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회사로부터 자금을 수혈하고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하면서도 관객들의 발걸음을 붙잡기 위해 투자를 이어가는 메가박스의 행보에 주목되는 이유다.
메가박스는 그룹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코엑스점 전관을 특별관으로 꾸리면서 ‘콘텐트 라이브러리’ 확장을 새 기치로 내걸었다. 관객들이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콘텐트를 즐기도록 신규 특별관 ‘르 리클라이너’와 ‘MEGA | LED’, ‘MEGA | MX4D’로 채운 것이다.
‘르 리클라이어’는 등받이나 발 받침대가 원하는 각도로 조절되며, 좌석 간격도 넓어 편안함을 준다. ‘MEGA | LED’는 LG전자의 LED 스크린 ‘LG Miraclass(LG 미라클래스)’을 국내 최초 적용한 것으로, 가로 14.1m와 세로 7.2m인 대형 LED를 통해 4K 해상도로 관람할 수 있다. ‘MEGA | MX4D’는 영화 속 장면에 따라 움직임이나 진동, 물, 바람, 향기, 안개, 눈, 비 등 15개의 모션 체어와 상영관 환경을 조성해주는 4D 특별관이다.

메가박스도 최근 5년간 줄곧 적자 상태를 이어왔다. 2020년 –655억 원, 2021년 –709억 원, 2022년 –79억 원, 2023년 –177억 원, 2024년 –134억 원의 영업 손실을 봤다. 연 매출에선 2020년 1045억 원에서 2021년 1040억 원으로 저점을 찍었다가 2022년 2175억 원, 2023년 3096억 원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2024년 들어 내수 침체 여파로 2916억 원을 기록, 다시 내리막을 탔다. 올 1분기에는 상영, 매점, 광고, 투자/배급 등 전 분야에서 뒷걸음질을 쳤다. 이에 전년 854억 원에서 47.4% 하락한 449억 원에 그쳤다. 영업 손실은 10배 불어난 –103억 원을 기록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4월 메가박스를 운영하는 메가박스중앙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말 메가박스중앙 순차입금(연결 기준)은 전년 5899억 원에서 11.5% 증가한 6579억 원으로 확대됐다. 부채비율도 533.8%에서 856.7%로 치솟았다. 반면 자본금은 57억6400만 원에 불과하다.
메가박스중앙은 높아지는 재무부담으로 전자단기사채에 의존하고 있다. 앞서 메가박스중앙은 지난 1월 246억 원과 2월 292억 원의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했으며, 모회사인 콘텐트리중앙은 이를 매수했다. 메가박스중앙은 이후에도 4월과 5월 똑같은 규모로 전자단기사채 246억 원과 292억 원을 발행했다. 그러면 콘텐트리중앙이 매입하곤 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5월 16일에도 전자단기사채 72억 원을 추가로 찍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메가박스중앙이 콘텐트리중앙에서 받은 돈만 약 1148억 원이다.
메가박스중앙은 콘텐트리중앙과 지주사인 중앙홀딩스로부터 운영 자금도 수혈받고 있다. 중앙홀딩스에서는 지난해 12월 200억 원과 4월 630억 원, 6월 100억 원 등 반년여 기간 930억 원을 빌렸다. 콘텐트리중앙 역시 지난 5월 메가박스중앙에 200억 원을 대여했다. 이를 토대로 메가박스중앙이 모회사와 지주사로부터 끌어온 돈만 2200여억 원에 이른다. 영화산업이 부진해지면서 수익이 줄어든 만큼 채권 매도와 자금 차입에 의존하는 형태인 것이다.
메가박스는 지난 5월 롯데시네마와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두 회사는 극장 운영은 물론 영화투자와 배급 등의 사업도 손을 맞댄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양 사의 기업결합 사전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기업결합 심사 정식 신고 전에 시장 획정과 경쟁 제한 우려 등의 자료를 미리 제출받아 검토하는 제도다. 기업결합 심사 기간을 단축해주는 효과가 있다.
심사가 최종 종료되면 두 회사 중 한 회사는 사라진다. 존속 회사에 대해서는 두 회사가 동일 지분으로 공동 지배한다. 아직 어떤 회사가 남을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메가박스는 합병 이후 양 사가 보유한 131개 극장을 통합해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메가박스는 IR 보고서에서 “멀티플렉스 3사(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간의 출혈 경쟁이 심화하면서 영화산업은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았다”라며 “롯데시네마와 합병은 양 사만의 운영 노하우를 공유해 매출을 증대하고, 신규 사업도 창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중복 투자를 제거하고, 경쟁 비용을 절감해 해외 시장 진출로 시너지를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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