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우 하나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은 13일 한국금융신문과의 <CEO 초대석> 인터뷰에서 ‘퇴직연금 명가(名家)’ 운용사로 평가받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며 이 같은 목표를 제시했다.
2년여 동안 김 대표는 하나자산운용의 체질 개선에 집중하며 성장 기반을 다졌다. ETF(상장지수펀드) 리브랜딩을 통해 ‘1조원대 메가 ETF’를 탄생시켰고, 연금 펀드인 ‘하나더넥스트 TDF’는 출시 반년 만에 수익률 1위로 이름을 알렸다.
김 대표는 “하나자산운용은 하나금융그룹의 핵심 상품 공급처로서 퇴직연금 시장에서 시너지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나더넥스트 TDF, 퇴직연금 대표상품으로
김태우 대표는 적립금 규모가 440조 원(2025년 2분기 기준)을 넘어 운용업계 격전지가 된 퇴직연금 시장에 공 들이고 있다. 하나자산운용이 그룹 내 핵심 금융상품 공급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앞서 합작사 시절에는 하나금융그룹 내 하나은행이 강력한 퇴직연금 사업자임에도, 자체 운용사 상품이 그룹 내부에 공급되지 않아 그 강점을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하나운용 출범은 잃어버린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찾았다는 표현을 쓸 만큼 의미가 컸다”며 “MMF(머니마켓펀드) 운용역량을 강화해 양적 성장을 도모하는 동시에, 핵심 운용역량을 높여 질적 성장을 이루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확대되는 은퇴금융 수요에 대비해 TDF 상품을 공급한다. 김 대표는 앞서 피델리티자산운용에서 근무했던 2000년대에 이미 TDF를 접했다. 또, OCIO(외부위탁운용관리) 펀드, 기금형 자산배분 펀드를 핵심 연금 상품으로 배치했다.
하나자산운용은 2024년 9월 ‘하나더넥스트 TDF’를 선보였다. TDF 2030~2055 6개 시리즈를 갖추었고, 출시 반년 만에 모든 빈티지에서 업계 최고 수준 성과를 기록했다.
김 대표는 “올해 9월로 하나더넥스트 TDF(혼합-재간접) 출시가 1년 됐는데, 1년 기간수익률(펀드스퀘어 고시)이 ▲2055 19.14% ▲2050 18.98% ▲2045 19.01% ▲2040 17.26% ▲2035 15.36% ▲2030 14.17%를 기록했다"며 "이 상품을 퇴직연금의 대표상품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개별 TDF 수익률로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많은 개인연금 가입자는 본인의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에 편입된 TDF의 개별 수익률을 알지 못한 채 자동 편입하고 있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하나더넥스트 TDF’는 운용철학과 주식형 EMP 운용 경험에서 나오는 성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디폴트옵션에 편입된 기존 TDF에 도전장을 내고자 한다”며 “TDF 수익률이 밝혀지지 않길 바라는 기존 선두권 주자와 경쟁해서 점유율 톱5까지 도약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4분기에 출시한 OCIO 펀드와 앞으로 출시될 TIF(타깃인컴펀드)를 통해 연금 시장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ETF 시장에서는 그룹 연계를 활용해 점유율을 확대하고 시장 내 자생력 확보를 추진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본격화와 안정적 현금흐름 확보 수요 확대에 따라 월배당·월분배형 상품도 확장 중이다. 채권, 리츠(REITs), 인프라를 아우르는 멀티에셋 인컴 상품 라인업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대표상품 ‘하나 월지급 PIMCO 글로벌 인컴 혼합자산펀드’는 글로벌 최대 인컴펀드로서, 핌코(PIMCO)의 운용 역량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월분배금 지급과 균형 잡힌 인컴 솔루션을 제공한다. 또한 리츠와 상장 인프라는 전통적인 주식 대비 높은 배당 매력이 있어서 시장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도 하방 방어 효과를 제공해 장기 투자에 적합한 자산으로 설명했다.
김 대표는 “하나운용은 최근 해외 리츠 전문 운용사와 전략적 협력을 강화했으며, 인프라 부문에서는 글로벌 운용사인 골드만삭스와 협업을 통해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에는 기존 상품들의 구조적 개선과 판매 채널 다변화를 추진해 투자자 접근성을 높이는 차별화된 인컴형 투자 솔루션을 지속 제공할 계획이다.
ETF ‘후발주자’로서 전략과 철학…“필요 상품 적시 제공”
김태우 대표는 "운용사의 본질은 결국 투자자에게 좋은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원칙을 강조했다. 하나자산운용의 ETF는 시장 진입 시점이 다소 늦었지만, 차별화된 상품을 적시에 공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2024년 3월 ‘1Q ETF’로 리브랜딩한 뒤 현재(2025년 9월 기준) 하나운용의 ETF 수탁고는 2조 원을 넘겼고, 시장 점유율은 1%까지 성장했다.
하나1Q머니마켓액티브 ETF(2024년 4월 상장)는 1년 만에 순자산 1조 원을 돌파하면서 업계 톱4 이외 최초 ‘1조 메가 ETF’ 반열에 올랐다.
올해 선보인 주요 ETF들은 모두 타사에 없는 독창적인 콘셉트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1Q 미국 S&P500 ETF, 1Q 미국 나스닥100 ETF는 업계 최저 수준 보수와 차별화된 분배 주기(국내 최초 3·6·9·12월 월중 분배)를 제공한다. 또한, 1Q 미국 S&P500·미국채혼합50 액티브 ETF는 최신 퇴직연금 감독규정을 반영한 2세대 채권혼합 ETF로, 업계 최단 기간에 500억 원을 달성했다.
1Q 미국 메디컬 AI ETF는 미국 메디컬 AI 기업에 투자하는 최초 ETF로, AI 기반 신약 개발, 정밀 의료, 영상 진단 관련 기업에 투자한다. 1Q 샤오미 밸류체인 액티브 ETF는 차이나 빅테크 밸류체인 분야에 투자하는 최초의 ETF다.
2025년 9월 상장한 1Q K-소버린 AI ETF는 정부의 AI 강국 정책에 맞춰 AI 관련 소프트웨어, 플랫폼, 검색엔진, 클라우드 등 자체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국내 기업에 투자한다. 또, 채권혼합형 액티브 상품인 1Q 미국나스닥100미국채혼합50액티브 ETF도 상장했다.
김 대표는 “투자자를 위한 ETF 경쟁이 되려면 단순한 보수 경쟁이나 마케팅 과열이 아니라, 진정으로 필요한 상품을 적시에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리서치와 운용 역량을 바탕으로 원칙을 지키며 투자자의 선택을 받는 ETF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전통적 공모펀드 활성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대표상품으로 ‘하나공모주하이일드펀드’(2024년 6월 출시)가 있다.
김 대표는 금융위 금융발전심의위원회(금발심) 위원으로 자본시장법 상 공모주하이일드펀드의 비시장성자산 50% 초과 편입 금지 규제 완화를 지원해서 3년 여 만에 업계 최초 공모개방형 펀드를 선보였다.
개인 직접 거래 확대와 이로 인한 전통적 액티브 펀드 시장 위축은 국내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구조적 변화라고 짚었다. TDF, 손익차등형, 목표전환형 등 ETF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비히클(vehicle) 특화 상품 영역에서 투자자 자금을 유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운용사 입장에서는 ETF냐 공모·사모펀드냐 선택이 중요한 게 아니라, 투자자의 성향·재무상황·투자기간에 최적화된 상품을 제시하는 게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기회-위협 공존하는 투자환경…“장기 자산배분·체계적 리스크관리 관건”
김태우 대표는 최근 글로벌 자산운용업계 이슈 중 관심사로 전통적인 운용사의 액티브 ETF 진출을 꼽았다. 그는 “피델리티, 핌코, JP 모간과 같은 전통적인 뮤츄얼 펀드를 주력으로 하던 글로벌 운용사들도 액티브 운용 역량을 ETF라는 새로운 그릇에 담아내고 있다"고 했다.
또 사모·대체투자 확대 흐름도 주목했다. 대체투자 시장은 공모 시장보다 높은 수익 가능성을 제공하지만, 유동성 제한, 복잡한 밸류에이션, 규제와 운영상의 복잡성 등 도전 과제도 동반한다.
그러나 포트폴리오 수익성과 다각화를 중시하는 투자자 수요가 늘면서, 인프라·부동산·사모주식(PE)·사모대출(PD) 등 비상장 영역으로 운용 비중을 확장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특히 사모신용 시장은 은행 대출 규제 강화 이후 운용사의 주요 성장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사모·대체 투자 확대로 전통자산과 대체자산의 통합적 운용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금융 고도화 트렌드도 지목했다. 김 대표는 "글로벌 운용사들은 단순히 ESG 펀드를 내놓는 수준을 넘어, 투자 프로세스 전반에 ESG 리스크 관리와 데이터 기반의 지속가능성 평가체계를 내재화하고 있다"며 "투자기업과의 적극적인 주주관여(engagement) 활동 및 스튜어드십 강화를 통한 책임투자를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내·외 변수들이 맞물린 가운데, 김 대표는 올해 4분기부터 내년 초까지의 투자 환경에 대해 “기회 요인과 위험 요인이 병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3분기까지 투자환경은 수익 창출 난이도 측면에서 보면 '상(上)'으로 평가할 만큼 녹록하지 않았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향후 투자 환경에 대해 김 대표는 “미국 연준(Fed)의 금리인하 사이클 진입은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데, 유동성 확대로 위험자산 강세 흐름 환경을 조성할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번 금리인하는 단순한 정상화(normalization)라기보다, 경기침체 위험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보험적 인하(insurance cuts)’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미국의 고용지표 둔화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며 "만약 안정적인 인플레이션 기조가 흔들릴 경우 정책 대응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그는 "주요 선진국에서 확대되고 있는 재정 지출로 인해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하반기 금융시장의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들이 차익실현과 위험관리 사이에서 고민이 커지는 상황에 대해 김 대표는 “이런 환경에서는 장기 자산 배분과 체계적 리스크 관리가 가능한 솔루션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며 “전문 운용사 상품들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룹 내 협업 중심 전략…“시너지 극대화”
김 대표는 하나자산운용을 하나금융그룹 핵심 상품 공급처로 확고히 자리매김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퇴직연금 시장에서 시너지 확대를 공략한다. 김 대표는 “DC(확정기여형)/IRP(개인형 퇴직연금) 유형은 퇴직자 증가, 세금 이연, 세제 혜택 등에 힘입어 상승세가 빠르게 진행 중”이라며 “하나금융그룹은 퇴직연금 시장 중요성을 강조하며 금융지주 차원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상품은 TDF라고 지목했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는 2017년 이후 TDF 펀드가 본격 출시됐지만, 퇴직연금 선진시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 401(k) 내 TDF 비중이 38%를 웃돌아 향후 우리 역시 급격한 성장이 예측된다"고 말했다.
하나자산운용은 그룹 내 은행·증권 등과 긴밀한 협업 체제 구축에 힘을 싣고 있다. 김 대표는 “취임 후 조직을 재정비(리빌딩)하며 민첩한 의사결정 체계, 객관성·투명성·공정성을 바탕으로 한 성과 중심 문화를 정착시켜 왔고, 그룹 내 계열사와의 시너지 극대화하기 위한 인력 구성도 지향하고 있다”며 “안정성과 혁신이 조화를 이루는 조직으로 고객 최우선 국내 톱5 자산운용사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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