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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0(월)

에코프로비엠 ‘투자주의보’...“차입금 부메랑·신용등급 강등”

기사입력 : 2025-11-10 05:00

(최종수정 2025-11-10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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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연속 매출↓ 주가 단기 급등
과도한 차입 투자…재무불안 가중
신용등급도 강등 “투자 신중해야”

에코프로비엠 ‘투자주의보’...“차입금 부메랑·신용등급 강등”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김재훈 기자]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다. 객관적 평가를 위해서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한국금융신문은 ‘알트만 Z-스코어’를 통해 기업이 현재 처한 상황과 대응, 재무건전성 등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그 속에 숨어있는 의미를 심층적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에코프로비엠 ‘투자주의보’...“차입금 부메랑·신용등급 강등”이미지 확대보기
에코프로비엠은 외형 성장을 위해 CAPEX(자본적 지출)를 확대하면서 차입금이 늘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캐즘) 여파로 수익성 하락과 재무 부담 증가라는 고개를 힘겹게 넘고 있다. 수주 산업에서 중요한 신용등급까지 강등되면서 향후 자금조달과 수주 차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금융신문은 기업 데이터 플랫폼 딥서치를 활용해 에코프로비엠 최근 5년(2019~2024) 알트만 Z-스코어를 산출했다.

알트만 Z-스코어는 기업 재무제표를 기반으로 부도 가능성을 예측하는 지표다.

투자자와 금융기관 등이 기업 신용위험을 판단하거나 투자·대출 여부를 결정할 때 활용하는 다양한 지표 가운데 하나다. 일반적으로 제조업 기준으로 Z-스코어가 3점 이상이면 안정적, 1.8점 미만이면 부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에코프로비엠 알트만 Z-스코어는 2019년 3.87에서 2024년 3.47로 5년간 소폭 하락했다. 연도별로는 ▲2020년 8.18 ▲2021년 9.57 ▲2022년 5.26 ▲2023년 8.02로 등락이 큰 편이다.

이는 에코프로비엠 주력인 전기차 배터리 시장 흐름과 비슷한 양상이다. 외형 지표인 연간 매출은 2019년 6,161억 원에서 매년 증가해 2023년 6조 9,009억 원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총자산은 6,504억 원에서 4조 3,618억 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질적 성과를 보여주는 영업이익은 다른 흐름을 보였다. 에코프로비엠 영업이익은 2019년 371억 원에서 꾸준히 늘어 2022년 3,807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익잉여금도 같은 기간 930억 원에서 4,322억 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전기차 캐즘이 본격화한 2023년 영업이익은 1,560억 원으로 반토막 났고, 2024년에는 341억 원까지 하락했다. 이익잉여금은 2023년 3,754억 원, 2024년 2,754억 원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매출도 2024년 2조 7,668억원으로 급감했다.

에코프로비엠 주가 변동성도 크다. 2019년 약 4만 원 수준이던 주가는 2023년 초 한때 58만 원대까지 올랐다. 올해 상반기 10만~13만 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단기 차입 부담·현금창출력 약화
문제는 수익성 악화와 함께 커진 재무 부담이다. 배터리 업종은 수주 산업 특성상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설비투자를 과감하게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 제조사들은 점유율 확보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며 공격적 수주에 나서기도 한다.

에코프로비엠도 성장기 차입을 늘려 양극재 생산 확대를 위한 CAPEX 자금을 확보했다. 그러나 시장 여건 악화로 기대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재무 부담이 커졌다.

이 회사 단기차입금은 2021년 말 3,778억 원에서 2024년 말 1조 729억 원으로 약 3배 이상 증가했다. 유동부채는 2022년 1조 5,479억 원으로 1조 원을 넘어섰다. 총자산이 처음 1조 원을 돌파한 2021년 부채비율이 140%로 전년 대비 약 2배로 늘었다. 총자산 4조 원을 넘긴 2023년에는 부채비율이 약 175%까지 확대됐다.

실적 악화와 재무 부담 증가로 현금 사정도 나빠졌다. 순차입금은 2022년 말 1조 2,349억 원에서 2024년 말 2조 1,822억 원으로 늘었고, 2025년 3월 말에는 2조 6,864억 원까지 확대됐다. 이익잉여금 역시 2022년 4,322억원을 정점으로 2023년3,754억 원, 2024년 2,754억원으로 감소세다.

신용등급 하향, 수주 차질 우려
최근 상황은 녹록지 않다. 회사는 지난 4일 3분기 연결기준 매출 6,253억 원, 영업이익 507억 원을 보고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8% 증가했으나 전분기 대비로는 20%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3.5% 증가해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지만, 이 수치에는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PT ESG) 지분 취득 관련 투자이익 418억 원 덕분이다. 이를 제외하면 3분기 영업이익은 약 89억 원 수준이다.

에코프로비엠 수익성은 매출 비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전기차용 양극재 부진으로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다. 회사는 ESS용 양극재 사업을 확대하며 오는 2028년까지 연간 72만 톤 양극재 생산체제 구축을 목표로 국내 오창·포항을 비롯해 헝가리, 퀘벡 등 글로벌 거점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사업적 반등이 쉽지 않고 재무 부담이 커진 가운데 신용등급마저 강등되면서 투심은 동요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6월 에코프로비엠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낮췄다. 업황 둔화와 판가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 재무 부담 증가를 등급 하향 이유로 제시했다.

민원식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단기간 내 영업현금흐름(OCF)의 유의미한 개선 여력이 제한적이며, 과중한 자금 소요로 잉여현금흐름(FCF) 적자도 지속될 것”이라며 “자본 확충 등 다양한 자구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차입금 대폭 축소를 통한 재무 부담 완화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신용등급 하향은 공모채 등 자금조달 비용 상승뿐 아니라 향후 수주 사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발주사들이 수주사 재무 건전성을 중요한 판단 요소로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주가 급등에 대해서도 시장 시각은 보수적이다. 주가는 한때 17만 원대를 회복해 최근 1년 내 최고치인 18만 원대에 근접했으나,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15만 원대까지 하락했다.

지난 7일 주가는 전일보다 4.4% 하락한 15만1,100원으로 마감했다.

증권가는 앞서 주가 상승을 사업적 성장 모멘텀보다 이차전지주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 영향으로 해석한다. ESS 양극재 사업의 구체적 성과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올해 주가 반등 핵심 논리는 분기 대비 매출 감소세의 중단이었으나, 3·4분기 연속 분기 대비 매출이 감소하는 구간이므로 단기 주가 상승 모멘텀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다만 경쟁사 대비 출하량이 많음에도 시가총액이 낮은 점을 고려하면 시가총액 15조 원 미만 구간에서 조정 시 매수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차전지 업종으로 유동성이 몰리는 가운데 2023년 고점 이후 주가가 빠진 종목 중 에코프로비엠이 상대적으로 회복되지 않아 투자심리가 쏠린 것으로 보인다”며 “특별히 실적이 개선된 것은 아니므로 주가가 약했던 종목들에 수급이 집중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국내 배터리 업체 가동률은 ESS보다 전기차 수요에 더 의존하는데, 9월 전기차 생산 증가는 보조금 폐지를 앞둔 수요 당김(프론트로딩) 측면이 있어 착시일 가능성이 크다”며 “실적이 아닌 심리나 수급에 따른 주가 움직임이라면 추격 매수 시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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