쟁이 본격화했다.

경영권방어, 절반의 승리
최윤범 회장은 올해 초부터 영풍·MBK 연합 공세에 맞서 경영권방어를 위한 힘든 싸움에 돌입했다.

MBK·영풍 연합은 공개매수와 추가 매수 등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율을 44.24%까지 끌어올렸다.

반면 최윤범 회장 개인 지분율은 19.41%에 머물러 있다. 최 회장 우호 지분은 약 13%로 추정되는데, 올해 주총에서 법적 리스크를 고려해 ‘기권’을 선택한 현대차그룹 사례 등을 고려하면 결과에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나마 지분 5.1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사실상 최 회장 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올해 1월과 3월 두 차례 열린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은 영풍·MBK의 이사회 장악을 막는 데 성공했다. 의결권 제한과 지배구조 개선 등 다각도 전략을 통해 불리한 지분 구조를 극복한 셈이다.

다만 불완전한 승리라는 평가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지분율 높은 영풍·MBK 연합이 궁극적으로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최대 실적을 이끈 투자 본능
최윤범 회장이 다른 주주들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확실한 무기는 회사 경영 성과다. 고려아연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7% 증가한 11조8,180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연간 매출은 16조 원 수준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직원 성과급 등 일회성 비용과 최근 희소금속 가격 조정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률은 6.8%로 전년 대비 0.1%포인트 하락하는 데에 그쳤다.

최대 실적 배경으로는 금·은 등 유가금속 가격 상승이 꼽힌다. 고려아연은 아연과 연(鉛)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귀금속과 희소금속을 회수해 추가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기술 투자를 통해 금속 회수율을 지속적으로 확대한 점이 업황 호조와 맞물려 최대 실적으로 이어졌다.

재계 관계자는 “본업에 안주하지 않고 적극적 투자로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려는 경영진 판단이 적중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최 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오는 2033년까지 매출 25조 원, 영업이익률 12%를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비전을 발표했다.

전략 광물 투자 박차
최윤범 회장은 지난 10월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라운드테이블에서 이런 포부를 밝혔다.

“고려아연은 50년 넘게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공급망을 구축해왔다. 우리는 한·미가 공동으로 직면한 전략 광물 문제를 해결할 거의 유일한 대안을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이 주목하는 또 다른 사업 영역은 첨단·군수 분야에 쓰이는 전략 광물이다. 중국의 대미 희토류 규제 등 미·중 간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국면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전략이다.

최 회장은 지난 8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경제사절단으로 합류하며 전략 광물 관련 행보를 본격화했다. 실제 고려아연은 미국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냈다.

최근에는 국내 전략 광물 생산 허브 구축을 위해 총 1조5,000억 원 규모 투자를 발표했다. 게르마늄 공장 신설에 1,400억 원, 갈륨 회수 공정 신설에 557억 원을 투입한다.

2028년부터 게르마늄 연간 12톤, 갈륨 연간 15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또 다른 전략 광물인 비스무트는 내년까지 300억 원을 투입해 증설, 생산능력을 1,500톤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인천 송도 R&D센터 신설(1,500억 원), 자원순환(1,200억 원), 이차전지 소재(7,000억 원), 환경 투자(500억 원) 등도 예정돼 있다.

11조 미국 투자 승부수
올해 최윤범 회장이 던진 최대 승부수는 이달 15일 발표한 11조 원 규모 미국 테네시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정부가 참여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와 현지 기업들이 출자하는 합작법인(크루서블 JV)에 2조8,500억 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이를 통해 JV가 고려아연 지분 10%를 확보할 전망이다. 사실상 미국 정부가 고려아연 주요 주주로 나서 최 회장 측을 지원할 경우 향후 경영권 방어가 거의 확실시된다.

이번 투자는 ‘한·미 핵심광물 동맹’ 강화에도 커다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핵심광물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 전략과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서 공급망 우위를 확보하려는 한국 이해관계가 맞물릴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고려아연 프로젝트는 미국의 핵심광물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딜”이라고 밝혔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희토류·희귀광물 등에 대한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데 우리나라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풍·MBK 연합은 투자 구조를 문제 삼아 공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제련소 건설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며 한발 물러설 정도다.

서울중앙지법도 제련소 신설의 경영상 필요성을 인정하며 영풍·MBK 측이 제기한 고려아연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미국 정부가 최 회장 측에 선다면 양측 지분율 격차는 2%대 안쪽으로 단숨에 좁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최윤범 회장은 오는 1월 19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하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참가하는 등 내년에도 다양한 글로벌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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