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코로나19 이후 가속화된 디지털 전환과 실시간 결제 시스템의 확산, 그리고 초국가적 범죄조직의 고도화는 불법 자금의 이동 속도를 증폭시켰다. 매년 수조 달러에 이르는 자금이 범죄 생태계로 유입되는 현실 속에서, 우리나라는 이제 2028년으로 예정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제5차 상호평가라는 중대한 시험대를 준비해야 한다.
이에 대응해 국제사회는 ‘실소유자(Beneficial Owner) 투명성’ 강화를 핵심 과제로 삼고 있지만, 가상자산사업자(VASP)처럼 여러 국가에 걸친 복합적인 지배구조를 파악하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특히 2026년 1월 시행될 개정 테러자금금지법은 금융회사에 법인과 신탁의 최종 지배자를 식별할 명확한 책임을 요구한다. 테러 자금은 소액으로 분산되어 우회하는 특성이 강한 만큼, 형식적 명의자가 아닌 실질적 의사결정권자를 찾아내는 역량이 제도의 실효성을 가르는 척도가 될 것이다.
제도적 투명성 확보만큼이나 시급한 변화는 기술적 대응 체계의 전환이다. 2025년은 금융권 AML 영역에서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도입이 임계점에 도달한 해였다. 많은 금융기관이 기존의 경직된 룰 기반 시스템에서 벗어나 실시간 행위 분석 체계로 전환하며 운영 효율성을 높였다.
그러나 기술적 진보는 새로운 숙제를 동반한다. 감독 당국은 이제 AI의 결과값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 대한 ‘설명 가능성’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범죄자들 또한 AI를 학습 대상으로 삼아 시스템의 취약점을 공격하는 적대적 기법을 현실화하고 있어, 자본력에 따른 금융기관 간 리스크 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의 이면에는 더욱 교묘해진 신종 사기 수법도 도사리고 있다. 최근 급증한 ‘합성 신원 사기’가 대표적이다. 딥페이크와 음성 복제 기술은 기존의 본인확인 체계를 빠르게 무력화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한 대규모 송금 유도나 허위 계좌 개설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결국 2026년을 향한 가장 큰 변화의 물줄기는 ‘AI 대 AI’의 구도로 요약된다. 범죄자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더 정교하게 제재를 회피할 것이며, 금융기관은 이에 맞서 모델의 복원력과 내성을 갖춘 방어적 AI를 구축해야만 한다.
아울러 AML 규제 범위가 부동산과 전문직 서비스 등 비금융권으로 확장되는 추세 속에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실효성 없는 ‘종이 위의 개혁’이다. 감독 역량과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는 규제 확대는 오히려 현장의 혼란만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AML 환경은 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고전적 위협의 재현이라는 이중적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방향은 단순한 기술 도입 그 자체가 아니다. 설명 가능한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전문 인재를 육성하며, 공공과 민간이 긴밀히 협력하는 신뢰 가능한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2026년을 준비하는 지금, 한국의 AML 전문가와 금융기관은 사후 대응형 컴플라이언스를 넘어 금융시스템의 신뢰를 지키는 ‘전략적 리스크 관리자’로서 그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
[송근섭 ACMAS 한국대표, 한국자금세탁방지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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