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롯데 등 ‘현금 사수전’
SK그룹은 리밸런싱(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계열사 중복사업 정리,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SK㈜는 지난 3월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에 SK스페셜티 지분 85%를 약 2조6000억원에 매각하며 재무부담을 크게 낮췄다. 지난달엔 베트남 빈그룹 지분 전량을 제3자 분할 매각했다. 지난해 유동성 위기 이후 신용등급마저 강등된 롯데는 국내 다른 어떤 그룹보다 현금 확보에 진심이다. 문제는 백화점, 마트 등 유통 부문의 경우 내수 중심이라 기대할 게 크지 않다는 데 있다. 호황기 대대적 설비확충에 나선 롯데케미칼이 중국발 석유화학 불황 직격탄을 맞아 현금 창출에 애를 먹고 있다.
일단 롯데케미칼이 미국,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등 자산 매각을 통해 2조3000억원 현금 확보에 나섰고 그룹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까지 은행권에 담보로 잡히면서 현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는 지난해 말 롯데렌탈을 2조8000억원에 팔았다.
LG그룹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선제적으로 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 8.5세대 대형 LCD 공장을 중국 TCL CSOT에 약 15억 달러에 매각했다. LG생활건강은 본업인 화장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음료 자회사 해태htb 매각을 추진 중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코카콜라 매각까지 염두해 놓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LG화학도 올해 워터솔루션(1조4000억원), 필러 등 에스테틱(2000억원) 사업을 팔았다. 워터솔루션 사업은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650억원을 벌어들인 알짜 사업이고, 에스테틱은 미래 성장이 더욱 기대됐음에도 과감히 정리했다.
석유화학 불황으로 흔들리는 재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LG화학은 보유 중인 LG에너지솔루션 일부 지분도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차입금, 유상증자, 자금대여로 급한 불을 끄고 있지만 적자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대책이 시급하다. 한화그룹은 자금 마련을 위해 고려아연 지분 매각 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한화, 한화임팩트, 한화파워시스템글로벌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 8%를 가지고 있다.
‘내우외환’ 시달리는 기업들
구조조정과 유동성 확보에 나서는 국내 대기업들 상황이 갑자기 비롯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석유화학, 전기차, 배터리 등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이 대기업들 설비투자 확대를 부추겼다. 이같은 대형 설비투자는 대부분 외부차입을 통해 이뤄졌는데, 최근 몇 년 사이 고금리 고착화로 금융비용이 폭등하면서 기업 재무부담을 가중시켰다. 재계 관계자는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만기도래한 채권 상환도 어려워졌다”며 “불필요한 사업 매각, 현금 유동성 방어 등에 골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분야는 중국발 글로벌 공급 과잉 여파로 장기 침체 국면에 빠지며 한국 기업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닫기

특히 이렇게 글로벌 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활동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각종 법안과 규제가 기업을 벼랑으로 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란봉투법, 개정 상법 등이 국내 기업들 경영과 투자 발목을 잡고 있다”며 정부·여당의 신중한 처리를 호소했다.
재계 관계자는 “원청·하청 교섭권 확대로 파업이 무분별하게 확산될 수 있고,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경영권 분쟁 가열, 외국계 투기자본 침투 등 부작용이 염려된다”며 “정부 가이드라인 외에 별다른 대책이 없는 게 큰 문제”라고 말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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