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데믹 이후 실적이 급락하는 TV 부문과 달리 ES 부문은 상반기에만 6600억원 규모 영업이익을 거두며 쾌속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향후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첨단 열관리 기술로 ‘포스트 가전’ 시대를 정조준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11월 H&A(홈어플라이언스&에어 솔루션)에서 에어 솔루션 부문을 분리해 신설했다. 별로 사업본부를 차릴 만큼 사업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미래 잠재력도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LG전자는 최근 2분기 매출 20조7400억원, 영업이익 6391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2분기보다 49% 급감했는데, 컨센서스(8470억원) 대비 25% 하회한 ‘어닝 쇼크’ 수준이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글로벌 TV 시장이 이미 포화에 가까운 상황에서 마케팅 비용과 부품가격은 급등하는 추세”라며 “잠정실적이 나온 이후 LG전자 MS 사업본부 영업손실 추정치는 2100억~26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긍정적 부분이 있다. ES사업본부는 2분기 2400억~2600억원 영업이익을 벌어들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전을 담당하는 HS(홈어플라이언스 솔루션) 4200억~4600억원에 이은 성과다.
하지만 LG전자가 ES 사업본부에 기대하는 진짜 영역은 소비자용 제품이 아니다. B2B(기업간거래) 부문이다. 회사는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초대형 냉방기기(칠러)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월 열린 가전·IT 전시회 CES 2025에서 LG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구축하는 차세대 AI 데이터센터에 열관리, 칠러 등 분야에서 협업하기로 합의했다.
LG전자는 액체 냉각 솔루션인 냉각수 분배 장치(CDU) 기술 고도화도 추진하고 있다.
기존에는 선풍기로 일으킨 바람으로 열을 식히는 공랭식이 대다수다. 액체 냉각은 열 발생이 많은 CPU·GPU 등 칩에 냉각판을 부착하고 냉각수를 흘려 직접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열관리 능력은 더 뛰어나고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 B200에 도입하기로 하면서 관심을 받는 기술이다.
ES 사업본부는 이재성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2020년 에너솔루션사업부장에 올라 5년째다. 이 부사장은 1987년 LG전자에 입사해 공조기연구실, 에어컨상품기획그룹장, RAC(가정용에어컨)마케팅지원팀장, 시스템에어컨사업부장 등 해당 사업부 기술개발(R&D), 마케팅, 영업 등 다양한 업무를 두루 경험한 ES 전문가다.
이 부사장은 최근 사업전략 설명회를 열고 “올해 데이터센터향 냉각 솔루션 수주를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릴 것”이라며 “시장보다 2배 빠른 압축성장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현지 맞춤형으로 밸류체인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영업 전략도 세웠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는 공기열원 히트펌프(AWHP) 시스템-워터스토리지 일체형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온수 솔루션과 통합한 패키지 형태로 판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노르웨이 온수 기업 OSO 지분 100%를 인수했다. 유럽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정책으로 화석연료를 쓰지 않고 실내 냉난방 및 온수를 공급하는 히트펌프 시스템 수요가 늘고 있다.
LG전자는 오는 2030년 ES 사업본부 매출을 20조원까지 키운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기준 ES 매출은 8조8000원 수준이다. 6년 안에 2.3배 매출 확대를 이루겠다는 포부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