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공 이후에도 에쓰오일이 강조한 수익성도 의문이다. 이미 중국의 공격적인 설비 증설과 글로벌 수요 침체가 이어지며 제품 가격과 마진이 동반 하락 중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서유화학 업계 고질병인 공급과잉을 더 촉진시킨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울산광역시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축구장 120여개 면적(88만㎡) 부지에 건설 중인 정유·석화 통합 석유화학단지다. 투입한 자금만 총 9조2580억원 수준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되면 연간 에틸렌 180만t, 프로필렌 77만t, 부타디엔 20만t, 벤젠28만t 등 기초유분을 생산한다. 나아가 생산한 에틸렌을 원료로 플라스틱을 비롯한 다양한 합성 소재 생산에 사용되는 폴리에틸렌(LLDPE 88만t, HDPE 44만t)을 자체 생산할 수 있다.
특히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 최대주주 사우디아라비아 석유기업 아람코가 개발한 TC2C 기술이 처음 상용화된다. 이 기술은 원유에서 직접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전통 석유화학 제품 대비 가격과 품질이 비교적 뛰어나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제품 다각화와 수익성 강화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안와르 알 히즈아지 에쓰오일 대표는 물론 모하메드 알 카타니 아람코 사장도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을 찾으며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샤힌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우려 목소리가 더 높은 상황이다. 특히 약 9조원 규모 대규모 재원이 투입되지만, 에쓰오일이 안와르 알 히즈아지 대표 취임 후 실적 부진에 빠지며 재무 부담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금 유입은 줄었지만, 샤힌 프로젝트를 위한 차입금 영향으로 재무부담은 증가했다. 2022년과 2023년 약 5조원 수준이던 에쓰오일 총차입금은 지난해 기준 약 8조원으로 증가했다. 부채비율 역시 같은 기간 161%에서 181%로 증가했다. 순차입금도 2022년 3조7580억원, 2023년 3조8617억원, 2024년 6조459억원으로 매년 증가 중이다. 순차입금은 총차입금에서 현금및현금성자산을 뺀 수치로 -(마이너스) 폭이 클수록 기업의 현금 운용 능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쓰오일은 올해 샤힌 프로젝트에 올해 3조4870억원 내년 1조6594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올해 2분기 기준 에쓰오일 현금및현금성 자산은 1조5000억원 수준이다.
나아가 업계에서는 내년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되더라도 당장의 수익성을 장담하긴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중국의 공격적인 설비 증설과 글로벌 수요 침체가 이어지며 제품 가격과 마진이 동반 하락하고 있는 점이 문제다.
중국은 2018년부터 석유화학 자급화를 추진하며 석규화학 설비를 대거 증설했다. 글로벌 에틸렌 생산 중 약 50%가 중국에서 생산될 정도다. 최근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상호관세를 부과하며 대미 수출 물량이 아시아 시장으로 역류해 공급과잉을 심화시킬 수 있단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최근 몇 년간 가동률을 낮추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공급과잉 방어에 나서고 있다. 정부도 ‘석유화학산업 재도약 추진 방향’을 통해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생산 감축에 나서는 기업에 맞춤형 지원을 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샤힌 프로젝트가 국내에만 치중된 석유화학 업계의 공급과잉을 더욱 부추기는 원흉으로 지목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공급과잉 심화로 샤힌 프로젝트 수익성 확보도 시간이 걸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최근 가솔린과 나프타, 고유황유 중심으로 정제 마진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설비 폐쇄 규모가 예상을 웃돌면서 수급이 일부 안정화할 수 있지만 뚜렷한 수요 강세 요인은 많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 석유화학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도 샤힌 프로젝트 주요 제품 가격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며 “단위당 건설비가 상당히 큰 프로젝트인 만큼 에쓰오일 수익성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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