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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7(월)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소부장 펀드로 산업 고도화 필요

기사입력 : 2025-11-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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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첨단 산업, 소부장이 만드는 전략적 공급망
전문펀드·투자가교로 이끄는 한국 소부장 고도화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소부장 펀드로 산업 고도화 필요이미지 확대보기
AI와 첨단 산업, 소부장이 만드는 전략적 공급망 전문펀드·투자가교로 이끄는 한국 소부장 고도화

최근 엔비디아 젠슨 황 CEO와 삼성전자 이재용닫기이재용기사 모아보기 회장, 현대차그룹 정의선닫기정의선기사 모아보기 회장이 한 자리에 모인 치맥 회동은 산업계의 상징적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반도체·AI·미래차 산업이 기술적으로 긴밀히 연결되고 있으며, 앞으로 이들 산업이 하나의 대규모 공급망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융합 산업의 중심에는 고난도 소재·부품·장비(소부장)가 위치한다는 점에서 그 시사점은 더욱 크다.

글로벌 공급망은 지금 구조적 전환기에 놓여 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각국은 핵심 소재와 기술의 안정적 확보를 국가 전략과제로 삼고 있다. 한국 제조업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소부장 산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반도체 공정 소재, 배터리 전해질, 초정밀 장비 등은 어느 하나만 흔들려도 산업 전반에 영향이 미칠 정도로 전략성이 높다. 일본의 수출규제 당시 확인했듯이 공급망의 취약성은 곧 산업 전체의 리스크로 이어진다.

최근 AI 산업의 폭발적 성장 역시 소부장의 중요성을 새롭게 부각시키고 있다. 초거대 AI 모델을 위한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GPU와 서버 장비를 필수적으로 요구하지만, 그 기반에는 냉각·전력·패키징·기판·고순도 화학소재 등 수많은 소부장 기술이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 AI칩은 설계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적층 패키징·고밀도 기판·열 관리 소재·광학 부품 등 고난도 소부장이 결합될 때 비로소 성능이 발휘된다.

또한 AI 인프라 확대로 전력 소모량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고효율 전력반도체·절연 소재·첨단 센서 등은 AI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AI 산업의 경쟁력이 곧 소부장 경쟁력으로 확장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AI 산업이 빠르게 확장되며 산업 전반의 가치사슬이 재편되는 만큼, 한국 소부장 기업들에게도 기회가 열리고 있다. 패키징 공정, 고성능 기판, 전력반도체, 정밀 센서 등 한국이 이미 경쟁력을 확보했거나 빠르게 추격할 수 있는 분야가 AI 생태계의 핵심으로 올라서고 있기 때문이다.

선제적 투자와 기술 축적이 이뤄진다면, 한국 소부장은 AI 시대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전략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감안하면, 소부장 산업에 대한 장기 투자와 기술 기반의 인프라 강화는 더욱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변화를 인지하고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소부장 산업법, 전략품목 R&D, 정책펀드 조성 등 다각적인 정책을 추진해 왔다. 산업 현장을 접하다 보면 이러한 정책적 기반이 기업들의 기술 자립과 시장 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정책만으로 산업 생태계가 완성되기는 어렵다. 기술 혁신의 동력은 민간의 적극적 참여에서 나오고, 민간의 장기적·구조적 투자는 필수적이다.

그동안 한국소재부품장비투자기관협의회(KITIA)는 정부 정책과 민간 투자를 연결하는 ‘투자가교’ 역할을 수행해 왔다. KITIA는 기술·사업성 평가, 투자 IR, 해외 네트워크 연계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에서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기업의 자본 접근성을 높였다.

그 결과 설립 이후 약 5조원 이상의 민관 합동 투자 실적, 그리고 협의회를 거친 기업 중 16%의 상장 성과가 나타났다. 이는 민관이 함께 만든 구조가 실제 성과로 이어진 대표적 성공적 사례 중 하나이다.

최근 산업계에서는 기존 투자 구조만으로는 고난도·장기 투자 분야를 충분히 지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장비, 첨단소재, 전력반도체, 차세대 배터리와 같은 분야는 기술 난이도와 개발 기간을 고려하면 선제적이고 장기적인 자금공급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KITIA의 플랫폼과 연계된 소부장 전문펀드를 적극적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면 산업 발전에 한층 더 큰 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KITIA가 축적해온 기술평가 역량, 기업 데이터,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는 전문펀드의 투자 효율성을 높이는 기반으로 작용한다. 전문펀드가 KITIA 플랫폼과 결합할 경우 유망 기술기업을 적시에 발굴하고 스케일업까지 연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구조 형성이 가능하다. 이는 정부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민간 자본의 신뢰를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 것이다.

한국 소부장 산업은 ‘위기 대응’을 넘어 ‘공급망 주도권 확보’라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방향, 민간의 기술혁신 역량, 그리고 양자를 연결하는 투자가교 역할이 균형 있게 작동해야 한다. KITIA는 앞으로도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정부와 민간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한국 제조업 경쟁력의 출발점에는 소부장이 있다. 정부·기업·벤처캐피탈 등 민간투자기관이 함께 만드는 투자가교를 통해, 한국 소부장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더욱 경쟁력있는 핵심 산업으로 성장해갈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소재부품장비투자기관협의회 박기호 회장 / L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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