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1월 기준 누적 해외건설 수주액은 446억957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36% 증가한 수치다. 11월 누적 기준으로는 2014년 591억 달러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실적이다. 지난달 대비로도 약 17억 달러가 늘어나면서, 연말 추가 수주 여부에 따라 연간 목표치인 500억 달러 달성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사종류별로는 산업설비가 353억 달러로 전체 수주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건축(54억 달러)·전기(13.8억 달러), 토목(13.3억 달러) 순으로 나타나며 플랜트와 에너지 인프라 중심의 수주 구조가 뚜렷해졌다.
이 같은 흐름은 정부 정책 기조와도 맞물린다. 정부는 최근 ‘해외건설 정책방향’을 발표하고 데이터센터, 송배전 인프라, 에너지저장시스템, 원전 등 고부가가치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초고층 빌딩과 초장대 교량 등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한 분야는 기술 고도화를 통해 독보적인 입지를 굳히고, 원전과 같은 복합 사업은 범부처 지원체계를 가동해 수주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도시·철도·공항 등 대형 인프라는 중소·중견기업과 대기업, 공기업이 함께 진출하는 패키지형 수출 모델을 확산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올해 해외수주 급증의 배경으로는 지난 6월 체결된 187억 달러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수주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관세 협상 이후 미국과 주요국에서의 인프라 투자 확대 기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인프라 수요 증가도 긍정적인 환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의 해외수주 성장 흐름이 도드라진다. 삼성물산이 해외수주와 매출에서 모두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집계 기준 삼성물산은 올해 3분기까지 56억400만 달러가 넘는 해외수주를 기록했다. 이미 지난해 전체 수주액(49억 달러)을 뛰어었고, 민간기업 중에서는 독보적인 1위이기도 하다.
삼성물산 수주 행보는 중동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두드러진다. 지난 4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AI 다프라 OCGT IPP 프로젝트’(4억8100만 달러), 호주에서 ‘나와레 배터리에너지저장시스템(BESS)’ 프로젝트(1억4700만 달러)를 연이어 확보하며 AI·신재생 융합형 에너지 사업의 기반을 넓혔다.
삼성물산은 특히 소형모듈원전(SMR)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스웨덴, 폴란드, 루마니아 등 유럽을 중심으로 사업 기반을 다져왔으며, 최근에는 폴란드 신토스그린에너지와 SMR 개발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폴란드 최초 SMR을 포함해 총 24기 건설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회사 측은 유럽뿐 아니라 중·동부 유럽 전반으로 SMR 사업을 확대해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을 밝히고 있다.
현대건설 역시 해외사업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해외수주액은 40억 달러를 넘어섰다.
현대건설은 해외진출의 교두보였던 중동시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의 수주에서 입지를 공고히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은 2월 이라크 남부 해수공급시설(Water Injection Project, WIP) 사업을 수주하며 중동 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해당 사업은 유전지대에 해수를 정화해 석유 생산 효율을 향상하는 프로젝트다. 향후에도 중동의 정유공장, 전력시설, 주택 등 다양한 분야의 수주에서 입지를 공고히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현대건설은 미국을 핵심 전략 시장으로 삼아 원전과 AI 인프라를 결합한 복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월 미국 페르미 아메리카와 체결한 텍사스주 복합 에너지·AI 캠퍼스 기본설계 계약이 대표적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대형원전, SMR, 가스복합화력,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시스템을 결합한 총 11GW 규모의 민간 전력망 단지다.
현대건설은 뉴에너지 및 플랜트 사업 확장기조를 유지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2026년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탄소절감 효과가 있는 전기로(EAF) 제철소를 착공예정이다. 이어 파푸아뉴기니 LNG 프로젝트, 미국 미시간주 펠리세이즈 SMR 프로젝트 등 플랜트 사업이 진행 예정에 있다.
대우건설의 경우 EPC 수행 능력과 해외 신도시 개발을 앞세워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해외수주액은 12억6600만 달러다. 투르크메니스탄 투르크메바낫 미네랄 비료 공장이 대표적인 수주 사례다. 한국수력원자력을 주축으로 구성된 팀코리아의 일원으로 26조 규모 체코 두코바니 대형원전 건설 사업에도 시공을 맡을 예정이다.
앞서 대우건설은 베트남 하노이 스타레이크시티 신도시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데 이어, 베트남 타이빈성 끼엔장 신도시 개발사업 투자자로 승인받았다. 이 사업은 2025년부터 2035년까지 약 3억9000만 달러가 투입되는 장기 프로젝트다.
이미지 확대보기한편 정부도 막바지 해외 수주 지원에 나서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5일부터 19일까지 김윤덕 국토부 장관을 단장으로 한 수주지원단을 사우디아라비아로 파견했다. 사우디 정부가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초대형 프로젝트를 연이어 발주하며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사우디 고위급 관계자와 면담을 통해 주택 건설, 고속철도 등 인프라 분야 중심의 수주 지원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외교부는 지난 2일 경제부처, 산업단체가 참여하는 협의체인 ‘수출·수주 외교지원단’을 출범시켰다. 지원단은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지원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국내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해외건설은 건설사들의 실적 방어와 성장 전략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연말로 갈수록 발주처들의 실적 반영 수요로 계약 체결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올해는 기존 중동에 집중되던 의존도를 낮추고 수주액을 늘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체코 원전이 포함된 유럽 지역을 제외하면 나머지 수주액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못한 수준으로, 해외건설 경쟁력을 강화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주현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gun131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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