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기사 모아보기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수장으로 부임했을 때 조직은 깊이 지쳐 있었다. 잦은 CEO 교체와 지배구조 갈등, 공적자금 상환 이후에도 이어진 관치의 그림자가 곳곳에 드리워져 있었다. 한때 '명가'로 불리던 자존심은 바닥까지 떨어졌고, 은행 의존형 수익 구조는 한계에 봉착해 있었다.그가 취임 후 선택한 것은 화려한 개혁이 아니라 '기본과 원칙으로의 회귀'였다. "성과보다 신뢰, 속도보다 방향"을 강조하며 병든 조직문화를 바로잡고 수평적 소통을 회복하는 데 집중했다. 한일·상업은행 출신 간 갈등과 관료적 의사결정이라는 오래된 병폐 속에서 '땡큐경영'과 '애지중지 경영'을 도입한 것이 그 예다.
이미지 확대보기우리금융의 구조적 약점은 그룹 순이익 대부분이 은행에서 나오는 '외다리 구조'였다. 임 회장은 이를 단기간에 바로잡았다. 우리종합금융과 포스증권을 합병해 우리투자증권을 10년 만에 부활시켰고, 동양생명·ABL생명을 인수해 보험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우리벤처파트너스 인수를 통해 투자금융 기반도 마련했다. 덕분에 그룹 내 은행 의존도는 80%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로써 우리금융은 지주 재출범 5년 반 만에 종합금융그룹의 틀을 완성했다. KB·신한·하나금융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톱티어 경쟁’ 무대에 올라섰고, 외국인 지분율 상승, 우리은행 사상 첫 3조 원대 순이익, CET1 비율 12.92% 등 가시적 성과도 뒤따랐다. 정부와 시장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점을 찾아 민영화 이후 처음으로 ‘조용한 안정기’를 만들어냈다. 그의 1막은 신뢰 회복, 비은행 강화, 체질 개선으로 요약된다. 무너진 금융 명가의 품격을 되살린 시간이었다. 정책과 시장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간 임 회장은 ‘균형의 리더십’을 증명했다.
이제 무대는 2막으로 옮겨간다. 내년 3월 첫 임기 종료를 앞두고 연임이 현실화된다면, 다음 3년은 '명가의 완성'을 위한 시간이 될 것이다. "우리금융 2막은 복원이 아닌 도약"이라는 선언과 함께, 기업금융 역량을 복원·고도화하고 금융 본질로 돌아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미지 확대보기우리은행은 기업여신 확대, IB 조직 통합, AI 기반 기업여신 심사 고도화 등 혁신을 추진 중이다. 그룹 차원에서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디지털 플랫폼 통합을 통해 '글로벌 톱 플레이어'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은행·증권·보험을 아우르는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종합금융 플랫폼으로 변신 중이다.
그러나 2막의 핵심 과제는 주주환원이다. 보험사 인수로 자본 부담이 커지면서 4대 금융지주 중 주주환원율은 여전히 낮다. 관치 논란을 성과와 투명한 지배구조 개선으로 완전히 불식시키고, NPL 비율을 낮추며 비은행 수익 기여도를 끌어올려야 진정한 종합금융의 균형이 완성된다.
이미지 확대보기임 회장의 리더십에는 일관된 철학이 흐른다. "위기 때마다 개인이 아닌 구조가 버텨야 한다." 우리금융이 '임종룡의 조직'에서 '시스템이 작동하는 조직'으로 가야 한다는 메시지다. 최근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시작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임추위가 내·외부 후보를 평가·검증해 최종 후보를 선임하는 과정은, 그가 강조해온 '리더십의 제도화'가 현실로 구현되는 첫 시험대다.
관료 출신이라는 꼬리표로 시작했지만, 그는 형식보다 본질, 속도보다 방향을 택해 신뢰 복원과 구조 개혁이라는 1막을 완성했다. 이제 2막은 복원한 신뢰를 성장으로 증명하고, 개인 리더십을 제도의 힘으로 전환해야 한다.
명가는 화려함보다 기품으로 기억된다. 우리금융이 진정한 명가로 서기 위해선 리더의 카리스마보다 제도의 신뢰가 중심이 돼야 한다. 개인 리더십이 제도적 리더십으로 옮겨가는 순간, 그 기품은 완성된다.
그는 말한다. "금융은 결국 신뢰의 산업이다. 신뢰를 지킨 자만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1막이 위기를 돌파하고 품격을 되찾은 복원의 시간이었다면, 2막은 그 신뢰를 성장으로 증명하고 시스템으로 완성하는 '명가 재건의 완결편'이 되어야 한다. 임종룡 회장이 여는 우리금융의 2막은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단단한 신뢰 속에서 한 단계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김의석 한국금융신문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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